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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신드롬과 온라인 탑골 공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2. 21. 15:39

-양준일의 미래를 보장하기

 

양준일은 시대를 앞서간 대중 음악가였지만 한국에서도 버려지고 힘들게 미국에서 살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어깨가 무겁다. 일단 양준일 신드롬은 지나간 천재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천재들이 그러하듯이. -드래곤은 크리에이티브했다. 지나간 천재들의 재발견이 이뤄진 것은 스마트 모바일 환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간 아날로그 콘텐츠 환경에서 비운의 천재들은 얼마든지 있었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재발견한 이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었다. 그것이 미래에 고무적이다.

 

흘러가는 방송 프로그램을 잡을 수 없었다. 재방송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나간 버스와 같았다. 지나간 버스는 다시 탈 수 없다.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지털이 주는 장점은 지나간 버스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지나간 영상 콘텐츠들을 다시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스마트 모바일은 더욱 더 그 접근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지나간 버스들이 차곡차곡 대기하고 있었다.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행 버스 같은 차고지가 바로 온라인 탑골공원일 것이다. 탑골공원처럼 옛스러움의 콘텐츠가 가득한 온라인 공간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트렌디한 재탄생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가요 순위 프로에서 시작하고 이제는 드라마, 예능, 광고에 이르고 있다. 처음에 시작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예전의 아날로그 방송프로그램을 단순히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인기가 있다 보니 온라인 동영상 업체들이 이러한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영상 콘텐츠들을 동시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탑골공원에 예전의 30-40대만 문정성시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대들도 주목하고 있다. 그것을 문화가교 역할이라고도 한다. 청년세대의 차별화와 구별짓기가 작동한 면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온라인 탑골 공원의 인기 원인은 추억의 보물창고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과거에 관한 궁금증, 호기심이 작동하고 있다. 세대 망각이라는 현상이 있음도 생각할 수 있다. 아무리 익숙한 콘텐츠라고 해도 한 세대가 지나면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새로운 세대에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전 세대에게 익숙한 콘텐츠라고 해도 새로운 세대에게는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된다. 지금도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현상들의 옛 모습을 더듬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을 찾는 것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아카이브는 단지 사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화적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즉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문화유산이며 문화유산은 누구에게나 공유되는 것이 공화국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문화공화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과거 속에만 존재한다. 가수들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렇게 머물수만은 없는 것이 뮤지션들이다. 대개 복고 트렌드에서는 지금 현재 그 과거에서 벗어나 새롭게 활동을 하고 있다면 외면 받는 공포 속에 존재하게 된다. 새로운 버스로 거듭나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과거의 차고지에 갇혀 있고 미래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도 있다. 과거 속에 갇히기만 바라는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이며 더욱 그것을 중시하는 것이 예술가들이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아날로그 컨텐츠의 디지털화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단순히 박물관에 그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직 그 온라인 탑골 공원의 사람들이 현재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양준일 신드롬이 탑골 공원에만 있으면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에 있으면 안되고 현재를 넘어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창작곡을 기대한다. 그 창작곡은 단지 과거세대가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일 때 실제적인 가치를 더욱 갖게 될 것이다. 양준일을 포함한 새롭게 주목받는 중고신인들에게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는 것이 민주 공화국의 예술정책이어야 한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행복 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