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키즈 5연속 빌보드 200 1위의 의미와 미래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2024년 들어서 일각에서는 K팝의 위기라는 말도 나왔다. 적어도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는 아이돌 그룹이 적어진 듯싶으니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위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팬덤을 날로 늘려가는 스트레이키즈(Stray Kids)를 보면 이런 생각과 거리를 둘 수 있다. 이번에 스트레이키즈가 5연속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당연할 것이다. 더구나 K팝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멕시코와 브라질 같은 히스패닉 문화 특히 중남미 지역까지 팬덤 권역으로 확보하는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활약과 기록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6년 만에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다른 점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이키즈(Stray Kids)는 태생부터가 남달랐다. 보통 대형 기획사 소속이라면 프로듀서 등이 컨셉을 정하고, 그것에 맞게 팀 구성원을 모아간다. 하지만 스트레이키즈는 이와 다른 자율형 멤버 구성을 보였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방찬에게 스스로 팀원들을 구성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아이돌 연습생이 중심이 되어 자신의 컨셉이나 정체성의 케미에 맞게 구성원을 모아갔다. 멤버의 구성뿐만 아니라 이들이 프로듀싱을 하게 했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에 대해서 소속사는 최종 컨펌만 해주면 되었다. 이것이 스트레이키즈를 ‘자생돌’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되다. 누군가 다른 기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갖는 셈이니 말이다. 이러한 정체성에서는 멤버 간의 불화나 갈등은 있을 수가 없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분란
을 미리 방지할 수 있어서 이는 향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이키즈(Stray Kids)는 사실상 아이돌에서 아이들로 돌아온 K 팝 그룹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들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작사, 작곡, 편곡 그리고 안무에 이르기까지 자기 스스로 창조한다. 그러니 자기 개성이 드러날 수 있고,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신들이 부를 노래와 춤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훨씬 자연스럽고 수월하게 그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 아울러 그들이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10대와 20대의 정서와 삶을 잘 반영하고 있다. 때로는 저항적이기도 하고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때로는 위로와 공감을 일으키는 노래들로 어필을 해왔다. 특히, 응원하며 격려해주는 곡들도 상당하다. 이러한 점들은 청년 세대들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반영하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팬들도 그들이 스스로 만든 음악과 춤이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거나 더 좋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적어도 스트레이키즈(Stray Kids)를 보면, 음악과 춤을 따로 분리하여 구사하는 시대는 이제 K팝에서도 저물어가고 있는 듯싶다.
스트레이키즈(Stray Kids)는 음악도 다양하다. 예컨대, EDM, 힙합, 어쿠스틱, 얼터너티브 락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왔다. 더구나 ‘소리꾼’에서는 우리의 음악도 잘 버무려내서 K팝의 전통음악 DNA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음악의 분위기도 발랄하고 개구쟁이 느낌의 곡부터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노래, 힘을 불어넣는 곡들이 폭넓게 있다. 처음에는 특히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동적 퍼포먼스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절제된 미학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협업의 문화 전략도 중요할 수 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OST 'SLASH'의 발매는 더욱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유명세에 기대어 OST를 만들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Mnet '킹덤 : 레전더리 워'에서 '데드풀'을 활용한 무대를 선보였고, '데드풀'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가 SNS에 스트레이키즈를 언급하는가 하면 실제 팬이 되었다. 스트레이키즈 멤버 방찬은 스테이(팬덤 이름)가 된 라이언 레이놀즈와 SNS로 소통했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절친이자 '울버린'의 배우 휴 잭맨(Hugh Jackman)도 같이 어울렸다. 여기에 더해 그들은 스트레이키즈의 신곡 'Chk Chk Boom' 뮤직비디오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각별한 인연들이 있었기 때문에 OST 'SLASH'의 발매가 가능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소통과 콜라보의 모델인 것이다. 누구와 어떻게 공존 공생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스트레이키즈는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스트레이키즈가 이렇게 남다른 정체성과 행보를 보인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간 K팝 문화가 진화해온 궤적을 잘 연구하고 분석하며 이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후의 미래 K팝 아이돌도 이러한 태도와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운명이다. 운명을 거부한다면 결과는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