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정기고 듀엣의 화보. ⓒceci아이돌 그룹 왕따 문제는 '소녀시대' , '카라', '원더걸스' , '애프터스쿨' 등에서도 있었다. 2011년 걸그룹 '주얼리' 멤버였던 서인영은 방송에서 "주얼리 시절 왕따를 당했다"고 말했다. 2012년에도 8인조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파문'이 있었다. 멤버들이 화영을 집단 왕따했다는 것이다. 한국에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일본의 아이돌 그룹 NMB48 멤버 중 한 명인 니시무라 아이카가 집단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멤버들이 서서 혼자 밥을 먹으라고 명령당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렇게 왕따 문제가 어느 정도인가는 각각 양상과 수준이 다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멤버의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멤버의 수가 많은 것은 팬들의 수요와 기회를 고려한 것이며, 기획사 측에게는 수익의 다변화와 실질적 효과성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어 왔다. 하지만 맴버들의 융합과 단결은 어려울 수가 있다. 새로운 멤버가 투입되는 경우 기존의 멤버들에게는 본전 심리가 발생한다. 오랜 동안 각고의 고생을 견딘 경험에 대한 가치 부여심리이다. 새로운 맴버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여러 원인이 결합되어 개인들의 자기 우선적 행위도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집단적인 도덕적 헤이를 불러 올 수 있다. 최근 엑소의 크리스가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냈고, 그것도 팀리더가 말이다. 다른 멤버들은 수긍하지 못했으며 엑소의 인원은 11명이다. 얼마전 '버스커 버스커'의 해체설이 보도되었다. 요즘에 흔하지 않은 3인조 밴드 그룹마저 인기를 누린지 얼마 안되어 해체의 수순에 들어서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요즘, 가요계에는 듀엣이 유행이다. 한참 인기를 끌고 게리와 정인의 듀엣곡 ‘사람냄새’, 정기고와 빈지노의 ‘너를 원해’,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너를 너를 너를’, 악동뮤지션 ’200%’ 등이 듀엣곡이다. 가수 정준영와 윤하 듀엣곡이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아이유도 김창완과의 듀엣곡 '너의 의미'를 발표했다. 앞으로도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레이나와 래퍼 산이가 듀엣곡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유와 정기고의 '썸'이 시너지 효과로 큰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는 바로 남성과 여성의 혼성 듀엣을 가리킨다. 남녀 두사람이 부르는 남녀혼성곡이 사랑과 연애에 관련한 노래일수록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남성과 여성 2인조의 노래만이 듀엣의 전부는 아니다.
가수 한 사람은 개인의 자아를 표현한다. 두 사람은 혼자를 넘어서서 정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이 정적인 의미는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이나 형제 자매애일 수 있다. 그러나 세 명 이상이 되면 사회적 관계로 넘어간다. 보컬이 5~6명 이상이면 그것은 비즈니스 차원의 이미지가 강해진다. 음악 활동보다는 수익 활동의 측면이 강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듀엣의 결성은 비즈니스화된 아이돌 그룹의 활동들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멤버 관계들이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런 듀엣 사이에서는 왕따문제는 없을 듯 싶다. 듀엣은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르는 듀엣 노래들도 그런 점이 강하며, 수요자들도 그런 정적인 면을 기대하고 수용한다.
다만 이런 듀엣들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즉 프로젝트 형 듀엣을 많이 한다. 특정 노래를 발표하기 위해 듀엣을 결성하고 이 계획이 실현되면 언제든지 듀엣은 사라진다. 특히 아이돌 그룹 활동으로 인기가 많은 가수들이 서로 조합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활동들은 아이돌 그룹이 보이는 상호 소외와 배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만남과 만남이 훨씬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룹명을 걸고 활동하지 않고 소속감이 없기 때문에 지속성을 갖기 힘들고, 듀엣 자체에 대한 팬은 미아가 된다. 오직 한 때의 노래만이 남을 뿐이다. 노래들은 소비되고 뮤지션은 남지 않는다. 악동 뮤지션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듀엣에 두고 지속적인 활동을 할 때 듀엣이 지니는 정적이며 감성적인 음악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듀엣이라는 정체성을 가질수록 그에 맞고 정확하며 풍부한 곡들이 창작될 수 았다. 지금의 듀엣은 인기에 편승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듀엣 커플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글/김헌식 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