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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세대는 셀프 스튜디오에 열광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9. 16. 13:15

스스로 자신을 예술작품으로 전시하다.

-셀프 스튜디오 트렌드

 

흔히 사진관이라고 하면 백일 사진이나 증명사진을 떠올릴 수 있다. 학교 졸업 사진도 단체로 촬영하던 추억이 있다. 그런데, 이 사진관의 특징은 누군가 사진을 찍어주는 곳이라는 점이다. 대개 사진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자리와 배경, 소품을 활용하고 조명도 그의 취향에 따라 주어진다. 따라서 대개 사람만 바뀔 뿐 사진의 분위기나 스타일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때론 사진관 스타일이 같다. 사진사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사진관 밖에 걸어두고 홍보하기도 한다. 물론 사진사가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사진을 그 주인공이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알 수가 없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가 마음에 들어도 사진 모델은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공공기관에 있던 즉석 사진관도 마찬가지였다. 동전을 누르면 자동으로 증명사진이나 여권 사진이 빨리 나왔지만, 급하지 않다면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조명이나 거리, 화각이 흡족하지 않았다. 속성 사진의 한계였다. 다만, 자기 스스로 스타일을 약간 살릴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스스로 사진 셔터를 누르는 셈이었다. 좀 더 이용자의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사진관 촬영 방식은 스티커 사진에 이르러 본격화된다.

 

그런데 기존의 사진관이 주로 실용적인 목적에 부합했다면 이후의 스티커 사진은 유희와 놀이의 관점으로 그 이용 동기가 바뀌었다. 스티커 사진관은 사진을 촬영하면 사진이 떼어 붙일 수 있는 스티커 형태로 출력이 되었다. 가발이나 모자, 안경을 쓸 수 있고, 수염도 붙였다. 하지만 화질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오로지 재밌게 자신을 분장하여 친구와 같이 노는 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사진 공간은 변화를 꾀하게 된다. 이름부터 셀프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던 때를 연상하면 방송 스튜디오의 직접 출연을 생각하게 한다. 셀프 스튜디오는 자신이 직접 사진사가 되고 피디가 되는 공간이다. 사실 코로나 19에 유행한 비대면 문화는 셀프 사진관에서 시작되었다. 기존 사진관이 천편일률로 획일적인 것과 달리 이곳은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더욱 이용하게 된다. 고대기, 머리띠와 장신구는 물론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도구도 갖춰져 있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은 나.’ 이런 맥락에서 영화 라라랜드에서 응용해 나나랜드라는 말이 이 셀프 스튜디오의 특성을 반영한다. 나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연인끼리 그리고 반려동물과도 색다르고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할 수 있게 한다. 이른바 너와 나의 우리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셀프 스튜디오가 인기를 끌다 보니 많은 업체가 경쟁 하듯이 각종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사진관은 영업 마감 시간이 있지만 셀프 스튜디오에는 마감 시간이 없고 24시간 운영한다. 리모컨으로 사진을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전송할 수 있다. 이렇게 받은 사진들은 SNS에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다. 사실상 SNS 공유를 위해서 셀프 사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면이 크다. 단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한계가 있기에 전문 스튜디오 스타일은 더욱 차별화가 가능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옐로우로 컨셉을 인테리어에 반영하는 셀프스튜디오에 치즈가 쭉 늘어나는 것 같은 자연스럽고 키치의 인테리어도 있다.

 

공공기관에서도 공적 기능을 위해 운영하기도 한다. 예컨대 한 지자체 육아 종합지원센터는 셀프스튜디오를 통해 영유아 가정에 가족 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공공 서비스가 어떻게 시민의 셀프 스튜디오 욕구에 부응해야 할지 함의 점을 주기도 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누구도 자신의 모습과 개성에 타인이 간섭하고 규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사가 만들어 내던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능동적으로 아티스트가 된다. 이제 전 국민이 스스로 모델이 되어 자신의 사진 작품을 만들어 공유하고 싶어 하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라도 그러한 권리가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수단과 공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

 

*강남 라이프에 게재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