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한국사회 모순 아슬아슬 수다 킥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44

한국사회 모순 아슬아슬 수다 킥



[한겨레] 100회 맞는 K-2 ‘미녀들의 수다’

한국방송(1TV)의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월 밤 11시)가 다음달 3일 100회를 맞는다. <미수다>는 국내에 사는 외국 여성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 남자 등에 대해 격 없이 이야기하는 마당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2006년 10월 추석특집물로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단골 토론 주제인 ‘개고기’ ‘독도’를 비롯해 ‘한국의 성문화’ ’경쟁 중심의 한국사회’ 등 시사 문제까지 넘나들며 화제를 뿌렸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미수다>를 만들어온 이기원 피디의 얘기. “시청률 구애받지 않고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에 대해 속 시원히 얘기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예정에 없던 어머니 얘기를 자국어로 해보라고 했더니, 하나같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이더라. <미수다>의 다양성이 결국 보편성의 틀 안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보편성이 100회를 버티게 했다.” 

외국인 여성 ‘성 상품화’ 꼬리표 못 떼 

나이·나라 아직 한정적…악플 고생도 


■ 그들 눈으로 우리 치부를 건드리다 그동안 <미수다>를 수놓은 발언들은 곧장 언론에서 문제삼을 만큼 파급력을 과시했다. 특히 한국인들의 뒤틀린 욕망에서 불거진 모순을 들춰냈을 때 파장은 컸다. 지난봄 ‘오렌지를 어륀지로 읽자’는 말로 사회가 떠들썩할 때도 미국 출신을 제외한 출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에서는 미국식 영어, 미국식 발음만 최고로 친다. 우리가 보기엔 되레 미국인 발음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유학생 윈터가 “미국에서 독감으로 보름간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5만달러(당시 5000만원)나 청구됐다”면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옹호한 것이 화제였다. 그의 체험담은 지난 4월 총선의 야당 공약집에 실리기도 했다. 경쟁 중심의 교육풍토에 대한 질타나 여성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편견 등도 단골 이야깃거리였다. 팬들이 많았던 일본 유학생 준코의 ‘대학강사 성추행 시도’ 폭로는 대학가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은 건전한 토론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평이다. <미수다> 게시판은 지난해 4월 출연자 발언에 대한 비난성 댓글 등이 몰리자 폐쇄됐다. 5개월 뒤 다시 열렸으나,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자 이틀만에 또 폐쇄됐다. 이 피디는 “일본인 사유리가 청와대를 ‘노무현씨 집’이라고 했던 것 정도는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인 손요가 동북공정에 대해 잘 답하지 못한 것이나, 일본인 준코가 독도 문제를 잘 모른다고 말한데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반응이 나와 아쉽다”고 했다.

■ 왜 출연자는 꼭 20·30대 백인여성? 세계화 시대 외국인들의 다양한 견해를 듣겠다는 애초 취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100만여 명의 주한 외국인들 가운데 20·30대 백인이나 동북아 출신 여성들의 목소리만 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또 방영 초부터 따라다닌 ‘성 상품화’라는 꼬리표도 쉽게 떼지 못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짙은 화장에 민망한 옷차림으로 계단에 앉아야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야심만만> <놀러와>와 시청률을 경쟁하면서 공익성을 찾겠다는 시도 자체가 무리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도 여전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모델인 자밀라의 복장, 말투 등의 섹시 코드가 화제가 됐을 때 시청률이 5%나 올랐지만, 원래 취지인 ‘수다’로 돌아가기 위해 하차시켜야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백인이나 특정 지역권 출연자가 많다는 비판에 대해, 이 피디는 “국내에 190여 개국의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데 30개 나라에서 출연했으니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1회부터 줄곧 진행을 맡은 개그맨 남희석은 “부천, 안산의 여성 노동자나 대학 마친 뒤 한국에 와서 농사를 짓는 베트남 며느리 얘기를 함께 못하는 게 아쉽다”고도 했다.


다음달 3, 10일 나눠 방송될 <미수다> 100회 특집은 그래도 ‘축하’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기를 모았던 왕년의 멤버들과 현역 출연자 등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레슬리, 루, 준코 등 자기 나라로 돌아갔거나, 자밀라처럼 국내에서 연예 활동 중인 옛 출연자들이 수다판을 벌이게 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