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악당의 편에선 ‘고양이’ 수난시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7. 23. 18:15

악당의 편에선 ‘고양이’ 수난시대



[한겨레] 


대중문화 속에서 악당의 편에 선 동물은 늘 수난을

당한다. 악당의 음모가 성공하면 회심의 미소를 띄우지만, 실패하면 악당으로부터

내동댕이 처지거나 줄행랑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그런데 언제나 악당은 마침내

실패하기 때문에 동물도 예외없이 수난받는 존재다. 어떤 때는 악당보다 더

악당스러운 동물들, 만화나 드라마 등을 빛내는 조연 중에 단연 최고다.

예전

어린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스머프’(http://www.smurf.com)나 ‘형사

가제트’란 만화영화에서도 그랬다. 스머프에서는 악당 가가멜과

‘아지라엘’(고양이 이름)이, 가제트에서는 크로우 박사와 ‘매드 캣’이 한

묶음으로 ‘악당’이 됐다. 아예 ‘톰과 제리’처럼 고양이 ‘톰’이 악당인 것도

있다. 이들 만화에서의 공통점은 악당 또는 악당의 조연자 모두 ‘고양이’라는

사실.

최근 여기에 한 마리의 고양이가 더 추가됐다. 지난 30일 방송된

<한국방송>의 역사드라마인 ‘불멸의 이순신’ 에서 선보인 ‘와키자카의

고양이’다. ‘와기자카의 고양이’는 극중 일본 장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시계가 없던 당시 시간을 알아보기 위한 소품으로 등장했다. 고양이의 눈은 정오가

되면 가장 작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동공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에 시계 대신

고양이의 눈을 보고 시간을 알아내려는 일본군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3번이나 던져지고, 심지어 목졸림까지…

30일 ‘불멸의 이순신’에서

고양이는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낮익은 캐릭터였다. 악당의 편에 서서

악당에 ‘도움’(시간을 알려줌)을 주면서 악당과 공존공생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악당이 위기에 처하고 작전이 실패하면 곧바로 내동댕이 쳐진다. 고양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극중 와키자카는 이날 고양이를 세차례나 대동댕이 쳤다.

방송이 나간 뒤, 누리꾼들은 와키자카의 고양이 학대를 따졌다. 일부 누리꾼은

방송내용 가운데 고양이를 내동댕이 치는 모습을 따로 편집해 동영상 파일을

올려놓기도 했다.

[관련 동영상] 와키자카의 고양이

디씨인사이드

순신갤러리에서 ‘한빛오링’이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고양이를 왜 이렇게

괴롭히냐”며 “오늘만(30일) 해도 3번? 진짜…와끼조까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상상초월’이라는 누리꾼은 “와키자카에게 던져지고

심지어 목졸임까지 당한 하얗고 이쁜 고앙이”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누리꾼

‘가비현’도 “와키자카 하얀 고양이를 (후덜덜;)… 와키자카 품에 안겨있는

고양이 정신상태가 왠지 불안해보였다”고 말했다.

빛나는 조연

‘고양이’가 오히려 ‘주인공’?


누리꾼들은 악당의 조연으로 나온

고양이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에서는 ‘와키자카 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댓글도 나오고 있고, 고양이의 품종을 물어보는 질문도 눈에 뛴다.

무엇보다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쪽은 ‘순신폐인’들. 이들이 디씨인사이드

http://kr.dcinside8.imagesearch.yahoo.com/zb40/zboard.php?id=leesunsin)’에서

보여주는 ‘와키자카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아이고. 와키자카가

너무나도 곱게 애지중지하며 금이야 옥이야 키운 티가 나는 고양이군요.

아름답습니다ㅠㅠ”(디씨인사이드 순신겔 ‘아테’) 

“고양이 너무

부러웠3.........OTL” (〃 ‘아마도’)




누리꾼들의

고양이 사랑으로 고양이는 조연을 넘어 주연에 이르는 ‘인기’를 얻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줄거리인 ‘권선징악’ 코드로 보면, 고양이와 악당 한 묶음의

균형이 깨지는 양상이다. 디씨인사이드에는 고양이가 주인공이 아닌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댓글까지 올라왔다. 누리꾼 ‘이과생’은 “오늘도 고양이

등장할까?”라며 주인공 ‘이순신’보다 더 궁금해 하기도 했다. 또, 고양이의

‘탁월한 연기’에 대한 칭찬도 빠지지 않는다. 누리꾼 ‘샤그랅’은

“고양이는 대사에 충실했다”며 “왉히(와기자카)가 집어던질 때마다

꼬박꼬박 ‘야옹~’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번 연기대상 시상식 때 고양이는

과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불멸의 이순신’은 ‘형사

가제트’?


