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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극장가 썰렁? 과연 나쁜 걸까 좋은 걸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9. 13. 17:28

-명절 극장가 썰렁? 나쁜 걸까 좋은 걸까?

역시 2024년 추석 명절 연휴에 대작의 대결은 없다. 영화 ‘베테랑 2’의 기세는 대단하다. 류승완 감독 작품인 데다가 배우 황정민의 의기투합은 정해인의 합류로 더욱 힘을 받았다. 아무리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없더라도, 연작 시리즈가 갖는 프리미엄이 관객을 움직인다. 이는 ‘범죄도시’에서 잘 보였다. 물론, ‘서울의 봄’이나 ‘파묘’처럼 오리지널 영화이어도 흥행을 할 수 있다. 흥행은 비수기에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이며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와 맞붙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을 크게 할 수 있었다.


대작들의 향연은 없으므로 극장가가 썰렁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어느 때보다 작은 영화들이 극장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간 발달 장애아들과 엄마의 여정을 그린 ‘그녀에게’, 3대 대가족 70년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장손’, 대학가의 촌극 축제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다룬 ‘수유천’, 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 요양보호사가 주인공인 ‘딸들에게’, 40대 중반 중년의 로맨스를 담은 ‘라트라비아타’ 등 주로 저예산 독립영화가 추석 연휴를 극장가를 장식한다. 이외에도 음악 영화도 여럿인데 방탄소년단 정국과 남진의 콘서트 영화도 있고, 이미 개봉한 임영웅의 콘서트 영화도 추석 연휴를 장식한다. 팬들의 성원이 이어질 영화로는 ‘안녕, 할부지’도 스크린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8월 7일에 개봉한 국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은 아이는 물론 어른 관객까지 불러모으면서 추석 연휴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며 ‘마당을 나온 암탉’의 뒤를 이을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 로맨스, 액션, 퀴어, 장애, 다큐, 음악, 애니메이션 등 영화의 장르만을 놓고 볼 때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연휴 극장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간의 분석대로 이런 영화들이 관객들을 대규모로 동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여지는 없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이 한국 극장가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베테랑 2’가 스크린을 독식할 수 있다. 이런 스크린 독점 논란은 ‘서울의 봄’이나 ‘파묘’에서도 비슷하게 일었다. 하지만 침체한 극장가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옹호의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이나 ‘파묘’가 관객을 더 불러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제 영화관의 역할 정립과 그에 따른 한국 영화의 성공 기준을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위기의 징조는 언제나 사전에 있는 법이다. 극장가의 징조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19 이전의 멀티플렉스 시절은 잊어야 한다. OTT 플랫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더 거리가 멀어졌다. 외형적 성장 중심의 평가 기준이 변화해야 한다. 천만 관객 동원의 영화 편수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사례들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작비 규모가 낮아질 필요가 있다. 무리한 제작비의 투입은 스크린 독과점을 통해 관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많게 한다. 블록버스터나 텐트폴 영화가 아예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대작 영화들이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개봉하여 출혈의 경쟁을 하는 현상이 더 이런 리스크를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수기 흥행을 위해 ‘베테랑 2’를 피해 10월에 대거 개봉하는 풍선 효과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작품 제작이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개봉일자에 배치하는 지가 방송사 편성정책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팬덤을 중심으로 극장가의 영화들이 재편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꼭 영화관에 가야 할 동기를 유발해줄 수 있는 기본은 이제 강력하거나 지속적인 팬덤이기 때문이다. 연작 시리즈이든 프랜차이즈든 이는 팬덤의 확보 때문에 흥행가도를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팬덤 문화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다양한 영화만을 포진시키는 것이 자칫 대형마트에 불과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백화점처럼 상품의 나열만이 있다면 당연히 충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문화 콘텐츠의 소비시대인 것이다. 아차, 무엇보다 ‘배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열연하는 ‘캐릭터’를 사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