문화국가 만들기

후렌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6. 27. 00:22

-후렌드의 문화 심리

 

질척이고 끈적이는 관계를 싫어하지만, 친구 같은 사람을 많이 알고 지내기를 원한다면 후렌드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은 싫지만, 익명 속에서 소통을 즐기려 한다면 이 또한 이미 후렌드 트렌드의 선도자라고 할 수 있다. 후렌드는 Who(누구)Friend(친구) 더해진 말이다. 누구와도 친구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누구와도 격의 없이 친구가 될 수 있고 받아들일 수용력과 포용력이 크다.

 

다만, 그 친구는 같은 취향과 관심 대상을 중심으로 형성이 된다. 이는 이전에 학연이나 지연, 혈연에 얽매여 관계를 유지하던 방식과 차이가 있다. 좋지도 않은데 억지로 유지하는 관계 형성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겉으로 보면 어디서든 누구와 잘 관계를 맺는 것이지만, 그 중심에는 개인의 취향이 자리하고 있다. 일종의 문화적 기호와 취향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관계이면 서로 존중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에서 이런 후렌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를 자기들 방식대로 활용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반경 9m 안 사람들과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서비스를 이용,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유머 즉 짧은 영상과 사진들을 주고받기한다. 이는 단순히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놀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게 친하고 잘 알지 않아도 같이 웃고 즐길 수 있는 매개물을 공유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갖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만 그러한 연결, 소속, 연대는 매우 진지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이렇게 연결되고 공유하는 사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면으로 관계를 맺으려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일부 증명이 되었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실린 미시간대 경영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거의 일면식도 없지만, SNS 공간에서 돈독한 관계의 '사돈의 팔촌'들이 오히려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서 더욱 공유가 강했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공통 사안에 대해서 여론과 실천행위를 집단으로 형성하기도 한다. 돈쭐 내주자면서 선한 소비 행위를 집단으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든 관심 사항이 달라지거나 틀리면 친구 관계를 그만두거나 단절한다. 관계 맺는 방식이 좀 가벼워진 특징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SNS 등으로 관계의 피로도를 뜻하는 '관태기'를 겪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는 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휘발성의 만남과 관계에 만족하는 것은 관계의 지속성에서 오는 피곤을 예방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나이와 서열, 직급 등이 유연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가로막고 만다.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것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편으로 자신의 입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익명성은 하나의 가면을 주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나이와 지위와 관계없이 혼연일체가 되는 그것만으로 즐거운 일일 뿐이다.

 

이런 후렌드 성향의 사람들은 강요하거나 선택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자발적으로 공유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과 어울리는 방식은 그들의 취향과 선호에 접점을 찾아 맞춰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후렌트의 특성을 건설적으로 잘 살릴 수는 없을까? 한 금융 회사에서는 자치조직 '후렌드(who-riend)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전략적 인사이트(Insight)를 확보하고, 직원들의 창의성과 주도성을 발현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직급이나 나이, 부서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렌드는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생과 선순환의 관계를 바라는 문화 심리일 수도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관계에 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안을 찾는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글 / 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강남라이프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