이쯤되면 한국방송 쪽이 악역의 조연인 고양이 배역설정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누리꾼들은 드라마가 만화

‘형사 가제트’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와키자카의 복장과

고양이는 바로 형사 가제트에서 나온 크로우 박사와 매드 캣을 닮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불멸의 이순신’에서 와키자카가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확대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사진을 보면, 크로우 박사의 매드 캣과 와키자카

고양이는 색깔만 다를 뿐 너무나 닮았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누리꾼 ‘디

그레이맨’은 “오늘(30일) 와키자카와 고양이를 보면서 만화 ‘형사 가제트’

에서 팔만 나오는 크로우 박사와 그 고양이 같았다”며 “심각한 장면인데 자꾸

컴퓨터 형사 가제트가 나와야 할 것 같아서 잠깐 웃었네요. ㅋㅋ 나와라 가제트

파~~~ㄹ”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쉬운사랑’도 “와키자카의 저 하얀 고양이는

또 뭐 저런…가제트의 그 무슨 박사냐”며 “점점 오바가 심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따졌다. 누리꾼 ‘로드자이’도 “30일 이순신을 보면서 한가지 웃긴

점은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들은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다”며 “그것도 고양이를

쓰다듬는 장면은 가제트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참고로 가제트의 그

박사는 검은고양이다”며 만화와 드라마의 같은 점과 다른 점까지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드라마 ‘옥의 티’ “딱 걸렸어!”… “조선시대에 왠 터키

고양이가?”


드라마의 대사까지도 바꾸는 누리꾼들의 눈에 ‘옥의 티’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디씨인사이드에서 누리꾼 ‘한빛오링’은 “(고양이)는

터키쉬앙고라다”며 “그런데 조선시대에 웬 터키쉬앙고라? 그냥 일반

한국고양이루 쓰지. -..-;””라고 주문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고양이는 ‘터키산

앙고라(Turkish Angora)’다. 보통 ‘터키쉬 앙고라’라고 부르지만, 코트가 적고

잘 엉키지 않으며 부드러워 ‘실크 코트를 걸친 귀부인’이라는 성찬의 이름을

따로 얻었다. 터키산 앙고라는 흰색이 대부분이고, 협회에 따라서는 흰색 이외의

칼라도 인정해준다. 특히 이 고양이는 친해지기 쉬운 성격이지만 케이지나 실내에

갇혀있는 것을 싫어하고 속박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자유럽게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온화하고, 영리하여 길들이기 쉽고, 매우 깔끔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산

앙고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터키쉬앙고라 고양이

카페(cafe.daum.net/angora)’ 나 인터넷 검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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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속 고양이의 두 얼굴 ‘악당’과 ‘친구’사이

대중문화 속에서 ‘악역’을 맡은 고양이들은 어떨까?. 고양이를 떠올리면,

어린시절 악당의 대명사인 고양이 톰도 빼놓을 수 없다. ‘톰과 제리’라는 만화의

주인공인 톰은 늘 똑똑한 생쥐 제리에게 당한다. 톰은 제리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늘 제리에게 당해 꼬리가 불타거나 머리를 얻어맞는 등 무늬만 고양이인 악당으로

나온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번번히 미수에 그치는 캐릭터도 있다. 바로

‘스머프’에서 악당 가가멜과 같이 사는 아지라엘은 스머프를 잡아먹는 것을

좋아해 가가멜이 스머프를 잡는 날만 기다린다. 아지라엘은 가가멜이 스머프를

잡을 때마다 먹을 기회를 노리지만 혼나기만 할 뿐, 한번도 스머프를 잡아먹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다. ‘포켓몬스터’에서도 고양이는 빠지지 않는다. 이

만화에서 나오는 고양이는 ‘나옹’이와 ‘페르시안’이다. 페르시안은 두목

지오나비의 오른팔이고, 나옹은 두목에게 최고의 고양이임을 보여주기 위해 나쁜

음모를 꾸미거나 희귀하고 특별한 포켓몬을 잡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반드시 악역 또는 악역 조연을 도맡아서 하는 건 아니다.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영화 ‘이웃의 토토로’에서

‘고양이버스’는 토토로의 친구이자 교통수단이며, 사건을 해결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세일러문’에서도 루나, 아르테미스, 다이아나 등 세 마리의

고양이가 나온다. 루나는 세일러문의 주인공 세라를 지켜주고 인도해주는 보라색

고양이이고, 아르테미스는 세일러 비너스인 미나코를 지켜주는 하얀 고양이다.

다이아나는 루나와 아르테미스의 딸로 꼬마 세라를 지켜주는 역을 한다. 그러나

‘우리편’ 고양이는 이처럼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역시 대중문화 속에서

고양이는 악역이나 악역 조연으로 친숙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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