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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피라미드 게임'과 '건국 전쟁'의 교집합 학폭?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4. 10. 06:16

-다큐 건국 전쟁이 놓친 점 그리고 피라미드 게임의 연결고리

 

글/김헌식(중원대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많이 다른 장르의 두 작품에서 공통된 함의를 끌어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최근에 화제를 불러 모았던 다큐 영화 건국전쟁과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장르는 물론이고 소재 형식이 매우 다른 것뿐만 아니라 주제의식도 매우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진단하는데 겹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부각이 안 되는 점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두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학교 제도의 문제 나아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문제도 생각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박사의 업적 가운데 토지 개혁의 효과를 언급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그 효과가 이전의 지주제를 무너뜨리고 한국 경제 성장을 일으킨다고만 한다. 사실을 짚어보면 1949621, 이승만 정부는 농지개혁법이 공포했다. 토지 개혁은 북한과 달리 유상매수·유상분배가 원칙이었다. 한 가구당 소유 상한은 3정보로 했고, 그 이상의 토지는 국가가 지가증권을 발급해 매수했다. 1정보는 약 3천 평에 해당하는 넓이였다. 여기에서 소작농들에게 농지를 유상으로 주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소작농은 돈이 없었다. 이 부분에서 소작농에게 농지를 주고 대가는 현물로 치르게 했다. , 5년 동안 수확량의 30%를 현물로 상환하게 했고 완료하면 토지상환증서를 발급했다. 이를 통해서 5년 안에 토지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렇게 자기 농지를 갖게 되어 소작농도 자영농이 되었고 이 토지를 기반으로 자식을 가르칠 수 있었다. 교육비가 부족하면 땅을 팔아서 등록금을 보태게 된다. 물론 지주들은 미리 토지를 매매하거나 비농지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에서는 토지 개혁 과정에서 또 하나의 조치를 언급한다. 바로 토지 개혁과 함께 사립학교를 많이 세우게 하여 교육에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어떤 점 때문일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토지 개혁 당시 토지 상한이 3정보였기 때문에 더 많은 토지를 갖는 지주들이 문제였다. 이에 이승만 정부는 학교를 설립하면 예외로 인정해주었다. 따라서 많은 지주가 할 수 없이 사립학교를 세운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 공립학교는 적고 사립학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가 된다. 나라가 재정이 빈곤하니 교육을 민간 특히 지주들에게 넘긴 셈이다.

 

그런데 사립학교설립자들은 그렇게 교육이 뜻이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사립학교 설립자들은 학교가 자신들의 재산이기 때문에 대물림하고 경영의 전횡을 일삼은 한편 투자하지 않는 대신 학생들의 입학금과 수험료로 재정을 충당하는가 하면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학교 폭력 사태가 일어나도 학교 명예를 운운하며 은폐하는 모습을 드라마와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대기업 그룹의 손녀이자 학교 이사장의 딸인 백하린(장다아)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모님을 넘어서 할머니의 막강한 배경에 의지해 학급을 좌지우지하며 같은 반 친구들의 고통을 즐긴다. 백하린이 피라미드 게임 자체를 고안한 것이 그 계급과 계층 속에서 자신의 권능을 즐기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백하린은 같은 반만이 아니라 학교 행정에서도 전횡을 일삼는다. 최악의 빌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구나 그를 따르는 무리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설정과 비슷하게 형성되었다. 백하린과 관련해 학부모와 학생 대부분이 사적인 관계로 얽혀 있다. 심지어 본청 하청 관계이기도 하다. 이를 상대로 주인공 성수지가 대결을 벌이는 일은 매우 힘겨울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최악의 상황은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한 것일까?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은 유쾌한 작품은 아니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 전개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 같은 일이 거의 벌어질 수 없을지 몰라도 사립학교 중심의 학교체제 내에서 학교 폭력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똬리를 틀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단지 개인적인 사이코패스 행위나 그것이 권력이나 금력에 영합할 때 걷잡을 수 없는 범죄가 자행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인의 악행에만 초점을 맞춰 부각하는 것은 근본적 접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시스템이 공정하게 확립되어야 하는 이유를 부각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무분별하게 일임하는 경우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학교 폭력 문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