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양날의 칼… 네티즌의 ‘댓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7:37

양날의 칼… 네티즌의 ‘댓글’

[서울신문]인터넷 댓글의 힘이 갈수록 커지면서 네티즌은 이미 새로운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방송가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그램 제작·방영·연장 등과 관련, 네티즌의 의견은 주요 결정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방송 중 실시간으로 오르는 온라인 게시판 글은 물론, 방송이 끝난 뒤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 등에도 방송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네티즌의 힘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실시간 댓글은 보다 나은 방송 제작에 기여하고 ‘댓글이 많을수록 흥행한다.’는 불문율도 있지만, 빗나간 댓글은 잘못하면 독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익명성에 기대어 근거없이 비방하거나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디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를 주제로 열린 ‘MBC 100분 토론’만 해도 방송중 실시간 댓글만 무려 7000여개가 달렸다. 또 방송이 끝난 후 며칠 동안 관련 댓글이 2만여개가 오르는 등 인터넷 여론이 과열되는 현상을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옹호냐 비판이냐에 따라 끝난 후 상대편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공세를 받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특히 개인 블로그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마저 적용되지 않아 인신공격성 악플이 난무했다.

사실 본인 확인제가 실시돼도 악플 근절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디시인사이드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악플 근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5027명 중 64%인 3217명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본인 확인제를 실시 중인 사이트에서도 개인 명예훼손·사생활 침해·언어폭력 등 사이버 테러가 지금도 심심찮게 자행되고 있다.

악성 댓글뿐만 아니라 허위 댓글도 문제다. 최근 유명인사들의 허위 학력 논쟁이 일자 스탠퍼드대 학사 및 석사 학위를 3년 반만에 취득했다는 이유로 엉뚱하게 타블로가 도마에 올랐다. 에픽하이 활동 초기 공중파 방송에서 졸업장을 촬영해가기도 했다는 타블로는 때아닌 해명을 자청하고 나서는 등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아니면 말고’식으로 올리는 댓글들은 자칫하면 연예인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는 별도로 드라마 편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최근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인기를 얻자 연장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1회 연장과 스페셜편 방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같은 방영 연장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배우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또 창작품에 대한 의견 개진이 오히려 창작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내 공론화의 장을 넓힌다.”는 긍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MBC 드라마국 정운현 국장은 “시청률과 네티즌의 반응이 드라마 연장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긴 하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경우 시청자 반응은 좋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연장할 경우 여러가지 부담이 많이 따르는 게 사실이지만, 관계자의 사정 등을 잘 살펴 조율하는 만큼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네티즌과 방송간의 관계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시청자와 방송 사이 쌍방향 소통이 활발해져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또 네티즌만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언론의 책임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문제가 많은 기사는 바로 댓글로 작성하는 기사”라면서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중계식으로 댓글을 기사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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