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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방'이 신드롬 결국 '콕방' 때문이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1. 6. 20:26

지난 해 여름 유행한 단어는 ‘홈캉스’라는 말이었다. 흔히 여름하면 피서를 위해 자신이 주로 머무는 곳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바캉스를 떠난다는 말이 문화적 구별짓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바캉스를 다른 휴가지나 여행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떠나는 일을 말한다.

‘스테이케이션’이라는 단어도 있었다. 이는 외출하지 않고 실외로 움직이지 않고 실내, 혹은 집 안에서 휴가나 방학을 보내는 일을 말한다. 집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지만, 돈을 많이 써야 하는 현실에 대한 소극적 저항도 있을 것이다. 집나가면 모든 것이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러사람이라면 즉 가족구성원들이 많다면, 돈이 들어도 바캉스를 떠나볼 만하다. 더구나 아이들이라도 있으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순두부찌개. tvN 집밥 백선생 화면 캡처
순두부찌개. tvN 집밥 백선생 화면 캡처

하지만 1인 가족이거나 아이들이 장성한 경우에는 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시니어 계층은 외부 활동보다는 주로 실내 활동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신체적 조건도 갖게 된다. 많은 설문조사를 보면 주말이나 여가 시간을 주로 보내는 수단은 텔레비전 시청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워낙 채널이 많아졌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만 있었을 때와는 다른 시청 행태가 나타나는 지는 너무 오래 되었다.

여가 문화가 없거나 문화예술 기반이 조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가능할 수 있었다. 놀이문화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홈캉스’나 ’스테이케이션’은 비단 휴가가 있는 여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겨울에도 이러한 경우는 더욱 빈번하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실내에 머무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2016년에는 ‘쿡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콕방’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매김할 수 밖에 없다. 쿡방도 사실도 콕방의 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이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나는 쿡방은 외식보다는 스스로 집안에서 요리를 해먹겠다는 욕구의 반영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쿡방의 상세 간단한 요리 레시피는 제대로 계속 적용될 것인지 의문일 수도 있다.

물론 처음에는 열심히 익히고 나름의 요리 실력도 나아질 것이다. 문제는 지속성일 수밖에 없다. 개인인에 맞는 삶의 양식이 뒷받침을 못한다면, 작심삼일이거나 몇 달 간의 이색(?)적인 삶의 체험에 그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결국 쿡방은 집안에서 혼자 즐기는 대리만족의 영상 콘텐츠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즉, ‘쿡방 콘텐츠’는 ‘콕방 상태에서 즐기는 콘텐츠’이다.

갈수록 도시 공간은 방안에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공간집중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접근성이 수월한 공간일수록 더욱 그렇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1인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최적화된 장치들을 구비하고 있다. 내적 공간 디자인이나 옵션만이 아니라 외부 서비스도 이에 맞춤식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애써 밖을 나오지 않아도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더욱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면은 콘텐츠의 소비뿐만 아니라 상품 배달 서비스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자아충족감의 심리가 강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인 불안심리도 한몫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방을 나가면 모든 것이 돈이기 때문에 최대한 실내 공간에서 해결하며 절약하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새대론적인 측면에서 도시공간을 매우 친숙하게 생각하는 도시 종족들이 너무 일반화 되었다. 도시공간에는 압축적으로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그 밖의 공간은 불편함만을 줄 뿐이다.

자본주의 상품구조 속에서 최적의 서비스와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에게 그 공간을 벗어난다는 것은 외계에 떨어진 것과 같다. 비약하자면, 영화 ‘그레비티’나,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처한 우주공간과 같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이 은하간의 블랙홀 여행은 콕방족에게 실외의 공간들을 접하는 것과 같을 지 모른다.

아니 차라리 나가려면 콕방족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나간다. 점점 한국의 지방보다는 해외를 더 많이 아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지역보다 한국의 지역을 더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콕방의 작은 스케일을 뛰어넘은 아주 큰 공간을 꿈꾸는 콤플렉스의 극단이 문화적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작게 모아 크게 한방 쏘리라”. 붐!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