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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누구세요’ |
많은 직장 여성이 싸워야 할 대상은 다리 속 지렁이라는 사실에 착안한 것일까. 얼마 전부터 민노총에서는 할인마트, 백화점 매장, 식당 등에서 일하는 이들의 근무지에 의자 놓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산업보건기준에관한 규칙 제277조는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는 당해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매장에 의자는 없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서비스업계 여성 노동자 질병 가운데 하지정맥류가 47%나 됐다. 서서 근무하면 심혈관계 질환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서서 근무하는 직종을 가진 노동자 19만2000명이 다리 이상의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고, 영국 직업병에서 근골격계 질환 중 17%가 다리 부근이었다. 영국 노동안전보건단체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서서 하루 대부분을 일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했고, 영국 유통업체 노동자동맹조합(USDAW)은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고 한다.
우리는 청소년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부터 서서 근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흔히 종업원이 앉아 있으면 자의든 타의로든 게으름을 피우거나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일하는 사람의 앉을 권리는 효율성 논리에 묻혀 다리 속 지렁이의 거름이 되었다.
김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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