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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분야는 ‘외모’가 성공 비결 전문가도 ‘소리’만으론 판단 못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4. 7. 07:31


음악 분야는 ‘외모’가 성공 비결

전문가도 ‘소리’만으론 판단 못해

2013년 08월 29일(목)

 > 융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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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연주자의 실력을 평가할 때 ‘소리’를 중요시한다. 명곡을 들을 때는 고품질의 앰프와 스피커에 연결해 음악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소리 기반의 청각정보’를 꼽지만 실제로는 시각정보에 좌우된다.  ⓒWikipedia
여러 경쟁자들이 무대에 올라 심사를 받을 때도 소리를 듣고 실력을 판단할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저명한 국제 콩쿠르에서도 외모나 동작 등 눈에 보이는 시각정보가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공대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소리 기반의 청각정보’를 꼽지만 실제로는 시각정보에 좌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콩쿠르 우승자를 알아맞히는 실험에서 소리만 녹음된 자료를 접한 사람은 적중률이 평균보다 낮았다. 전문가도 예외가 없었다. 영상만 녹화된 자료를 본 사람들은 높은 적중률로 우승자를 맞췄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동작에 기교가 풍부하지 않으면 클래식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의 제목은 ‘음악 연주 실력 평가에서 시각은 청각보다 중요하다(Sight over sound in the judgment of music performance)’이다.

“실력을 보겠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공정할까

TV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진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 기량을 뽐내면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투표를 거쳐 합격자와 탈락자가 가려진다.

가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 끝에 지원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우승을 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소리가 아닌 ‘비주얼’ 이른바 외모나 동작 같은 시각정보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의 대부분이 호감형 외모를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경영과학혁신학과의 시아융 세이(Chia-Jung Tsay) 교수는 7가지의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클래식 음악 전문가, 한 번이라도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완전한 비전문가 등 총 1천164명의 피실험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우승자 맞추기’ 테스트를 받았다. 10개의 저명한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최종 선발된 각 3명의 연주자 중 우승자가 누구인지 맞추는 실험이다.

세이 교수는 연주 실황을 담은 자료를 3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소리만 들려주거나, 영상만 보여주거나, 소리와 영상이 모두 담긴 자료 등이다. 피실험자들은 6초 길이의 각 버전을 듣고 우승자를 맞추면 된다.

실험은 모두 7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제1실험은 총 106명이 참가했으며 소리만 담긴 자료, 영상만 담긴 자료, 소리와 영상이 결합된 자료 중에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예측이 맞는 경우 실험 참가비 이외에 상금으로 8달러가 추가 지급되었다. 다만 소리와 영상이 모두 담긴 자료를 고르면 우승자를 맞춰도 8달러가 아닌 6달러만 지급된다. 판단 기준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58퍼센트가 소리만 담긴 자료를 골랐다. 음악 실력을 판단할 때는 소리로 구별하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상만 담긴 자료를 선택한 사람은 14.2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상금에 핸디캡이 주어졌는데도 소리와 영상 모두 담긴 자료를 고른 사람이 27퍼센트를 넘어섰다. 콩쿠르 심사위원과 동일한 환경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2실험은 총 106명의 일반인이 참가했으며 소리만 담긴 자료와 영상만 담긴 자료의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그러자 83.3퍼센트가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적중률은 형편 없었다. 

소리만 담긴 자료를 듣고 판단한 일반인 중 우승자를 맞춘 사람은 28.8퍼센트에 불과했다. 3명의 연주자 중 무작위로 아무나 골라도 33퍼센트의 적중률을 보인다. 소리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더니 평균보다 못한 적중률을 기록한 것이다. 소리와 영상 모두 담긴 자료를 본 일반인들은 적중률이 35.4퍼센트로 평균보다 높았다.

그런데 영상만 담긴 자료를 본 일반인 중 46.4퍼센트가 우승자를 맞췄다.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소리만 들은 사람들은 적중률이 형편없고 소리를 못 들은 사람들의 적중률이 가장 높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판단 기준에 의심이 가는 순간이다.

소리만 듣고는 전문가의 적중률이 일반인보다 못해

제3실험에는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185명이 참가했다. 소리 자료, 영상 자료, 소리와 영상 결합 자료를 무작위로 나눠주고 우승자를 맞추게 했다. 이어 제4실험에는 전문 음악인 35명이 참가했다. 판단 자료는 제2실험과 동일하게 소리만 담긴 자료와 영상만 담긴 자료의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세이 교수는 “음악 연주 실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판단 기준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Havard University
전문가에 속하는 피실험자 중 ‘소리’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96.3퍼센트에 달했다. 그러나 소리 자료만 듣고 우승자를 맞춘 사람은 20.5퍼센트에 불과했다. 무작위로 아무나 고른 일반인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이다. 반면에 영상만 담긴 자료를 본 전문가들은 적중률이 46.6퍼센트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제5실험에는 전문 음악인 106명이 참가했으며 제3실험과 동일하게 소리 자료, 영상 자료, 소리와 영상 결합 자료를 무작위로 나눠주었다.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82.3퍼센트에 달했지만 소리 자료를 접한 전문가의 적중률은 25.7퍼센트에 머물렀다. 반면에 영상만 담긴 자료를 본 전문가는 적중률이 47퍼센트에 달했다. 소리와 영상이 결합된 자료를 보아도 적중률은 29.5퍼센트로 평균 이하였다.

제6실험은 89명이 참가했다. 자료로는 흑백의 실루엣만 보이는 영상 동작 자료를 나눠주었다. 그런데도 48.8퍼센트가 우승자를 맞췄다. 제7실험은 262명이 참가했으며 소리 자료와 영상 자료만 나눠주었다. 소리만 담긴 자료를 보고 우승자를 맞춘 사람은 전문가인데도 38.7퍼센트에 그쳤지만 영상만 담긴 자료를 본 사람은 적중률이 59.6퍼센트에 달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문가가 일반인보다 높은 적중률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전문가나 일반인이나 우승자를 맞추는 적중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논문은 “사람들은 대부분 시각정보에만 의존해서 신속하게 자동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오랜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도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시각 정보에만 의지해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세이 교수는 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가로서 결과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음악 연주 실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판단 기준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다.

무대에 오른 음악가나 가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투표를 하거나 직원을 뽑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시각 정보를 중요시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외모나 동작 기교 등의 시각 정보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8.2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