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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의 '지옥' 인기 요인과 K 콘텐츠 지향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11. 21. 18:55

-드라마 '지옥'을 통해 본 사회상

 

어느날 갑자기 형상체가 나타나 '너는 몇월 며칠에 지옥에 간다.'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 그 시간에 정확하게 세 개의 또다른 형상체가 나타나서 목숨을 잔인하게 빼앗는다. 단지 목숨을 빼앗는 수준이 아니라 앙상하게 태워버린다. 사람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빠진다.

 

세간에서는 이것이 신의 심판이라고 한다. 즉 죄를 지은 이들을 신이 지옥에 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옥에 가는 날짜를 고지하고 실제로 목숨을 빼앗는 신들은 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로지 날짜를 고지하고 그 시간에 정확하게 목숨을 태워 버린다. 이렇게 되자 신의 처치를 옹호하며 죄를 지은 자들을 공격하고 그 남은 가족들까지 비난하거나 공격하면서 세를 불리는 집단이 생겨난다. 죄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죄를 자백하라고 강요하기에 이른다. 남은 사람들까지 연좌죄에 시달리기 때문에 처벌 고지 사실을 숨기게 되고 종교세력은 이를 찾아내고 공개해버린다. 더구나 공개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장면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중계하면서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고 나아가 심지어 수익 사업을 벌인다. 그들에게 사람 목숨은 매우 좋은 사업거리이다. 더구나 예고된 시간에 정확하게 집행된다. 이것을 그들은 시연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시연은 막대한 권능과 이익을 정확하게 부를 불려주는 셈이다. 남의 죄는 자신의 도덕적 윤리적 우위를 높이고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는 현실을 꼬집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지옥에 간다고 고지하는 존재가 정말 신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지옥이라는 말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신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인간과 다른 존재이면서 초월적인 능력을 갖고 지옥을 언급하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면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은 스스로 인간이 만들어낸 프레임 즉 인식의 창일 뿐이다.  그 신이라 불리는 존재는 어떻게 보면 괴생명체일 수 있고 인간의 한계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는 존재일 수 있다. 지옥이라는 말에 그 말을 고지 받은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들 심지어 공권력조차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경찰력이 안된다면 군대라도 출동을 해야 하지만 지옥이라는 말에 모든 제도와 시스템이 무기력해지고 만다. 그 괴생명체들은 단지 애니 '진격의 거인'처럼 사람을 사냥해서 영양을 섭취하는 존재일 수 있다. 그런데 꼭 그렇게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이 필요할까. 아니면 그러한 사냥 과정을 즐기는 또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 괴형상체들도 다른 존재의 피고용인일 수도 있다. 관람인을 위해 퍼포먼스를 하는 존재의 양식은 인간만이 전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지를 미리하는 것은 고지를 받은 사람들의 심리적 행태들을 즐기기 위한 것일수 있다. 심지어 20년 전에 고지를 받은 인물도 있으니 그가 사이비 교주로 교단을 키워가는 것은 괴형성체들에게는 아주 흥미로울 수 있다.

 

결국 이는 해석의 문제이다. 괴형상체가 사람의 약점을 파고들어 지옥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생명을 빼앗기는 점은 분명 팩트다. 하지만 그것을 인간이 오로지 죄와 벌, 신의 계시와 행동으로 해석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해석을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게 움직이는 세력이 있고 이를 막으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피해자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은 사회상일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적고 피해자가 되어 보기전에는 이런 비극적 모순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간의 죄와 신의 처벌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죄는 상대적인 개념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선을 강조할 수록 오히려 이러한 악의 세력이 더욱 사람을 괴롭히고 괴형상체가 사람을 해치는 현상을 신의 계시나 조치라고 합리화하면서 방관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위에 서는 권력 요인을 수용하고 과장할 때 그 선의 부각은 악의 세력으로 성장하고 실제로 더 큰 악이 된다. 그런데 그 악행을 하는 자들에게 조차 신이라 불리는 괴형상체들은 관심이 없다. 애초에 선과악, 죄와 처벌은 관심이 없고 그 괴생명체들의 유지에 도움이 되도록 인간을 이용하는데만 꽂혀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이 왜 정말 악한 인간들에게 처벌을 하지 않냐고 원망할 일이 아니다. 인간의 힘을 스스로 정리정돈을 결국 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사법부는 믿일 수 있나 아니 사적 복수는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인가? 결국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하는 것만이 있다.

 

이는 단지 인간의 죄와 신의 처벌이란 도식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회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하고 이용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단 종교단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공감은 무엇보다 문화적 지향에 있다. 인간은 자율성을 가지고 사회상이나 세계의 움직임을 바르게 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오징어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약육 강식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해도 연대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율성이 있다. 지옥도 마찬가지다. 당장에 그들이 소수일지라도 말이다. 결국 그들이 승리하게 물론 과정은 힘들지라도. 그점이 사실은 항상 K콘텐츠가 보여온 점이고 세계인들이 호평하고 선호하는 배경과 맥락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 콘텐츠가 어느 쪽으로 가야할 것인가, 자극적인 시각적 효과와 설정이 본질은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글/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대구대학교 외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