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대구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2009년 영화 ‘아바타’가 흥행 수액을 3D 입체 영상을 통해 올렸다. 일반 2D로 관람한 관객들이 다시 3D 입체 영상으로 다시 감상했다. 이른바 N 차 관람을 불러일으켰다. 상상만으로 간직했던 세계를 영상으로 구현했기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3D 입체 영상 테크놀로지에 관한 투자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3D 입체 영상은 언급되지 않는다. AR과 VR을 넘어 MR을 언급하다가 다시 메타버스 담론에 수용되었다.
전작이 N 차 관람 패턴이었다면, 아예 영화 ‘아바타 2’는 많은 4D나 X스크린으로 관람하고 있다. 초기에 관객 동원 몰이에 성공할 수 있기에 이런 현상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다만, 과연 전작의 기록을 스스로 깰 수 있는가이다. 전작은 1400만 관객을 동원해 국내외 영화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물론 1700만의 영화 ‘명량’이 나오기 전이었다. 2022년 ‘명량’의 후속작인 ‘한산’은 ‘명량’의 기록은커녕 천만 관객 동원에서 실패했다. 본래 한산대첩보다 명량대첩이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예측은 했지만, 흥행을 예상보다 많이 못 미쳤다. 그나마 전작의 후광 효과와 이순신 브랜드가 버텨주었다. 캐릭터의 다양성을 변주할 수 있는 영화 ‘외계+인’은 이런 면에서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영화 ‘아바타’와 ‘명량’ 후속작은 점점 더 관객 파워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만든 것과 차이가 있었다. 눈덩이가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처음에 단단하게 덩이가 이뤄져야 한다. 마블은 원작이 이미 있었기에 팬덤이 형성되어 있었다. 각 히어로 캐릭터의 개별성과 완전체의 정합성을 골고루 배치하거나 융합했다. 그런데 이순신 3부작 시리즈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더구나 심지어 이순신은 배우가 연작 시리즈마다 다르다. 1편 명량은 최민식, 2편 한산은 박해일, 3편 노랑은 김윤석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모두 이순신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기대 편차가 존재한다.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볼 때 한 인물에 대한 멀티 캐릭터는 감정이입 이후에 가능한 문제다.
영화 ‘아바타’는 원작이 없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감정 몰입과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 그 때문에 매혹적인 나비 족을 등장시켰다. 대신 언캐니(Uncanny)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션 캡쳐 방식을 넘어서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 방식을 취했다. 2편에서 이런 감정 몰입과 공감의 장치는 덜 설정되고 스토리 설정과 전개, 캐릭터 사이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 시각적 관점에서 바다의 풍경의 감흥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덜 하게 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시각적 효과를 통해 몰입을 증가시키면 캐릭터의 몰입성보다 더 긍정의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매력을 형성시켰는지는 점 지켜봐야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아이들을 대거 등장시킨다. 낭만적인 청춘 남녀의 로맨스가 기본이었던 1편과는 판이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트러블 메이커로 설정한다. 매번 갈등 상황과 위기는 다섯 아이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회자할 정도이다. 왜 이렇게 아이들 캐릭터를 구성했을까? 무려 다섯 명의 아이는 다양한 스토리를 내재하는 듯싶다. 이는 앞으로 3, 4, 5편에서 펼쳐질 스토리의 밑 얼개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2편에서 얼마나 아이들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짧은 콘텐츠를 추구하는 디지털 수용자 시대에 이렇게 갈수록 대작과 연작이 할리우드 콘텐츠의 전략이 되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매혹을 통해 몰입을 지속시켜야 한다. 아바타2는 무려 3시간 12분이나 된다. 스토리텔링보다 중요한 것이 캐릭터라는 점을 우영우는 잘 보여주었다. 없으면 캐릭터를 아바타처럼 만들어가야 한다. 영상 시각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이에 부합해야 한다. 캐릭터는 한가지 상황이 아니라 인간의 희노애락과 다양한 공간 속에 처해야 한다. 더구나 글로벌 콘텐츠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면 더욱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마블과 어벤져스 우리에게 세계적인 캐릭터는 거의 없다. 전반적으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웹툰이나 ‘오징어 게임’처럼 몇몇 사례가 갓 나오고 있다. 이를 잘 확장하면서도 스스로 ‘아바타’처럼 재창출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발굴보다 캐릭터의 변주가 왜 중요한지 그것에 바탕을 두고 첨단시각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숙고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