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왕비호’현상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15

‘왕비호’ 안티팬, 아니 인기를 모아라



“소녀시대, 얼굴도 예쁘고 노래, 연기도 잘 하더라. 그런데 너희들 학교는 가냐?”

안티(Anti)를 불러 모으는 남자 ‘왕비호’ 윤형빈이 화제다. 윤형빈은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봉숭아학당’에서 열성적인 팬층이 형성된 아이돌 그룹을 공격하는 비호감 행동으로 ‘일부러’ 안티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몇년 동안 출연했지만 존재감이 없었던 그는 ‘왕비호’ 캐릭터를 시작한 지 2주만에 개그맨 검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왕비호’ 캐릭터의 등장은 안티팬에 대한 시선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안티팬 카페가 생기기 시작한 그지만 이전에 연관검색어로 ‘안웃겨’가 뜨던 때와 비교하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터. 안티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인기와 관심의 척도라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안티팬, 늘었다~ 줄었다= “안티와 인기는 비례하는 거 몰라?”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의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는 당당하게 말한다. 이처럼 안티팬은 인기의 중요한 척도다. 높은 인기에 동반되는 것이 안티이기 때문에 ‘안티팬이 없기로 유명한’ 같은 스타 수식어도 탄생할 수 있었다.

최근 스타 커플 4쌍의 가상 결혼 생활을 다루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출연자들의 안티팬 기상도도 바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는 안티가 급증하고 있는 개그맨 정형돈.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리얼 버라이어티 MBC ‘무한도전’에 오랫 동안 출연해 왔지만 남편으로서 모습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오리와 부부가 된 그는 “난 손에 물 묻히면 안돼, 그런 건 여자가 하는 거야”라며 사오리가 걸레질을 하는 것을 쳐다보기만 한다. 정형돈은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일부 한국남자의 모습을 설정한 것이지만 이를 정형돈의 진짜 모습으로 보고 늘어나는 안티팬을 막을 수는 없다.


정형돈의 안티팬이 늘어났다면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오리의 안티팬은 줄고 있다. 또 “서방~”이라며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며 구두 ‘신상(품)’ 타령을 하는 서인영도 안티팬이 늘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귀엽다는 반응도 있지만 ‘된장녀’라며 안티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앤디와 짝을 이룬 솔비도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안티가 꽤 있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뒤로 안티가 더 줄어들었다.

▶안티팬을 넘어서라= 그러나 안티팬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정형돈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 대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바뀌고 있는 데는 안티팬을 극복한 스타들의 사례가 한 몫 했다. ‘10만안티’로 유명한 H.O.T. 출신 문희준은 2003년 당시 소속사에서 75명의 네티즌 ‘악플러’와 세개의 사이트를 정식으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희준은 현역으로 군 생활을 성실히 하면서 이미지가 좋아졌고, 제대 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나와 안티팬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입을 열어 호감을 샀다. 요즘 문희준은 KBS2 ‘스타 골든벨’에 출연해 곡을 달라는 한 후배 가수에게 “안티가 늘어날 텐데 괜찮겠어요?”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팬덤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안티팬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티팬은 팬덤 문화가 수반하는 필연적 현상이다. 안티팬 카페를 개설하고 해당 스타에 대한 자료를 찾아올리는 일도 웬만한 관심과 열의가 없으면 못 할 일이다. 극단적인 사이버 테러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일부 연예인들의 강력한 법적 대응도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안티팬에 대한 너그러워진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MBC ‘지피지기’가 여자연예인 4명의 안티팬 수로 순위를 매긴 것도 안티팬에 대해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 변화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영화 ‘식코’를 보면 마이클 무어 감독은 자신의 안티 사이트가 있는 걸 굉장히 즐거워한다. 안티팬 문화는 심각하다기보다는 놀이 문화라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그프로그램에서 소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며 “관심에서 비롯된 안티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고, 왕비호 캐릭터는 현재 편협한 일부 팬문화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문희준의 부활로 공허해하고 있는 10만 안티팬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겠다”는 ‘왕비호’가 앞으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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