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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의 흥행은 항일 코드 때문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3. 6. 13:06

글/김헌식(중원대 특임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영화 파묘의 흥행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출연 배우들 조차가 개봉 이후 거센 흥행몰이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김고은의 경우에는 이런 쇄도하는 관객의 물결을 처음 접한다. 영화 파묘는 애초에 소재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었다. 풍수와 이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헤친 그 안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흥행 이유로 친일 코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삼일절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아울러 특정 정치 세력까지 언급한다. 하지만 친일 코드라고 하기에는 여러 미비한 점이 있었다. 그렇게 보기에는 사전 예매량이나 초기 관객의 방문이 매우 컸다. 여성 관객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 관객들이 항일 코드 때문에 영화 파묘를 관람했다고 보기 힘들이다. 어느 때보다 일본에 대한 호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호감은 일본 국가를 좋아하거나 과거사를 잊는 것이 아니다.

 

실제 통계자료를 우선 보자. 2024219일 일본 신문통신조사회 연례 설문 조사 결과 일본에 호감이 간다.’라는 응답률은 한국이 44%를 차지했는데, 이전 해보다 4.1%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점은 일본 방문객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TNO)에 따르면 1월 가장 많은 관광객 수는 한국으로 857000명이었다. 전년보다 51.6% 늘어난 수준인데, 그야말로 역대 최대 기록이었다. 이전에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에는 803816명이었는데 올해 1월에는 이보다 5만 명 이상이 더 증가한 셈이다. 2023년 한해만 봐도 일본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 1위는 우리 국민이었는데, 6958500명이 방문했다. 2019년과 비교해 24.6%나 증가했는데 대만이나 중국 관광객보다 2배나 많은 수치다. 외국인 가운데 1명은 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였다. 3.1절부터 시작되는 약 3일간의 연휴 기간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전망되는 배경이다. 3·1절 연휴 기간 전체 해외여행 예약 비중을 살펴보면 역시 일본이 23%를 차지했고, 주요 여행사의 일본 여행 패키지 상품이 전량 매진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일 코드로 점철된 영화가 흥행한다고 볼 수는 없겠다. 일본을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일본을 진정으로 좋아한다거나 일본에 관한 역사적 진실에 관심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콘텐츠의 소비와 사고 신념 체계 특히 과거사 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일본인들에게서도 곧잘 나타난다. 한류 4.0을 일으키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K팝과 드라마를 좋아해도 한국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콘텐츠 선호를 근거로 정치 역사의식을 논하는 것 자체가 20세기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영화 파묘는 오컬트 미스터리물이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만약 항일 코드가 들어있다고 했다면 오히려 관람객이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던 것으로 보아야 적절하다. 막상 보고 나니 일본과 관련한 크리처가 등장해서 이점 때문에 호불호가 있었다. 다만,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보다는 크리처 캐릭터의 등장은 나름의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별거 아닐 수 있는 내용을 대중적 호흡력을 가지고 스토리라인을 구성하고 이를 결말까지 밀고 가는 것은 대단한 연출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야 한국적 오컬트 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한다. 콘텐츠 자체를 중시하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항일 코드는 영화 관람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만약 미쳤다면 항일 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노량이 크게 흥행을 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관객에게 중요한 것은 극적 흥미를 끌어내는 것, 그것으로 인한 관람 효용의 충족이다. 이러한 점은 20~30대 관객일수록 더욱 도드라지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본래 오컬트 물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때문에 그들이 항일 코드 그 때문에 관람하는 동기는 요즘 세대의 특성을 볼 때 생각할 수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실용과 공정이라고 하는 양대 축이다. 이런 맥락의 가치관이자, 세계관이 중요할 뿐이고 문화 콘텐츠의 선택도 이에 따른다. 그들은 오컬트 물을 리얼리즘이나 역사적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장르 자체로 즐기고 누릴 뿐이다. 다만, 인터넷 디지털 세대에게 맞는 도전 과제와 추리와 해석을 통한 참여감을 높이는 점이 중요한데, 이러한 점을 파묘가 영리하게 구성하고 연출력으로 배가시켰다. 온갖 점철된 떡밥과 실마리는 궁금을 유발하기 때문에 극장을 빨리 찾게 만들었다. 디지털 SNS 환경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의 기획/제작한 사례다.

 

요컨대 영화 파묘는 항일 코드라거나 특정 정치적 성향이 있는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인위적인 현상이 아니다. 콘텐츠에 대한 공감과 만족에 따른 것이다. 이는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내포하기도 한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은 한국형 오컬트 물 파묘의 좋은 흥행 사례를 기본 삼아 K 콘텐츠는 이제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문화할인율을 할증률로 바꾸는 노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