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배우 오일남 신드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10. 25. 00:41

-배우 오일남 신드롬의 시대적 가치.

 

깐부라는 이름을 쓰는 치킨 회사는 오히려 배우 오일남에게 광고비를 지급해야 맞다. 이런 말이 이상할 수 있다. 광고 출연을 한 적도 없는데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광고 출연을 거절했던 배우 오일남이었다. 광고를 거절했지만, 오히려 거절한 사실 때문에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셈이 되었으니 광고를 찍은 것보다 효과 만점이었다. 광고를 꼭 출연해야 광고 효과가 있지는 않다.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말은 마케팅에서도 중요하다. 오히려 치킨 광고에 출연을 했다면 반감(反感)이 있었거나, 그 효과가 반감(半減)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 더 치킨기업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던 것은 오일남 배우의 광고 철학이었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광고에서 이 깐부를 직접 언급하면 작품에서 연기한 장면의 의미가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됐다면서 그래서 정중히 고사한 것이라고 했다. 깐부는 구슬치기나 딱지 치기를 할 때 서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한 편을 뜻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구슬치기를 성기훈과 오일남이 할 때 나온 말이다. 순수한 동심의 시절 모든 것을 비워두고 공유하던 그 깐부. 이 개념을 치킨 광고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는 마음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라고 고민이 왜 없을까. 많은 광고가 들어와서 잠깐 생각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유는 심플했다. “와이프도 나름 힘들게 살았지만 그래도 손 안 벌리고 살면 되는 거다. 가족들도 제 뜻과 다르지 않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만 그게 다 욕심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님 배역을 많이 하다보니 그런 무욕의 말을 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본인만이 아니라 아내 그리고 자녀들까지 모두 동의했다고 하니 그 철학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나 싶다. 그가 가장 즐거운 시간은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라고 하니 그 소박한 삶의 자세가 깊은 울림을 낳기에 충분했다.

 

배우들은 당연히 드라마가 크게 히트를 하면 광고 출연이 당연지사였다. 드라마 히트와 상관없이 먼저 광고를 찍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아니 아예 드라마 출연도 하지 않으면서 광고만 촬영하는 배우들도 많다. 그들이 배우인지 광고모델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제품이 어떤지 전혀 사용해 보지도 않고 심지어 알지도 못하고 광고에 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말을 적는 것 자체가 촌스럽게 여겨진 상황이다. 김구라식으로 하면 돈이 되는 일이라면 광고 촬영은 본질과 분리되어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리 아닌 진리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데 이러한 문화 아닌 풍토에 대해서 오일남은 일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우 오일남이 광고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나름의 광고 철학은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자신에게 보람이 있는 공익 광고에는 출연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수많은 광고에 출연하는 스타들은 과연 얼마나 만족할 것인가. 아마도 만족은커녕 고된 작업 때문에 힘든 것은 물론이고 기억조차못할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진정으로 사용하는지도 신경 쓰지 않고 광고비로 빌딩을 구입해 다시 차액을 노려 보상받으려 했다.

 

우리 사회에 존경할만한 원로가 없다고 한다. 아니 있다. 원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원로를 주연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조연들 가운데에는 배우 오일남처럼 존경할만한 삶의 자세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이 많다.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던 배우 윤여정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존경받을만한 원로다. 조연이 없다면 주연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이 드라마이고, 주마다 드라마를 찍는다. 주연의 생명은 짧지만, 조연의 수명은 길다. 이유는 그들은 마다하지 않고 연기에 매진하지만, 주연은 자신에게 유리한 작품을 고르는 법이다. 주연은 돌아갈 뿐 주연에서 조연으로 수용가능할 때 옛주연들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거의 조연이다. 때문에 오히려 더 항구적일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민주공화정의 원리와 맞닿아있는 점이다. 조연들의 민주주의 그리고 민주 공화정의 원칙에서 다시 대중문화철학도 자리매김해야 한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