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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왜 대세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7. 7. 10:22


스릴러 왜 대세인가


스릴러는 영화를 연상하게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의 장르로만 인식되었던 스릴러, 이제 공연 특히 대중적인 공연 양식인 뮤지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스릴러 공연이어도 다 같은 것도 아니다. 각 공연들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좀 더 세분화되었고, 스케일이나 무대 연출의 방식도 다양해졌다. 

토종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원작을 스릴러 뮤지컬로 만들었는데, 제작비에 맞게 블록버스터급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켄슈타인'은 세상에 대한 원망과 복수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과정은 보통 뮤지컬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렇게 국외 원작을 스릴러 뮤지컬로 만들어 해외에 진출시키기도 하고, 우리 전통 이야기를 스릴러 뮤지컬로 만들기도 한다. 2년 전 극찬을 받았던 '장화 홍련'은 다시 국립극장에서 스릴러 창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창작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심리추리스릴러로 7월 도쿄 세타가야 퍼블릭시어터 무대에 오른다. 또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을 다룬 창작뮤지컬 ‘아가사’도 심리추리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유난히 한국이 스릴러 뮤지컬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정서적 차원에서 미국 브로드웨이의 맑고 경쾌한 작품이 많다. 미국인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문화 현상이다.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만든 '영 프랑켄슈타인'은 경쾌한 작품이었다. 브로드웨이의 관객은 관광객들이다. 관광 온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과 기억을 위해 심각한 내용을 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수용자도 심각한 내용을 보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은 있었다. 어둡고 음울하며 공포감을 주는 내용이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스릴러는 고도의 몰입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쉽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을 선호한다는 지적은 나올 법했다. 하지만 어느새 지적들이 설 자리를 잃은 모양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성공한 이래 최근에 드라마 '신의 선물'이나 '쓰리데이즈'는 스릴러를 표방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애초에 스릴러는 지상파 드라마에 바로 진입하지 못했고,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그 시도들 때문인지 이제 케이블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릴러 드라마는 이제 안방극장에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스릴러 장르가 문화예술과 미디어 콘텐츠 영역에서 다양하게 창조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스릴러 장르는 밋밋하지 않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이 존재한다. 살인과 폭력, 범죄, 그리고 위협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점은 자극의 강도에 무뎌진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스릴러가 선호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갈수록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대중의 선호가 스릴러 장르를 더 각광받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릴러 장르에 익숙한 세대가 어느새 대중문화 소비층의 주류에 진입해 있는 상황이다. 웬만한 하드 코어는 별스럽지 않게 된다. 하지만 하드코어 스릴러 자체가 대중성이 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대체적으로 대중문화 속에서 많이 선호되는 스릴러는 하드코어 스릴러가 아니라 소프트코어이다. 소프트코어 스릴러는 말 그대로 부드러운 스릴러는 방식인데 잔인하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장면보다는 감성적으로 내러티브가 강화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폭력이나 살인의 구체적 묘사보다는 그것이 주는 위협이나 공포간의 묘사에 치중한다. 주로 하드코어 스릴러는 주로 남성들이 선호한다면, 소프트 코어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의 실존적 고민이나 약자의 감수성을 부각할수록 더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는 스릴러 코드가 강할수록 흡입력을 지닌다. 이런 면에서 드라마 '쓰리데이즈'보다는 드라마 '신의 선물'이 더 인기가 있을 수 있다. 드라마 '신의 선물'은 아이를 잃지 않으려는 여성을 등장시키고 있고, 반면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는 청와대 경호관과 거대한 국제정치 음모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관이나 국제적 정치 음모보다 아이의 유괴 문제가 더 일상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일상적인 느낌이 강할수록 우리는 쉽게 몰입을 한다. 따라서 일상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수록 더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너무 일상적인 내용은 식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을 차별화 시키는 작업이 항상 중요해진다. 

인지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스릴러는 참여적 과제의 쾌감을 선사한다. 주인공들의 미션과 과제 제시를 통해 어느새 스릴러는 쿨미디어의 특징을 갖는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며 시청자와 수용자들이 적극 개입할 여지를 두고 있다. 끊임없이 질문과 과제를 던지고 시청자와 수용자는 작품속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심리적 관여를 하면서 빠져 든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덜 폭발력을 갖는다. 시청자와 수용자가 맞출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너무 맞으면 재미가 없고, 너무 안 맞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적절한 배합과 조절의 묘가 필요하다. 


상호작용의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참여를 더 활성화 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다른 이들에게 전염이 되어 마케팅 효과까지 극대화 한다. 드라마의 경우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다음 회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증폭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몰아서 시청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대중적 이해력이 높아졌다. 이에 이전에 스릴러의 복잡한 구조가 낳는 피로증이 덜해졌다. 

사회문화적인 요인을 언급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스릴러는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도시 공간의 익명성과 복잡성은 각 개인들에게 알 수 없는 사건 발생의 공포와 불안을 배태하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나 의도와는 관계없이 알 수 없는 위협과 궤멸의 요인에 노출될 수 있다. 도시괴담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릴러는 각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갈수록 심화 되는 상황을 대리 체험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릴러는 가공의 상황이므로 현실을 되짚어 성찰할 수 있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실을 긍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상의 권태와 불만은 스릴러를 통해 다시 리프레시 될 수 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은 언제든지 현실에서 뛰쳐나올 수 있는 공포감이 증대될수록 더욱 작품의 설득력을 높이고 그에 대한 호응을 증대시킬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콘텐츠학 박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