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한 장면 ⓒYG엔터테인먼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2개월 만에 20억 뷰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새로운 기록을 세울 때 마다 '강남스타일'이 문화적 신드롬의 대상으로 분석 되어 왔다. 무엇보다 한류 콘텐츠가 동서양을 아우르는 사례를 많지 않기 때문에 학자들조차 더욱 싸이에 주목해왔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새삼스럽지 않지만 싸이의 흥행 코드를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1)'강남스타일'은 신화적 이미지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멋있는 것만 추구하던 케이 팝의 전략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호응을 받았다. SM의 동방신기, 슈퍼 주니어, 엑소는 모두 멋있는 캐릭터를 앞에 부각시켰다. 수수하거나 도시적이거나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예쁜 이미지를 앞에 내세웠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소구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물론 싸이라는 가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강남스타일' 뮤비의 인기는 불가능했다.
2)캐릭터 차원에서 볼 때 '강남스타일'은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싸이는 악동이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그 악동이 내세운 캐릭터는 말이었다. 악동 캐릭터는 전세계적으로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수용자들이 자신의 심리를 투영할 수 있다.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이는 정말 악인이 되면 안 되는데 '강남스타일'은 이를 절묘하게 만들어냈다. 또한 말 춤이 가지고 있는 유아적 보편 코드는 성적인 코드와 결합하면서 아이와 어른, 남성과 여성을 모두 사로잡았다.
3)계산하지 말고 느낌으로 만들어 성공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감각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영상물이다. 사전에 장면마다 수용자들의 반응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제작하지 않았다. 이에 '강남스타일'은 짜임새가 조밀하지는 않지만, 전체의 흐름이 물 흐르듯이 전개된다. 즉 직관적인 감각에 따라 구성된 장면들이 무리 없이 수용될 수 있게 했다. 2013년 소녀시대가 유튜브 뮤직 어워드 상을 받았지만, 이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이유다. 또한, 후속 젠틀맨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이유다. 생각이 많아졌다.
4)인터넷 SNS, 유튜브를 통해 형식이나 의미가 아니라 유희를 추구했다. 인터넷을 관통하는 것은 의미와 형식보다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남스타일'이 담아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 소비의 큰 축은 바로 이 재미와 유희라는 점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인지적 환경에서 이용자들에게 우선하는 것은 재밌는 콘텐츠이며, 이는 공유와 확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달해주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5)음악에 대한 인식적 전환이 있었다. 음악을 평가할 때 많은 전문가들 나아가 일반 팬들도 음악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은 음악성 보다는 비주얼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강남 스타일'을 말할 때 누구도 그 음악성을 말하지 않는다. 시각적 장면을 이야기 할 뿐이다. 이는 디지털 영상문화 시대에 음악의 어떤 점이 부각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노래는 이제 영상 비주얼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유희의 뮤비도 '강남스타일'처럼 스토리텔링이 노래와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있어야 한다.
6)마니아 문화에 소구했다. 97% 이상의 이용자가 한국이 아니라 해외 사람들인 이유다. 정서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강남스타일'은 주류적인 정서를 담고 있지는 못하다. 이 때문에 B급문화 코드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세계 전략에서는 이런 소수의 문화들이 모일 때 훨씬 강력한 파워를 형성하게 된다는 사실을 '강남스타일'이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클릭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니아 문화는 충성도가 높다.
7)참여의 코드를 지향하고 있다. 케이 팝은 주로 집단적 군무를 통해 서양에 어필하고 있다. 광장이나 운동장에서 주로 집단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댄싱 아이템으로 케이 팝이 선호된 것은 집단 군무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지의 사람들은 몸으로 움직이는 댄싱 문화에 강하다. 하지만 그 군무가 포인트가 확연하지 않고 복잡한 경우도 많다.
8)'강남스타일'의 접근성이 뛰어난 안무도 중요했다. 화려하지만 복잡하면 학습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싸이의 말 춤은 함께 같이 할 수도 있으면서 포인트가 확실하다. 즉 학습할 수 있는 접근성과 난이도가 적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싸이의 말 춤에 도전하고 학습을 위해 반복적으로 뮤직비디오를 클릭하게 되었다. 젠틀맨의 춤은 여러 사람이 참여는 할 수 있지만, 너무 단순해서 학습의 대상으로 삼을 때 성취감이 떨어진다.
8)전세계적으로 스트레스의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는 격화된 세계자본주의의 지형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긴장과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싸이 류의 콘텐츠는 언제든지 소구할 수 있다. 6월 8일 발표 예정인 싸이의 '행오버'(HANGOVER)는 이에 부합해야 한다. 물론 20억뷰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9)기존 사회와 문화에 대한 전복적인 저항의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은 젊은세대일수록 더 선호하는 가치체계이다. '강남스타일'은 기존의 부와 명예에 대한 저항적 심리를 통해 자아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젠틀맨'이 덜 부각된 것은 '강남스타일'의 장점을 탈색시켰고 겉의 형식만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젠틀맨' 뮤비의 화자는 개인적인 욕망의 충족에만 그쳤고, 뮤직비디오의 캐릭터는 악동이 아니라 악인이었다. 테크닉이나 기법은 수용자의 중독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인위적인 구성과 연출의 분위기가 너무 강했다. 이유는 부담감과 목적적 의도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은 기존의 마케팅 인식을 전환시켰다. 무조건 대중성을 지향하기 보다는 전세계 수용자들을 세분화하여 대중성을 역으로 확보했다. 이는 미드의 세계 전략과 같다. 다수를 잡으려 한 것이 아니라 소수를 잡으려 할수록 다수가 확보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글로벌 시대의 특징이며, 이는 인터넷을 관통한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지 않는 경쟁력을 염원하고 갈구하기 보다는 다른 경쟁력 요인을 강화하는 게 낫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싸이가 가지고 있는 저항적 반주류의 정서도 이에 해당되고 재미와 유희에 더 초점을 맞춘 것도 이에 포함된다. 또한 음악에 대한 대중적 선호도를 비주얼에서 찾았던 점도 마찬가지였다. 한류 현상에서 전문가들이 항상 강조했던 음악성에 대한 주문이 허구적인 것을 '강남스타일'이 보여주었다. 음악은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 소비의 목적을 정확하게 간파한다면 이는 쉽게 이해될 일이었다.
글/김헌식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