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추신수가 6500만원 짜리 명품시계 찬 이유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2. 6. 09:27


자동차보다 더 비싼 시계를 찬 남자들의 심리

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ss@hanmail.net) | 등록 : 2014-01-18 10:58






2006년 TED 강연에서 켄 로빈슨 경은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는 전설적인 명강의를 한다. 풍자와 유머로 청중을 들었다 놨다한 그는 2010년 ‘학습혁명을 말하다’라는 강의를 선보인다. 여전히 그의 입담과 메시지는 살아 잇었는데 이 강의에서 기능적 관점과 문화적 관점이 창의력에 어떤 함의를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우린 여전히 그 관념의 최면에 걸려있고 이에 우린 스스로를 그 관념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면서 그는 젊은이와 시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는 청중의 참여를 유도한 뒤 스물 다섯 넘은 청중들은 시계를 대부분 차고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시계를 차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즉 젊은 세대일수록 시계를 차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유는 25살 이후의 사람들은 디지털 이전 세계이기 때문에 시간을 시계를 통해 확인하려 하지만, 디지털 시대 이후의 세대들은 어디에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계를 찰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는 자기 딸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딸이 시계를 차지 않는 이유를 말했다. 딸은 시계가 시간을 보는 한 가지 기능 때문에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켄 로빈슨 경은 딸에게 시계는 시간 만이 아니라 날짜로 알려주는 다기능 제품이라고 말했다.

▲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추신수 선수의 손목에 찬 시계가 6천만원이 넘는 고가품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동영상 화면 캡처.


이런 이야기의 흐름에서 청중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청중들은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이 강의를 접한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일단 켄 로빈슨 경의 딸은 남성이 아니었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도 시계는 젊은 남성들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


지난 1월 15일에 방영되었던‘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추신수 선수는 시계 하나를 차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김구라는“시계 하나는 좋은 것 찼다”고 독설을 날렸다. 이에 추신수는 "많이 벌잖아요"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이 시계는 스위스 명품 시계로 6500만원 정도의 가격임이 알려져 크게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비교해 볼 때 추신수 선수에게 의전 차량으로 그에게 제공된 링컨 MKX의 구입 가격은 54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추신수 선수는 자동차보다 비싼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셈이다.


추신수 선수는 나이가 이미 30대이기 때문에 사는 것일까? 디지털 세대가 아니기 때문인가. 그가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구입한 것은 분명 아니다. 다른 용도가 더 크다. 시계는 남자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김수현)은 시계를 찰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간을 아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민준은 시계를 찰 수밖에 없다. 그는 매우 멋진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패셔니스타이다.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이 있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부와 지위를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인 액세서리가 시계다. 보통 남성들이 자신을 드러낼 장신구는 벨트나 넥타이 핀, 시계 정도일 것이다. 반지나 귀걸이 팔찌는 보통을 넘는다.


젊은 남성들은 추신수 선수와 같이 수천만원 짜리의 시계를 차지는 않지만 수백만원 혹은 수 십만 원짜리 시계를 가지려 한다. 여성들이 명품 백을 하나 두개 구입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포인트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추신수처럼 차보다 시계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하기도 한다.

자신 스스로의 만족도 있지만 이성에게 자신들 드러내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시계를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그 시계를 여성이 알아보면 성공이다. 그 시계를 알아보는 여성은 적어도 허영의식이 있거나 아니면 부유한 집 여성일 것이겠다. 적어도 김구라에게 지적을 당한 추신수는 성공한 셈이다. 김구라가 남자여서 안되었지만, 전국민에게 자신의 현재의 물질적 존재감을 널리 알렸으니 말이다.


켄 로빈슨 경이 틀린 것은 바로 시계를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켄 로빈슨 경은 시계의 기능을 시간을 확인 하는 도구론에 머물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관념적이다. 사고가 시계는 시간을 보는 것에 머문다면 시계는 일본의 전자시계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단순 기능의 시계는 이제 아무도 차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전자 시계는 몰락했어도 스위스 같이 명품 반열에 올라가는 시계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시계를 단지 시간을 확인 하는 도구가 아니라 장인의 미학적 관점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베블런 효과처럼 부유층들의 과시 효과 때문에 이런 시계들이 비싸게 팔린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위스가 그런 명품 시계들 때문에 부국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부국은 기능적 제품에서만 나올 수는 없다. 인간은 기능적 욕구의 존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시계가 갖기 못하는 장인적 미학을 구가하고 있는 명품이기 때문에 시계가 비록 비싸다고 해도 전세계 사람들은 구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는 시간을 보는 도구라는 생각에 휩싸여 있는 이들이 교육을 맡을수록 분명 학교는 창의력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