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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포르노가 여성을 휘업잡은 요인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7. 7. 10:20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포스터.ⓒUPI코리아엄마 포르노(Mom Porn)로 불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무엇보다 전자책으로 100만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전자책으로 100만권이 팔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이 기록만으로도 전자책 역사에 남게 되었다. 

하필이면 이 책은 왜 전자책으로 백만부가 팔렸을까, 이에 대해 원인을 추정할 때 복잡할 수는 있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한 대답이 나온다. 이 소설이 매우 적나라한 성관계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을 의식하는 책은 보관하기 쉽지 않다. 특히, 본능에 충실한 책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19금 소설을 전철에서 당당하게 펼쳐 놓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많치 않다. 

또한 집안에 보관하는 것도 어렵다. 이는 청소년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는 법. 19금 콘텐츠를 즐겼던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서 그 욕구가 당장에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공간의 용이성은 남에게 보이기 싫은 자료를 감출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자북은 무슨 책을 읽는 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일반 책처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책도 아니다. 모바일 안에 저장하기 때문에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일반 종이책은 태우거나 애써 버리려면 세상에 노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자북은 삭제도 간단하다. 무슨 책을 읽는지 알수 없으니 전철이나 버스 광장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노골적인 성관계를 묘사한 로맨스 소설들의 전자북 판매를 증가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19금 로맨스 소설류가 전자북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는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을 일이었다. 여성들이 남성의 욕망과 다를 바 없을 때, 이런 전자북 콘텐츠는 대리욕망 충족의 매개물이 된다. 이를 두고 여성에게 차별적인 현실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마치 연상녀 연하남의 코드가 영화와 드라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현실에서 추구하지 못한 욕망을 대리충족하는 것으로, 현실 개방성과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과 같다. 여성들의 성문화에 억압적인 현실 때문에 대리충족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성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성에 대한 은폐 문화가 이런 19금 로맨스 소설을 전자북으로 몰아갔다는 지적은 타당할까. 19금이 꼭 성적인 영역에만 한정될 것은 아닌데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없지만, 19금은 영원히 음지에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방된 사회라고 해도 인간은 본능의 물화적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본능의 성을 누구와 시도하는가에 따라 물화적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자기 최면화할 뿐이다. 

'그레이3부작'에서는 백만장자와 나누는 적나라한 성관계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만약 그 남자가 가난하고 멋진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곧 로맨틱한 사랑은 변태적인 폭력으로 바뀔 것이다. 변태가 거꾸로 로맨틱한 사랑으로 이동하는 것은 백만장자라는 남자의 위치이다. 많은 로맨스 소설이 남자들의 물적 토대위에서 서사 구조의 토대가 구축되어 있다. 물화에 대한 노골적 밝힘은 은폐의 이유가 된다. 

얼마 전 도서 할인을 15%이상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률안이 통과 되었다. 도서의 장르와 종류가 다양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또한 동네 서점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독서시장을 19금 로맨스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전망을 우울하게 만든다.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읽는 책만이 이 우울을 떨칠 수 있는 해법이 되는셈이다. 

그런 것은 너무나 평범할 것이겠다. 성적 로맨스로 전자 책이 돌파구를 찾았듯이 종이책도 종이책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사적이고 은밀함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소통적 공감의 컨텐츠를 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반론을 따른 콘텐츠의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기 쉽다. 종이책의 딜레마는 거기에 있다. 

그러니 그나마 교과서 같은 아동문학이 버텨주고 있는 이유이다, 마법 천자문이나 겨울왕국 관련 책의 독식은 이를 잘 말해주곤 한다. 엄마들은 포르노에 빠지고 아이들은 학습도서에 빠진 나라에서 독서를 통해 다양성과 혜안을 가지려는 노력은 가치 절하 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글/김헌식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