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이 곡들을 진정 시청자들이 얼마나 듣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오락 프로에서 특정한 노래들을 띄우기에 바쁜 사이 광장에서는 다른 노래들이 애창되고 있었다. 이른바 ‘광장가요’의 재등장이었다. 대중가요와 민중가요가 노래 부르는 존재의 범위라면 광장가요는 그들을 하나로 묶는 공간의 개념이 강하다.
예전 시위에는 민중가요가 주로 등장했지만, 촛불문화제에는 다양한 노래들이 등장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같은 민중가요는 물론 대중가요와 응원가도 선보였다. 10대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인터넷을 통해 연습하고 나왔다. 윤민석의 ‘헌법1조’ 같은 부담 없는 새 민중가요가 폭넓게 오르내렸다. 2002년 ‘아리랑’이나 ‘월드컵 응원가’도 사실 광장가요 가운데 하나다. 광장에서 주로 불렸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문화제에서 특징적인 것은 해학과 재치인데, 다양한 창작곡은 물론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가 많이 등장했다. ‘되고송’이나 ‘아기공룡 둘리’ ‘뽀뽀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개사가 대표적인데 일종의 패러디 노래들이다. 그러나 이 다양한 노래는 광장 위에서 스쳐지나간다. 무척 재밌고 기발한 내용이 많기에 문화적 콘텐츠로 소중하지만, 아깝게 채록되지 못하고 있다.
광장에서 모두 함께 부를 노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예전 노래들만 있다. 광장 감수성에 맞는 노래가 없는 것이다. 광장에서 공감할 만한 노래를 만드는 데 가수들이 참여해야 하지만, 그들은 오락 프로 출연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대중이 아니라 플랫폼-광장의 시대다. 이명박 정부 내내 우리는 거리에서 어떤 노래들을 불러야 한다. 엔터테이너들의 사회적 발언도 의미가 있겠지만, 광장인들이 함께 부르고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 광장시대에 부응하는 것이 아닐까.
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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