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K 콘텐츠의 미래 요건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10. 18. 17:45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화의 저력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수용되는 양상과 미래의 방향성을 요즘 한식의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상황에 견주어 볼 수 있었다. 이는 한국 문화의 전체적인 맥락과 본질이라고 할 수 있어서다. 비유하자면 대중문화 콘텐츠가 일으킨 한류는 떡볶이에 해당한다. 문학 한류는 사골 국밥에 해당한다. 떡볶이는 즉석 떡볶이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스트리트 푸드에 포함된다. 재빨리 쉽게 먹을 수 있는 점에서 간편함과 편리성, 매콤한 스파이시의 풍미가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고추장은 오랜 숙성이 필요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간단히 평가할 수는 없다. 한식 자체가 쉽게 만들어내는 인스턴트 식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여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K 콘텐츠 가운데 문학은 더욱 말할 것이 없다. K 콘텐츠 가운데 정점은 문학 작품이다. 문학 작품은 오랫동안 숙성을 시키거나 우려내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푹 삶아서 고아내는 사골 국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 외국 젊은이들이 한국의 국밥에 빠져드는 것은 이러한 깊은 맛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속 주인공처럼 육식 거부를 생각한다면 청국장과 같이 푹 발효시킨 한식의 매력을 한국 문학 작품에 비유할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이러한 발효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데 더 나아가 진한 씨간장같다. 응축한 사유들이 깊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맛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 단순히 소스를 뿌리거나 고기나, 빵이나 케이크를 구워낸 듯한 콘텐츠와 다른 한국의 깊이에 빠져든 것이다.

 

다만, 한강 작가의 작품은 전통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에서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강 작가는 인간의 본질에 깊이 탐구해왔다. 한 예로 인간의 내면에는 폭력성이 내재 되어 있고, 그것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어서 이로 인해 상처와 고통을 주는 점에 천착했다. 고통을 당하는 이들의 상황과 심정을 내밀하게 그려내면서 이를 통해 폭력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이런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서 역사적 사건으로 발생한 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대안을 찾으려 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맨부커상이나 메디치상 그리고 에밀 기메상 등을 받은 후에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르렀다.

 

어쨌든 한강 작가의 작품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K 콘텐츠는 한층 더 수준을 높이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스웨덴 왕립 과학 한림원의 변화이다. 노벨 문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이상적 방향을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한다. 어느 한 작품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총체성을 주안점에 두어왔는데 그러다 보니 수상자들에게서 50대 수상자는 매우 드문 사례가 되어 왔다. 한강 작가보다 젊은 수상자는 20세기 태생 작가는 알베르트 카뮈(57, 44세 수상) 정도가 있다. 이 때문에 노벨문학상은 현재 매우 힙한 작가들의 활동에 대해서 간과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화제성도 덜할 수밖에 없으며 시대적 화두를 적극 포용하지 못하였다. , 시대적 화두가 지난 뒤에 작가를 선정을 하게 되어 심지어 철 지난 수상이라는 평가도 나오게 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이런 수상자와 동시대 적 인식이나 감성이 많이 동떨어지기도 있다. 이러한 점은 물리학상, 화학상에서 인공지능 분야가 선정된 배경일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제 K 콘텐츠는 대중성만이 아니라 고도의 예술성을 입증했다. 이것은 예정된 운명이었고 예상보다 좀 빨랐을 뿐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문학은 따로 분리될 수가 없다. 문학에서 시작해서 대중문화 콘텐츠가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 앞서 한류 현상을 일으켰고 문학에 관한 관심도 증대시켜왔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방탄소년단 &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의 대중문화 콘텐츠와 불가분이다.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은 문학에 빚을 지고 있으며 그것에서 뿌리가 뻗어 나갔다. 더욱 대중문화콘텐츠는 적극적으로 문학 작품을 형상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글로벌 문화 유통망에서 거리가 있어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해 왔지만 디지털 시대가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런 콘텐츠 유통 환경의 변화에서 무엇보다 한강 작가의 작품 이후에 다른 한국의 문학 작품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는 작가들은 탄력을 받을 것이고, 신예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부여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K 콘텐츠는 다시 새로운 수준의 작품들을 만들어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시금 책을 읽는 독자와 원고를 창작하는 저자들의 관점에서 다시금 모든 제도와 체제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젊은 세대가 텍스트 힙 열풍 속에 책에 관심을 늘리고 있다. 중요한 화두는 그들을 책을 과시 행위로 소비하는 가벼운 행태주의자라고 하기 전에 그들이 원하는 책이 만들어지고 공유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것이 K 콘텐츠의 미래이자 한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한강에 만족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