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사극 ‘정조 열풍’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7:31

[AM7]TV 사극 ‘정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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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면서 TV 드라마도 정치색이 강한 사극들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상반기 사극들이 고구려 영웅을 소재의 큰 중심으로 삼은 반면, 하반기엔 정조 시대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들이 대선 5개월여를 남겨놓고 우연찮게도 개혁 정치의 모델로 꼽히는 정조 스토리를 다루거나 준비중이다.

이같은 방송사의 때아닌 사극 열풍에 대해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정조의 개혁 이미지를 두고 현정권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옹호론’과 현 정권을 역설적으로 비꼬고 있다는 ‘비판론’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각 방송사 제작진들은 “우연의 일치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과장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정조 다룬 사극 ‘봇물’ = 9일 첫 방영된 KBS 2TV ‘한성별곡-正’은 시작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구나…”라는 정조의 발언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시켰기 때문. ‘한성별곡’은 정조 시대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퓨전 사극. 정조는 이 드라마에서 도읍지 천도 등 개혁정치로 기울어가는 국운을 되살리는 외로운 군주로 나온다. 

9월 방영 예정인 MBC ‘이산-정조대왕’은 정조의 인간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다. ‘허준’ ‘대장금’의 이병훈 PD가 연출을, ‘다모’의 이서진이 정조 역을 맡아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케이블 방송 채널CGV도 ‘8일’이란 제목으로 정조의 모습을 담아 9월 방영한다. 정조의 8일간 화성 원행(왕이 궁궐 밖으로 길을 떠나는 것)을 배경으로 개혁파와 수구파의 대립을 묘사한 소설 ‘원행’이 원작이다. 

◈ 대선 시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군주 사극’ = 사극, 특히 군주가 중심이 된 사극은 공교롭게도 대선 경쟁이 한창일 때 본격 전개됐다. KBS ‘용의 눈물’(1996년) 방영 때, 15대 대선 주자들은 드라마 속 군주의 이미지를 서로 차용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이번 대선 역시 ‘개혁’과 어울리는 정조의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각 후보의 뜨거운 열전도 거세질 전망이다. 

SBS가 8월20일 방영하는 ‘왕과 나’는 무려 6명의 군주 이야기를 다룬다. 대선 주자들이 다양하게 군주의 이미지를 써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공중파를 비롯해 케이블 채널까지 개혁자 ‘정조’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협조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증거”라며 “다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