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맛집은 시민 스스로 정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민중들 사이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이런 만들은 맛집을 찾는 트렌드를 통해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신문 잡지 책 그리고 방송을 보고 맛집을 찾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바로 방문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스마트 폰으로 이뤄진 모바일 환경은 더욱 이를 가속화했다.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맛집은 시민들의 맛집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이는 올드 미디어의 권위뿐만 아니라 관련전문가들의 지식과 취향의 카르텔도 무너지게 했다. 예전에는 도심에서 맛집을 찾았지만 이제는 도심을 벗어나고 지역에 있어도 그 맛집을 찾아간다. 문화 콘텐츠의 선택에서도 네티즌 평점이 중요해졌듯이 이제 맛집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가 있다. 맛집은 핫플레이스의 지대추구행위에서 이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쉐린 가이드 미슐랭의 별점이 조작되었다는 폭로가 있었다. 미쉐린이 여행자들을 위해서 식사 정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지만 따로 권위를 갖게 되었고 나아가 세계적인 맛집 권력이 되었다. 찬반 논란은 있었다. 평가 기준의 공정성 문제는 그동안 계속 불거져왔다. 한식의 경우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 자체 내의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외국인들의 입맛을 우선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미슐랭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컨설팅 비용 지불과 별점 평가와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관계자들의 폭로 내용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지만, 이와 별도로 이러한 별점이 더 이상 의미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 전문가들의 평점보다는 같은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공유하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불거진 컨설팅 비용 스캔들은 이러한 저물어가는 소수의 문화 권력의 징조라고 할 수가 있다. 이용자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 이상 전문가들이 정한 아니 소수가 정한 맛집 식당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무조건 갈 이유가 없다. 더 이상 누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시민들이 갇히거나 억지로 배치된 콘텐츠를 사육 당하듯이 섭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음식도 스스로 스마트 모바일 통해 신뢰성에 대해서 검증을 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나 소수가 만들어 놓은 권위보다는 이용자 나아가 시민 스스로 만들어낸 권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맞다. 앞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발을 한다고 해도 시민들이 그 미슐린 식당들을 꼭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스스로 방문하고 판단하는 시민의 맛집 문화가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집이 가장 훌륭한 맛집이다. 그것에 대해 스스로 권위를 갖는 것은 음식의 취향에 관한 자존감의 여부에 달렸다. 더 이상 해외의 브랜드에 관한 알수 없는 선망과 경외는 우리의 입맛앞에서 허물어지는 것이 시대적 정신에 맞을 것이다.
글/ 김헌식(평론가.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