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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IP는 위축되고 기존 히트 IP는 확장되고 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11. 27. 14:00

신규 IP는 위축되고 기존 히트 IP는 확장되고

 

글/김헌식(중원대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박사, 평론가)

 

투애니원이 다시 콘서트를 열고, <내 이름은 김삼순>이 리메이크되는 2024년. ‘레트로’가 재조명받는 것은 반갑지만 한편으로 생각할 여지도 있다. 콘텐츠산업이 위축되면서 신규 IP 제작이 정체되고, 좀 더 안전한 기존 히트 IP의 확장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웨이브

경기 침체와 함께 제작비 축소,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콘텐츠산업 역시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 시장에서는 아직 알려져있지 않아 주목받기가 더 힘든 신규 IP 제작이 축소되고 있다.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투자를 받기도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 IP 제작보다 더 안전한 방식인, 기존 히트 IP의 활용과 확장(시즌제, 스핀오프, 리메이크 등)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리메이크, 하나의 장르가 되다

히트 IP 활용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리메이크다. 이 단어가 대중문화계에 부각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의 범람으로 리메이크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았다. 창작의 고갈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던 것이다. 새롭게 창작할 능력이나 환경이 어렵기에 과거 인기작을 꺼내어 우려먹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리메이크는 더 확장되었고, 하나의 장르가 되어 갔다. 리메이크를 하나의 새로운 창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긍정적이었다. 팬들이 원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대중문화의 특징이자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수요 중심의 원리다. 더구나 세대 가교 역할을 하면서 수익원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문화적으로 공감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즌제와 스핀오프, 프리퀄 방식의 콘텐츠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Shutterstock

넷플릭스가 닻을 올린 시즌제

시즌제는 미국 드라마의 열풍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도되었다가 넷플릭스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한국 작품들이 여기에 진출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시즌제는 예능에서 먼저 정착이 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 토크쇼 예능으로 <해피투게더>가 2020년 시즌 4까지 제작된 바가 있다. 서바이벌 게임 예능으로는 <더 지니어스>가 시즌 4까지 제작되었고, 방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대탈출>도 시즌 4까지 2021년에 제작 방영되는가 하면,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제작 사단이 여고생 버전으로 만든 <여고 추리반>은 2024년에 시즌 3까지 제작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의 정종연 PD는 <대탈출 시즌 1> 태양여고 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혀 일종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임을 알렸다. 이렇게 하나의 포맷을 확장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았지만, 시청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호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마니아 문화가 적극적으로 결합한 덕분이다.
드라마 분야는 주로 케이블 TV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먼저 정착한 모양새였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2007년 시작해 2019년 종영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로 무려 시즌 17까지 이어졌다. 지상파에서는 SBS 사례를 언급할 수 있다. 막장 논란에도 2021년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즌 3까지, 2023년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 3까지 제작되었다. <모범택시 2>, <열혈 사제 2>도 시즌제의 사례를 잇고 있다. OTT의 경우 시즌제가 빈번하게 선보인다. 넷플릭스에서는 <오징어게임>, <경성 크리처>, <지옥>, <D.P.> 등이 시즌제로 제작되었고, <스위트홈>은 시즌 3까지 선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즌제를 생각하지 않고, 반응이 좋아 뒤늦게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시즌제로 제작된 <D.P.>
©넷플릭스

콘텐츠 속 하나의 세계관이 이어지다

영화계에서 속편의 개념은 ‘유니버스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인식되었다. 2017년 <범죄도시>는 공전의 히트를 했지만, 다음 작품이 나오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범죄도시 2>는 코로나19 사태가 채 가시지 않은 2022년 개봉하여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른 영화가 흥행성적이 신통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극장가는 이전의 관객 수를 회복하지 못했는데, <범죄도시>는 속편까지 흥행하면서 9편까지 제작하기로 했다. 애초에 첫 편을 선보일 때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이전의 속편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마블 판권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구축한 일정한 세계를 말한다. <범죄도시>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불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도시>보다 더 빠른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베테랑>의 속편이 나와 2024년 여름 극장가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스핀오프가 가지는 장단점

