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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13년 12월13일자 12면 |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연예인 성매매' 보도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없다
영화 <초록물고기>에서 클럽 가수 미애(심혜진)는 어쩔 수 없이 성 접대에 나서고 이를 지켜보는 막동(한석규)은 가슴 아파한다. 증거가 남도록 통장으로 돈을 넣어줄 일은 안하겠지만 만약 성 접대의 대가로 미애에게 돈이 주어진다면 분명 이는 성매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애가 비자발적으로 성 접대에 나선 것이라는 점은 묻힌다. 얼마든지 성매매특별법으로 미애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폭력으로 해당 여성을 학대하며 성 도구로 삼았다고 해도 성매매특별법이라는 미약한 처벌로 빠져나가려면 현금을 지불해야 한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부유한 기업 헌터 애드워드(리차드 기어)는 콜걸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에게 평소에 꿈으로만 꾸던 생활을 기업을 사냥하고 받은 돈으로 제공한다. 물론 성적인 관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색다른 일상을 위한 로맨틱한 사랑이었다. 물론 그런 설정과 이야기 현실에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그녀에게 그냥 준 돈이라고 해도 수사기관이 볼 때는 성매매의 대가로 간주될 것이다.
여성 연예인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다?
연예인 성매매는 물론 연예인 스폰서를 다룰 때, 많은 매체들이 전제하는 방식은 하나같다. 애당초 무죄 추정 비슷한 것도 없다. 일단 그들의 개인적 허영심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대개 다음과 같은 논리다. 연예인 특히 여성 연예인들의 품위 유지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그 돈을 채우기 위해 이른바 물주를 잡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성매매는 자발적이 되겠다. 외모 가꾸기와 명품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경제적인 자원을 물적 토대를 갖춘 남성들이 제공하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에는 아주 무명인 배우는 관심이 적기 때문에 일정하게 데뷔를 했거나 지명도 있는 연예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과시를 위한 하나의 전리품이나 장식과도 같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자기관리와 계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가용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언제든지 물주는 다른 여성에게로 떠날 수 있다. 그 불안한 미래를 위해서라면 저장의 본능이 발동하게 된다. 더구나 발각시 위험부담도 크다. 당연히 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판돈은 커지며 이러한 상황이 금액으로만 도드라져 회자된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에 해당하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될까. 2007년, 워싱턴 정가의 성매매 마담의 주역 데보라 진 팰프리는 "'성적 판타지'만 제공했을 뿐 성매매 알선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연예인 성매매라는 것을 대하는 우리에게도 어떤 성적 환타지가 투영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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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성매매' 관련 KBS 보도 화면 갈무리 |
12월 13일 주요 일간지의 주요 헤드라인은 장성택 숙청 사건이었지만 많은 클릭은 하단에 있는 연예인 성매매 기사에서 일어났다. 국정원 선거개입이나 개혁안에 대한 뭍 타기에는 북한이나 연예인이 모두 기여를 한 셈이다. 으레 그러 했듯이 연예인 성매매에 관한 담론은 몇 가지 오류를 반복한다.
일단 연예계, 연예인 성매매라는 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편견을 강화한다. 우선 연예계라는 매우 불명확한 말이다. 1907년 단성사가 문을 열면서 포부를 밝힌 선언문에는 연예계는 극장을 중심으로 한 관계이다. 물론 그 안에 있는 이들이 연예인이다. 지금은 사실상 공간적 영역은 사라졌다. 또한 특정 공간에 관계없이 드라마나 영화에 한편 이상 출연하거나, 가수로 곡을 부르면 연예인이다. 참 너무나 허술한 직업군 개념이다.
