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중원대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소셜테이너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셀럽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발언하는 모습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이런 부정적인 태도의 근거는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에 대해서 매우 낮춰 보는 행태다. 일단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민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고,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그간 몇몇 셀럽들의 표현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2024년 비상계엄 시국에서 드러난 셀럽들의 표현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적극적이기도 하고 다양하기도 했다. 유형으로 묶어 볼 수 있는데 우선은 직접 참여 유형이다. SNS 등을 통해 직접 자신의 견해를 내보이기도 하고 관련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관련 집회 참여도 SNS 등에 인증샷을 공유하는 일이 빈번했다. 간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간접적인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시위현장에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자신들의 팬들을 염려하거나 당부하는 표현을 했다. 이는 비단 가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어서 배우들이 직접 말을 건네기도 했다. 간접 지원이지만 지갑을 연 사례도 있었다. 바로 선결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직접 가타부타하지 않는 가운데 선결제의 당사자로 직접 자신을 드러내는 사례도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사례도 있다. 드러내 줄 때는 참여하는 팬들을 위해 제공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논란의 여지를 막을 장치인 셈이었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수 있는 유형은 자신의 문화예술 활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에는 가수 이승환과 나훈아를 꼽을 수 있다. 이승환은 직접 자신이 비상계엄 관련 콘서트를 현장에서 여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승환은 "탄핵집회 전문 가수"라고 소개를 하면서 자신의 노래를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덩크슛'에서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라는 가사를 '주문을 외워보자. 내려와라 윤석열. 내려와라 윤석열'로 바꿔서 불렀다. 이어서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멋질까'라는 가사는 '윤석열 탄핵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멋질까'로 불렀다. 그 뒤에 이승환은 상대적으로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은 처음 표현한 것도 참여하는 것도 아니라 자주 있었는데 이런 와중에 가수 나훈아도 비상계엄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표현했다. 과거 북한체제를 비판한 적도 있던 가수 나훈아도 12.3 비상계엄에서 겪은 경험과 생각을 표현했는데 따로 SNS에 글을 쓰거나 직접 지원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콘서트 무대에서 일정한 발언과 행동을 했다. 그는 자기 생각을 예정된 투어 콘서트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표현했다. 처음도 아니고 중간에 그는 "요 며칠 전 밤을 꼴딱 세웠다. 공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라고 하면서 "집회가 금지된단다. '우짜면 좋노'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공연을 열 수 없는 계엄 상황에 대해서 지적을 한 것인데 개인의 고민이기는 하지만 국민 문화 향유와 맞물려 있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뒤이은 발언에서 약간은 철학적 사유로 이어진다. 그는 이어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은 어느 쪽이고? 여당, 여당 대표 집은 어디고"라며 "이 부채 끝에 (기운을) 모아서 부른다."라고 언급했다. 이때 그가 부른 공(空)이라는 곡은 공수래공수거를 떠올릴 수 있는 자신의 노래인데 그 노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표현을 한 셈이다. 백 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욕망에 집착하는 점을 비판하는 내용일 수 있다. “살다 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백 년도 힘든 것을 천 년을 살 것처럼'”이라는 가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수 나훈아는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를 곯지 않게 하는 것이 원리"라고 했다. 비상계엄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인지 묻는 것이고,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은 정치가 민생을 근본적으로 살펴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가수 나훈아는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거, 이걸로 국회서 밤을 새우고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말을 했는데 민생문제는 국회 즉 국민의 대의 기관을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무난하게 민심을 반영한 정도였다. 중요한 것은 보편적으로 폭넓게 공감을 얻는 점이다.
아티스트에게 자신의 문화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면 적절할 것이다. 일단 셀럽들의 사회적 발언이나 표현은 팬을 중심으로 한 교감 활동일 수 있다. 나아가 어떤 셀럽의 의견에 국민이 수동적으로 기계적으로 선동이 되지 않을 만큼 국민의식은 성숙이 되었다. 하지만, 변함이 없는 것은 악플이다. 사회적 발언에 인격 모독이나 명예훼손 정도의 댓글을 다는 것은 범죄행위다. 합리적인 논거와 이성적인 방식으로 의견 개진하는 문화가 확립되도록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선결제한 셀럽에 대한 불매 운동이 돈쭐로 역풍을 맞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각인해야 한다. 팬심보다 더 큰 민심을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