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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포비아’인가, '언텍트' 족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2. 10. 01:02

-‘콜 포비아’으로만 볼 것인가 언텍트 족이 이유도 있다.

 

최근 콜 포비아라는 말이 미디어에 많이 오르내렸다. 이 말의 개념은 전화 받기가 두렵거나 기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 질병수준은 아니지만 장애수준도 아니며 단지 신드롬 정도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전화 받기가 두려워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은 이들도 꽤 된다는 설문조사도 있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 원인으로 음성보다는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직접 원인으로 2009년 이후 스마트폰을 꼽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원인이라면, 대개 스마트폰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젊은 층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설문조사에서 젊은 층일수록 직접 음성으로 대화를 하기보다는 문자로 하는 채팅이나 톡방으로 소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접 토론을 하기보다 인터넷 댓글을 달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보니 악플과 혐오 표현이 많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탓에 젊은 세대들이 이런 콜 포비아상태에 있다고도 한다. 사람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문자로 해결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자로 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전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유용하고 실제적인 때도 많다. 더구나 이런 문자 중심의 소통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전화가 기본적으로 음성으로 통화하는 통신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세대는 반드시 스마트폰이 음성 소통용으로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복합 기기니까 말이다. 물론 젊은 세대가 문자를 많이 쓰는 것은 경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 문화에서 통신 요금을 아끼기 위해 문자로 소통하는 일은 10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었고,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스마트폰 환경에 구축되면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쇼핑, 검색, 자동이체, 예매, 주문, 수령, 접수 등 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직접 사람을 대면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비대면으로 일을 처리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애써 사람을 마주안고 대화해야하는 지 그 필요함을 못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등장하는 것이 언텍트족 현상이다. 사람과 직접 마주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러한 스마트 모바일 서비스가 많아진 것도 결정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 대면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의식해서 표정이나 몸짓, 언어를 구사하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의지와 욕구가 강하다고 해도 대면을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피할 수가 없다. 더구나 상사들이 요구하는 직접 대면을 어떻게 할 수 있는 통제권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직장 상사의 전화는 콜 포비아 수준일 수밖에 없다. 그 외의 경우에는 단지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받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보면 언텍트족이라는 개념은 주로 자신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이는 행태들을 묶어서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할 수가 있다. 권력관계가 발생하고 그 관계에서 주도적 위치가 되지 않는다면 포비아 단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불가항력적으로 오래 유지된다면 장애나 질병으로 더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글 /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