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시사와 문화]방송 미디어 노출 동물, 보호법 필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12

[시사와 문화]방송 미디어 노출 동물, 보호법 필요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상근이.
1918년 찰리 채플린의 단편 영화 ‘개 같은 인생(A Dog’s Life)’은 가난한 떠돌이 찰리와 ‘스크랩’이라는 이름의 개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후 친구, 반려 동물로 개를 출연시킨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왔다. 국내에 많이 알려진 스타 개는 래시다. 1943년부터 1994년까지 TV 연속극 ‘돌아온 래시’에 출연한 명배우였다. 팔려간 개가 먼저 주인을 잊지 못해 스코틀랜드에서 아일랜드까지 무려 1000마일을 달려오는 사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이 연속극은 감동과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래시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1969년에는 동물의 전당에 오르는 등 할리우드에 발자국을 남겼다. 래시에 이어 제작된 ‘벤지’(1974) 시리즈는 1980년대에 국내에 방영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뒤에도 베토벤, 달마시안, 스팟 등이 계보를 이었다.

하지만 이 동물들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래시의 경우 한 마리가 1994년까지 드라마에 계속 출연한 듯하지만, 6대에 걸쳐 새끼가 자라서 다시 드라마에 출연하기를 반복했다. 시청자들은 ‘래시’라는 캐릭터만 기억했다. 정작 래시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몰랐으니 래시는 소외되었다.

최근 ‘상근이’라는 이름의 개가 인기를 끌고 있다. KBS 오락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다 매니저도 있으며, 텔레비전 출연은 물론 국내 최초로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팬 사인회도 했다. 상근이의 사생활(?)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기사들이 연예인 못지않게 쏟아진다.

그런 가운데 네티즌 사이에서 상근이 혹사 논란이 일었다. 많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적으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독일의 베를린 동물원 북극곰 크누트처럼 사람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동물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요컨대, 크누트와 같이 상근이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이에 개 주인은 상근이의 출연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근이만이 아니다. 앞으로 개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상품화가 반복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애완동물은 반려동물의 위치에 올랐다. 이 때문에 동물을 등장시킨 최근 ‘각설탕’이나 ‘마음이’, ‘내사랑 토람이’와 같은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등장할 것이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도덕적·윤리적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올 1월부터 실시된 동물보호법에서는 잔인한 방법 등으로 죽이는 행위, 상해를 입히거나 신체를 손상하는 행위, 도박·광고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같은 동물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미디어에 장기 노출되는 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방송 관련법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긴 방송 미디어 노출 아동에 대한 보호법도 부실한데 달리 말할 게 있을까.

김헌식<문화평론가>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