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카리나 연애 사과 과연 한국은 인권 의식도 없는 걸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3. 10. 16:01

-외신은 한국의 변화된 흐름을 놓치고 있다.

 

글/김헌식(중원대 특임 교수, 평론가, 정보콘텐츠학 박사)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당황스러웠고 곧 분노가 일기도 했다. 이는 비단 걸그룹 멤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권 의식에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전체주의적 팬덤이라고만 할 수 없었고, 비즈니스 논리에 빠진 음악 산업의 단면도 고찰해야 했기 때문이다.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는 자신의 연애에 대해 사과했다.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사과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많았다. 더구나 이 사과 행위에 대해 소속사가 이를 지시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이 가운데 일본 아이돌 사례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컨대, 일본 아이돌그룹 AKB48 미네기시 미나미가 이에 해당한다. 2013년 미네기시 미나미는 열애설이 알려지자 팬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자 미네기시 미나미는 삭발까지 하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이에 대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을 표하는 시민들이 나왔고 나라 망신이라는 점까지 들었다. 이 같은 사실이 해외에까지 알려졌고, 이해 못 할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겹쳐질 만큼 유쾌한 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일본 사례도 2013년 사례로 10여 년 전 일이다.

 

그럼 한국인들이 열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모두 여기는 것일까? 아니 모든 기획 소속사가 이런 태도일까. 아니다. 소속사나 팬덤에 따라 유유상종이 되는 현상이 있다. 지나친 일대일 구독 서비스 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기대 불일치의 상실감이 주어지는 상황은 카리나가 초래하지 않았다. 지나친 유료 비즈니스 모델의 폐해다. 앞서 카리나의 열애설에 팬들의 비난에 이어 심지어 트럭시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떤가. 트럭시위는 비록 한국에서 벌어졌어도 중국 팬이 일으킨 것이다. 마치 한국인들이 요구한 듯하여 많은 외국 팬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게 했다. 무엇보다 한국도 많이 변하고 있다. 아닌 건 아니라도 하면서 연애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팬들은 박수도 보낸다. 이를 믿고 한국 출신인 카리나가 밝힌 점도 생각할 수 있었다. 더구나 Z세대의 당당함도 미덕이고 트렌드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핑크의 지수다. 지수가 안보현과 열애 중이라고 공식 인정했을 때, 팬들이 비난하거나 더욱이 시위를 한 일도 없었다. 다만, 팬 처지에서 지수가 아깝다는 정도였지, 열애 사실이나 이를 밝힌 행위에 대해서는 비난이 없었다. 오히려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소속사가 제지하거나 사과문을 내게 하지도 않았다. 소속사의 정체성 자체가 아티스트 중심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속사가 지시한다고 해도 들을 지수가 아니었다. 이때 CNN은 이를 보도하며 한국 연예계의 전형적인 비밀주의에서 이례적으로 벗어난 사례다. 근래 K팝 업계는 소속 연예들의 '데이트 금지'라는 논란의 계약 조항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아이돌 산업이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공통으로 전향적인 변화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초창기 케이 팝에서 분명 진일보한 점이다.

 

카리나에 쏟아지는 일부 팬들의 문화 지체 현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 이상 아이돌이 순결 주의의 감옥에 갇혀 있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사생활과 셀럽이나 아이돌로 공개 활동하는 것은 별개로 분리되어야 한다. 초기에 한국의 아이돌 기획사는 일본 모델을 따라 했다. 일본 모델은 개인의 사생활은 없는 순결 주의 상품 프레임에 아이돌을 구획했다. 이에 이에 따라 아이돌은 누구와도 연애는커녕 이성적 만남을 하지 못하는 순결한 생활을 지속해야 했다. 신화 속의 여신이나 마치 종교적 수행을 하는 무성욕자가 되어야 한다. 연애는 하지 않아야 하고 연애를 해도 밝히지 않아야 한다. 만약 연애 사실이 알려지면 죄인이 되고, 결혼한다면 은퇴를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은 변했다. 연애는 특정 한 사람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며 미래의 결혼을 상정하거나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자유로운 개인의 인간관계로 받아들여졌다. 열애를 솔직하고 밝히는 것도 매력이었다. 인간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에 오히려 젊은 팬덤이 더 열광했다. 더구나 아이돌 기획 컨셉도 소속사에 따라 달려져 있다. 블랙핑크는 자유로운 개성과 스타일의 컨셉이다. 전 세계적인 패셔니스타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카리나가 만약 일부 극성 팬들의 비난에 소속사가 사과문 발표를 지시했다면, 이는 아티스트의 인권을 비즈니스 트랩에 가둔 것이다. 인권이 돈에 제물이 된 것이다.

 

요컨대, SM 인가 YG인가에 따라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나 팬덤이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인기 있는가가 연애에 대한 처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중화권인가, 북미 유럽권인가에 따라서 아이돌의 열애에 관해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럼 어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점차 아이돌의 사생활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비단 아이돌만이 아니라 많은 스타나 셀럽들이 당당하게 열애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옐로우저널리즘이 열애설 폭로 비즈니스에서 점점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에게 연애 경험이 적절하다면 팬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노래와 퍼포먼스로 선순환되고 있다.

 

지나친 감정 노동의 상업화는 아티스트를 순결 주의에 가두며 사생활을 박탈시킨다. 이는 인권 침해다. 케이팝은 물론 케이 컬처의 성장도 저해한다. 안타까운 것은 카리나의 좌절이다. 과거 로스엔젤레스 타임즈는 한국에선 연예인들의 열애가 보통 비밀에 싸이는데 지수와 안보현은 열애를 인정했다"라고 보도 한 바가 있는데, 이 표현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꼽을 수 있게 된다. ‘왜 블랙핑크의 지수는 되고, 에스파의 카리나는 안되는 것일까.’ 이를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어느 쪽이 더 폭넓은 팬덤을 가질까? 과연 시대 정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