스핀오프(spin-off)는 오리지널에서 파생되어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나 관객 유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기존 출연자나 캐릭터를 부각하기 때문에 친숙하면서도 신선함을 가미할 수 있다. 스핀오프 예능의 중심은 tvN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의 나영석 PD를 꼽을 수 있다. 윤식당에서 스핀오프한 <윤스테이> 그리고 <서진이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외에 <시골경찰>의 스핀오프 <시골경찰 리턴즈>,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 어부>의 스핀오프 <나만 믿고 먹어봐, 도시 횟집>도 선을 보였다. 심지어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도 스핀오프를 했는데 <미스트롯>의 스핀오프 <뽕 따러 가세>, <미스터트롯>의 스핀오프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 <트랄랄라 브라더스>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포맷으로 등장해서 물림을 주었고, 단순한 포맷인 음악 프로그램은 스타 부재의 경우 반응은 사그라들었다.
드라마의 대표적인 스핀오프 사례는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로, 드라마 <비밀의 숲> 1, 2에서 나온 악역이 주연이 된 독특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그 악역은 바로 부패 검사 서동재였는데, 이렇게 스핀오프 드라마로 악역이 주인공이 된 사례는 없었다. 서동재는 원래 시즌 2의 7~8회에서 죽기로 되어 있었는데 스핀오프로 다시 살아난 것으로,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불리한 조건과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동재의 모습이 조직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인 <좋거나 나쁜 동재>
©티빙

그 외 사례로 선천적으로 괴력을 지닌 도봉순이 주인공인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꼽을 수 있다. 도봉순과 6촌쯤 되는 친척 강남순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힘쎈여자 강남순>에는 도봉순 등 전작의 주요 인물이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tvN 제작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로,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들의 캐릭터는 본편에 등장한 캐릭터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런 스핀오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되는 스핀오프의 현재

이와 달리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의 스핀오프 <사장님의 식단표>는 손해영의 친구 남자연과 손해영 회사의 사장 복규현이 주연이다. 공교롭게도 남자연이 필명으로 연재한 웹소설 이름이 <사장님의 식단표>였다. 이렇게 연관성을 최대한 높일수록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티빙과 tvN이라는 케이블과 OTT의 협업 사례이기도 했다.
영화가 드라마로 스핀오프 하는 예도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2018년, 2022년작 영화 <마녀>, <마녀 2>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강화 인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관한 프리퀄(전사, 前史)에 해당한다. 이 드라마는 영화에 담아낼 수 없는 상세한 과정을 긴 호흡으로 펼쳐냈다.

드라마에 등장한 웹소설을 다시 드라마로 만든 <사장님의 식단표>
©티빙

신규 IP 등장과 히트 IP 확장은 함께 진화하는 것

K-팝에서 히트 IP의 확장은 ‘재결합’의 형태로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투애니원,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 최근 다시 뭉친 아이돌 그룹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탄탄한 팬이 있는 해체 아이돌의 재결합은 위험 부담을 가진 신인 그룹 데뷔와 달리 안정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추억을 넘어 새로운 활동을 통한 신선함을 더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콘서트 순회공연 문화가 확산하면서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요즘처럼 콘텐츠산업이 위축된 시기에 큰 자본이 필요한 신규 IP 개발이 위축되고, 반면에 기존의 히트 IP가 확장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신규 IP 개발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양성은 물론 트렌디함을 원하는 팬들이 있는 것은 물론, 히트 IP에게도 참신한 점을 더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신규 IP 등장과 히트 IP 확장은 함께 진화하면서 콘텐츠산업을 움직인다. 특히 히트 IP 확장은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와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는 점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체계적인 플랜을 갖고 접근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글.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