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적산가옥과 막걸리 왜 일본인을 끌어들이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9. 21. 18:35

포항시는 지난 1월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했다. 목표는 일본인 관광객 1만명을 모집하는 것. 어떤 관광 자산으로 일본인들을 유치하려고 했을까. 구룡포에는 일본인들의 적산 가옥이 50여 호가 남아있다. 포항시는 이를 토대로 삼아 일본인거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예전에 이곳에 살던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과거를 추억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아울러 죽도시장에는 과거에 그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주로 구비하겠다고 했다.

포항시만 이러한 아이템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군산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드라마 ‘야인 시대’가 군산에서 촬영될 만큼 150여 채가 남아있고 해마다 일본인 천여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군산시는 일제 시대에 남아있는 건축유산을 바탕으로 일본인촌을 형성하고, 근대 문화 테마 거리로 일본인들을 유치하려는 되고 있다.

충남은 '2010대백제전'에 일본인 5만 명 유치계획을 세우고 있다. 토대는 부여와 공주다. 사실 백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지속적이었다. 그간 일본의 원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백제를 찾아 일본인들이 지속적으로 공주와 부여를 찾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을 한류의 원천으로 삼는 사례다. 하지만 그간 많은 일본인들은 부실한 백제 콘텐츠에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일본인들이 한류에서 원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인지 모른다. <겨울연가>도 일본인들의 과거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이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주눅이 들고 콤플렉스를 가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가 있어야 한류가 계속 보장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미래의 트렌드는 변화무쌍하다. 언제 대중의 기호가 바뀔지 아무도 모르며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즉,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겨울연가>의 팬들은 배용준에 관한 모든 콘텐츠를 지독스럽게도 구매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없는 것이지만, 현재 욕망하는 것을 담아야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피디의 드라마 <봄의 왈츠>는 일본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많이 가미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도 아니고, 관심 대상도 아니었다. <스타의 연인>에는 한류스타라는 최지우가 출연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원하지만 그들에게 없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에게 많기 때문에 더 이상 갈구함이 필요 없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컨대, 그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원하는 고고학적 감수성이 아니라 일본인의 현재 혹은 미래의 감수성을 흉내내려 한 드라마는 모두 참패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다룬 드라마 이야기를 하자면 사극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고구려 사극 등을 제작해서 일본에 수출했다. 물론 조선시대 사극이나 신라를 배경으로 한 사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큰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백제일텐데, 백제를 빼놓고 다른 시대적 배경만을 다룬 셈이다. 적산가옥의 예처럼 그들이 욕망할 내용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과거가 다시 미래와 연결될 수도 있다. 최근 국내 막걸리 제조 공장에 일본인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막걸리에는 관심이 없고 기계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가 높자, 그것을 직접 제작하려는 행태다. 하지만 막걸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외면 받던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막걸리의 무한 변신에 따른 것이다. 맛과 향기는 물론 제조기술, 제품 포장과 디자인에도 오랜기간 동안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막걸리는 이제 일본에서 고급 바에서 팔리고,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인들이 몇 년사이에 즐겨 마시는 사케(청주)도 1700년 전 백제인 수수고리가 전해준 술에서 비롯했다.

과거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미래로 연결되어 현재가 된다. 특히 일본을 겨냥한 한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뛰어날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리카도가 말하는 비교우위론일 것이다. 비록 과거의 것일지라도 그것이 통한다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핵심은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면서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