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법정 드라마의 유행.
김헌식(평론가. 연구자)
얼마전 <뉴욕 타임즈>는 10대 해외 드라마 가운데 '비밀의 숲'을 꼽았다. 국내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검사(조승우)였다.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전 호평속에 끝난 '마녀의 법정'도 주인공이 검사였다. '비밀의 숲'은 사회 부패와 연결되어 있는 검찰 조직과 거대 자본과 벌이는 싸움이었고 '마녀 법정'은 비록 성범죄자들과 벌이는 분투지만 결국 권력과의 싸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정려원)은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거악과의 싸움에 나선다. 검사는 부패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그것에 맞서는 이중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은 비밀의 숲을 통해서 잘 보여졌다.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이뿐이 아니다. 수목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검사가 등장하는데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장르가 환타지 로맨스 코미디를 지향했는데 여자주인공(수지)은 미리 꿈을 통해 사건을 보고 남자 주인공은 이를 막으려는 검사(이종석)였다.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은 것은 넓게 보면 법정 드라마가 많아진 것을 말한다. 수목 드라마 '이판사판'은 아예 주인공이 판사이다. 사법 정의를 말하는 점에서는 앞의 드라마와 같다.
이렇게 법정을 중심으로 법조인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1차적으로는 법정이 사람들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현장이기 때문이겠다. 의학드라마가 실패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극정인 긴장과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법정 드라마는 의학 드라마처럼 사람의 앞날을 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적인 가치도 실현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사회와 권력,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하여 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법정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는데 이는 사법 제도와 공권력의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공권력의 불신이 더 컸던 흐름에 이는 사적 복수 코드로 이어졌다. 즉 검사 드라마 유행이전에 사적인 복수가 있어서 검사도 억울하게 옥살이를 당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 사적인 복수에 나서는 스토리가 유행했다.
이제 법정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제도 밖에서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생각하건대, 그 이유는 박근혜 탄핵 정국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정의는 단지 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사법정의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가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제도안에서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며 그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런 법정의 검사 캐릭터가 등장했으며 이는 당분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 이야기가 만나 변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가 민심과 이반된다면 사법부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사적 복수극이 다시 유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겠다.
덧붙여 사적 복수는 한계가 있다. 사적 복수를 가하는 자는 상식과 통념상 자신도 파멸해야 한다. 파멸을 하면서 복수에 매진해야하는 현대인들. 그것은 현실적으로 정말 얼마나 가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