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리스, 간접광고논란에도 덜 욕먹는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2. 9. 09:53

 


드라마 '태왕사신기'제작비는 430억이었다. 물론 그 가운데 세트장 건설비 130억을 제외하면 촬영에 들어간 돈은 300억이었다. 물론 많이 알려졌다시피 김종학과 배용준의 파트너십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 태왕사신기 > 는 사실상 실패했다. 특히 일본에서 실패는 뼈아팠다.

이로써 한류 겨냥의 블록버스터 드라마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드라마 < 아이리스 > 가 등장했다. 불황기에 등장한 드라마 < 아이리스 > 는 약 200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컨텐츠였다. 공식적으로 밝힌 제작비만 한정되었다. 20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편마다 1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1시간당 방송광고비는 최고 3억원 수준이고, 예외적으로 < 선덕여왕 > 은 5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를 방송사가 제작비로 다줄 수 없다. 만약 < 아이리스 > 의 방송 광고료가 5억원이라고 해도 2억~3억 정도밖에 제작비로 순환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협찬사 광고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첩보블록버스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때문에 드라마 < 아이리스 > 의 제작비 투자를 받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의 ´문화수출보험´을 통해 40억원을 지원받고, 6개 제작지원사가 직접 지원을 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29개의 기업이 협찬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너무나 많은 업체들이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 종료 후 주어지는 20초의 협찬사 자막 노출시간에 다 넣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번갈아가면서 자막에 넣어주고 있다고 한다.

물론 광고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 '아이리스'의 투자구조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병헌의 개런티가 1억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쓴 소리가 나오자, 투자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고액이라는 해명도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고육지책의 복잡한 투자구조는 사실 드라마 내용을 감상하는 시청자들을 복잡하게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문제인 것이다. 너무나 많은 간접광고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상이나 액세서리는 부수적이다.

북한 요원이 한국의 핸드폰을 사용하고 모 기업의 신형 모델의 자동차를 지나치게 오래 노출시켜 빈축을 사는가 하면, 전혀 맥락에 관계없이 특정 그룹의 노래를 드라마 배경에 노골적으로 삽입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직 분양이 되지 않은 신축 빌딩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등장시켜 분양 마케팅을 선도하기도 했다.

간접광고가 시시때때로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로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1957년 미국의 한 극장, 화면에 '목이 마르면 코카콜라를 마셔라, 배가 고프다면 팝콘을 먹어라' 등의 문구를 여러 차례 넣었다. 시간은 0.0003초.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두 제품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1950년대 미국 시장의 0.25%에도 못 미치던 말보로 담배인데 이 담배는 미국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와 드라마 속 멋진 카우보이가 항상 말보로 담배를 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대 김재휘 심리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드라마의 간접광고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무의식적 기억 효과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1968년 자종크(Zajonc)의 논문(Attitudinal Effects of Mere Exposure)에서 단순노출효과 (Mere-Exposure Effect)를 설명 한 바 있다. 핵심은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좋아진다는 것이다.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는 것.

그러나 이후에 이 효과 이론은 수정이 가해진다. 단순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어도 호감이 반드시 증가하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아할만한 요소가 있어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매력적인 요소가 제로인 상황에서는 아무리 접촉해도 오히려 비호감만 증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여기에 좋아지는 것과 상품구매 현상은 다르다.

상품 구매는 자신이 직접 돈을 내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즉 매우 의도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상에게 콘텐츠를 노출시켜야 한다. 주말드라마에서 일일드라마에서 신축 레지던스 PPL이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다. 소비행태가 왕성한 젊은이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때 감각적이고 첨단을 달리는 배경설정과 소품들이 필요하다. 상당한 대중문화 감수성과 아이디어가 소요된다.

모방 효과가 작용하거나 후광 효과도 중요하겠다. 모방효과는 해당 배우의 인기만이 아니라 작품속의 캐릭터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선망의 각인을 주는가에 달려 있다. 50~60편 오랫동안 노출시킨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20편이나 16부작이라도 임팩트한 것이 중요하겠다.

더구나 한류를 겨냥하는 드라마의 경우, 연장 방송을 감행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콘텐츠의 완성도에 따라 여러가지 파생 상품, 그러니까 원소스 멀티유스를 할수있어야 한다. 사실상 드라마 아이리스가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은 이 점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가에 달렸다.

이러한 점에서 드라마 < 아이리스 > 가 연장 방영을 하지 않은 것은 타당한 결정이었다. 완성도를 기하고 이를 통해 후속 후광효과를 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간접광고의 논란 속에서 드라마 < 아이리스 > 가 비난을 덜 먹는 것은 스케일이 방대하고 압축적인 신이 많기 때문에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 없이 간접광고만 남발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효과만 낳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복잡하고 허약한 투자구조를 기반으로 드라마 제작에 나선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간접광고의 남발은 분명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간접광고가 남발되는 것은 역시 드라마의 완성도를 해치는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