더구나 연극이나 뮤지컬배우는 연예인이 아니라 공연예술인이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차원에서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를 직업군과 일치시키는 오류를 반복한다. 이는 강용석이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직업군 전체가 모두 부정적인 행태를 하는 것처럼 공론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성매매 등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특정개인의 가치관이나 습성이 문제인 것인데, 이를 연예인 나아가 연예인 들은 항상 그렇다는 식으로 그 전체가 성매매의 아성에 있다고 다루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즉 범주의 오류를 전형적으로 발생시킨다. 또한 특수한 사례를 들어 전체를 부정적인 프레임에 가두는 일반화의 오류도 자행한다. 콜걸들을 활용하는 이들은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잘 이용한다. 바로 정상적으로 잘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팔아서 수익을 챙기는데 이 단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정치적 사건을 흐리는 기제로 사용되는 '연예인 성매매'
연예인 도박이나 프로포폴 투여도 마찬가지였다. 범법행위들이기 때문에 그것이 분명 문제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연예인들 몇몇이 끼어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연예인들만이 그렇게 부정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상습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도 된다. 심지어는 이런 연예인 도박이나 프로포폴 사례를 들어 11월 괴담이라는 말까지 언론들은 잘 사용했다. 인위적인 패턴 만들기 즉 패턴화의 오류에 빠질수록 정치적인 사건을 흐리는 기제로 사용될 가능성은 더 많다. 요컨대 연예인 도박이나 프로포폴은 단지 연예인들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많은 것이다. 연예인들을 부각하여 그들을 도덕적 윤리적 나아가 법적으로 매우 나쁜 존재로 만들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을 우월적으로 만든다. 성매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생활주변의 성매매가 더 광범위하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부터 꿈꾼 관음증적 대리충족의 환타지가 끊임없이 연예인 성매매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자발적 성매매로 오인되는 상황도 한국사회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하여야 하는 점은 여성들이 연예계에서 버텨나가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일이다. 소위 연예계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현장은 여성들이 다른 프리랜서처럼 전문적인 역량은 물론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넓혀가는 활동이 이중 삼중으로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다.
특히 소속사를 통해 매니지먼트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관계망을 구축하는 경우에는 더욱 힘들다. 여성을 하나의 배우나 가수, 연기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섹슈얼리티 대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람들을 만나는 대로 그들이 사람들을 대한다고 해도 루머에 휩싸이기 쉽다. 체계화된 연예매니지먼트 트레이닝이나 관리를 받지 않는 연예인들은 이러한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를 했거나 뜻하지 않게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엔터테이너들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확장 구축하기 위해서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을 만나고 지인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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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성매매' 관련 TV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
물론 투명하고 공개되지 않은 사회일수록 외부 압력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사회유력인사에게 성매매인지 성 접대인지 애매한 상황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던져질 수 있다. 영화 <노리개>는 이러한 점을 담아내려 했다. 강제적이건 비자발적이건 비정상적인 접근을 통해 어떤 기회를 잡아내는 것은 반칙이다. 또한 그런 접근으로 받아낼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좋은 것일 수 없다.
어쨌든 그들은 사실상 매우 위험해 지뢰밭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셀리브리티(celebrity)들은 인지자본을 갖게 된 이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이들은 얼마든지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일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더욱 유명해지기 때문에 사법기관까지 그 덕을 보려고 눈을 불을 켠다. 물론 그것은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마치 한 마리 개를 잡아서 여러 명이 뜯어먹는 것과 같다. 이는 나중에 소속된 연예기획사에게도 큰 타격을 준다.
거꾸로 연예인들이 기업이나 사회 지도층인사들을 만났다고 해서 성매매라고 단정 짓는 것도 무리이다. 검찰이 성매매 연예인의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부당하게 이용당한 여성연예인들의 인권 보호해야
또한 성매매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물의의 사안들을 볼 때, 연예기획사의 전문성과 체계성이 부족할수록 더욱 가중되는 사례가 많다. 분명 개인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자발적이지 않은 비자발적인 요인이 있으며 그러한 요인들을 제거 할 수 있는 제도적 집단적 증지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전문적인 관리와 트레이닝프로그램이 제도교육으로 체계화되어야 할 필요성은 언제나 있다. 여성연예인에 대해서 사생활이 문란하기 때문에 이번 성매매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간주할 수 있지만, 약점이 잡히거나 계약서상의 노예계약 등이 원인의 발단이 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정원 사태를 둘러싼 정국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물 타기 보도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한 지적과는 별도로 혹여나 부당하게 이용당한 여성연예인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블랙 스완(Black swan)은 의외로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허영을 위해서 연예인의 이름을 판 이들이 있다면, 열심히 충실히 활동하고 있는 대중예술인들의 브랜드에 프리라이더로 빨대를 꼽았을 뿐이다.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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