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에프엑스는 정말 뭔가 다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8. 28. 06:10

에프엑스는 정말 뭔가 다른가?

-걸그룹의 정체성을 묻다.

소녀시대, 카라, 2NE1, 브라운아이드걸스, 티아라, 포미닛, 애프터스쿨 등 걸그룹이 범람을 이루고 있다. 대중들은 이 가운데 어떤 그룹이 더 나은지 서로 각자 의견을 주장하다 다투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걸 그룹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인가.

남성 아이돌 그룹의 활동이 주춤한 사이 걸 그룹의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동방신기의 경우, 멤버들의 소송 제기 등으로 활동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만은 사실인 듯싶다. 여기에 가수 비나 빅뱅의 활동도 주춤하다. 하지만 남성 아이돌 그룹의 활동과는 관계없이 여성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전처럼 남성 아이돌그룹의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2NE1,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과 같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음악성과 함께 주체성을 노래하고 있다.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의 경우 성숙하거나 청순한 이미지를 통해 남성 팬들을 공략한다면 2NE1, 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 등은 중성적이면서 실험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통해 여성 팬들까지 불러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다문화적 요소도 많이 받아들여 여성 5인조 신인그룹 에프엑스나 2NE1는 해외 출신 멤버들을 구성하거나 어학 실력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걸 그룹의 범람은 한편으로 한국대중음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10대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반응이 큰 것으로 입증된 걸 그룹들을 조직하고 있는 것이다. 후크송과 같이 비슷한 형태의 음악이 양산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비롯한다. 몇몇 작곡가등이 같은 패턴의 곡을 쏟아낸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인기를 끌면서 이와 비슷한 걸 그룹 혹은 그들과 약간 차별화되는 구성원들을 결성시키고 있다. 즉 이른바 유사복제 현상이다.

갈수록 그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에프엑스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략 평균연령이 16.4세라고 한다. 이는 청소년을 상품화 한다는 비판이 있을 만도 한데, 그러한 비판적 시선은 찾기 힘들다. 영악한 어린이 현상과 맞물리면서 청소년들 혹은 어린이도 이러한 걸 그룹에 자신을 동일시와 대리만족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1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많은 걸 그룹들이 경쟁 속에 불꽃 튀는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면서 긍정적인 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일상적 패션의 강조와 유행이라는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즉 음악성은 없고 패션스타일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집단 군무나 몸매, 구성원들의 캐릭터가 더 전면에 부각된다. 그러다보니 음악적 트레이닝 없이 바로 이합 집산하는 모습들이 부정적인 모습을 각인시킨다.

무엇보다 걸 그룹들은 많은 멤버 수를 확보하는데 이것도 일면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종 연기자를 위해 여성 음악 그룹을 수단화 시킨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또한 걸 그룹의 범람은 댄스나 힙합음악 일변도의 획일적인 음악만을 용인시키고 있다. 발라드 등 다른 장르의 가수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각 방송사 음악프로담당자들은 순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이 음악적 위기는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는 떠들썩하지만 정작 음반 판매량은 그렇게 크지 않다. 음원소비량도 많은 걸 그룹이 회자되는 것에 비해서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그것은 그만큼 음악적인 요소보다 비음악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음반을 구매하지 않는 풍토만 나무랄 수는 없어 보인다.

가을을 맞아 새롭게 컴백하는 가수에게 기대를 해보아야 하지만 걸 그룹 거품 기조의 지속 때문에 난조가 예상된다. 여성 멤버들을 모아놓으면 뜬다는 걸 그룹 신화는 이제 끝나가야 한다. 아니 거품은 꺼질 거라면 일찍 꺼져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한국대중가요를 위해서나 팬들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들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청년들에게 환타지와 시각적 즐거움으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고 있다는 사회학적 분석에 위안을 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