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정통경제학 신화 깨뜨리는 ‘발칙한’ 상식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5. 2. 11:10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경제학의 ‘비용’과 ‘편익’, ‘스필오버’(spillover·흘러넘침, 파급), ‘인센티브’ 등의 원칙들을 통해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뒤집어 놓는다.

이를테면 ‘문란한 성생활이 에이즈를 확산시킨다’, ‘구두쇠가 사이 나쁜 이웃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 이같은 상식에는 사람들의 자족적인 도덕관념이 깃들어 있다. 저자는 그러한 경제 외적인 관념이나 시장을 왜곡하는 불필요한 개입을 걷어내고 ‘순수하게’ 경제학적으로 상식을 바라 볼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그같은 도덕관념 등을 걷어내면 ‘상식’에서 어긋나 보이고 그래서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More Sex Is Safer Sex’(섹스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안전하다)라는 ‘발칙한’ 이 책의 원 제목처럼 말이다. 책의 부제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라고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섹스 순결주의자들이 자주 클럽을 들락거린다면 섹스 파트너를 찾아나온 사람들이 더 안전한 짝을 찾을 확률을 높이게 된다. 섹스 순결주의자들은 에이즈에 걸렸을 가능성이 극히 낮으니까. 그들이 클럽에 드나듦으로써 ‘그 이익이 이웃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스필오버)이다. 하지만 그들은 클럽에 잘 드나들지 않는다. 그로 인한 ‘비용’이 ‘편익’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공짜 콘돔’(인센티브)을 주면 된다. 저자는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섹스를 할수록 안전이 더 보장된다고 말한다.

뭔 황당한 얘기인가 할지 모르지만 저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비용이 온전히 편익으로 돌아올 때 사람들은 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당연히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며, 또 개개인의 합리적 행동도 그 집합적인 스필오버 면에서 다른 양상을 띨 수 있으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해할 것 없이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들을 보자. 스크루지는 구두쇠지만 이기주의자는 아니다. 이기심은 세상의 자원 수준에서 흥청망청 더 큰 몫을 요구하는 것이다. 구두쇠는 작은 몫만 요구한다. 이기적인 구두쇠란 것은 있을 수 없다.

좀 더 모질게 들리는 사례도 있다. 제3세계의 어린이 노동에 대해 선진국의 시민단체들은 그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고 압력을 넣고 있다. 저자는 “아동노동은 일정 수준의 빈곤에선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차갑게 말한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에서는 10∼14세의 소년 37%가 주당 60시간 이상 일했다는 역사기록을 들이댄다. 제3세계 부모들은 ‘악질이어서’ 자식들을 공장에 내보낼까? 다국적 기업이나 외부압력에 굴복해서 그런 걸까? 왜 제1세계의 기준을 제3세계에 강요하는가? 그리고 왜 거기서 그치고 마는가? 아니면 양동이 가득 현금을 채워 제3세계를 돕던가!

이 밖에도 저자는 ‘길게 늘어선 수돗가의 대기 행렬을 줄이기 위해 새치기를 장려해야 한다’ ‘화재를 줄이기 위해 소방관들에게 그들이 불길에서 구해낸 것들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반(反)상식들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같은 사례들을 통해 경제학이 왜 돈을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학문인지를 말해준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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