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강남엄마도 강북엄마도 “기분 나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7:28

강남엄마도 강북엄마도 “기분 나빠”



진실은 불편하다. 지난 25일 첫방송된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불편함’이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쏠린 기대는 첫회부터 15%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로 나타났다. 그리고 첫방송 후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 댓글은 드라마에 대한 분노와 비난으로 가득찼다. 드라마가 강남과 강북을 단순하게 유형화시키고 상대적으로 강남의 교육환경을 우월하게 그리면서 ‘강남우월주의’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또 어떤 시청자들은 “강남에 산다고 모두 명품으로 치장하거나 부를 과시하진 않는다”며 강남 주민에 대한 왜곡을 질타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왜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대해 비난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드라마는 오히려 ‘강남의 특이한 현상’을 통해 양극화된 교육 현실을 보여주고, 그것을 풍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창욱 담당 프로듀서는 “여러 관련 서적들과 다큐멘터리, 신문기사 등을 참조해 사전 취재를 꼼꼼히 했으며, ‘강남 8학군 현상’이라는 주지의 사실을 보여준 것뿐”이라면서 “강북을 비하하거나 강남을 우월하게 그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드라마 내용을 들여다봐도 하희라가 연기하는 ‘강북엄마’ 현민주의 ‘강남엄마 되기’ 고군분투는 우스꽝스럽고 씁쓸하다. ‘원조 강남엄마’(임성민)의 극성 또한 부질없어 보인다. 강북의 교사는 학부모에게 ‘특목고에 가려면 학원을 보내시라’고 권유한다. 강남의 부동산에서는 ‘좋은 대학 가는 명당’을 내세워 집을 내놓는다. 이것은 ‘9시 뉴스’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드라마가 강남 현상을 지나치게 개인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거나, 1000만원 가지고 강남으로 이사를 감행하는 등 한계와 비현실성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시청자들의 부정적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강남엄마’라는 소재 자체가 시청자들의 ‘심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주제는 ‘강남현상을 비꼬는 것’임에도 ‘강남현상’이라는 소재 자체가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눈에 거슬려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어 “드라마에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대해야 하는 인물들만 나올 때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강남에서 설치는 여자’가 나오는 것 자체가 비위 상하고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강남 주민’들에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강남 주민들도 강남에 살게 된 것이 자신의 의지도 아닌데, 사회적으로 형성된 비판이 개인에게 쏠리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해 불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SBS 드라마 ‘쩐의 전쟁’의 경우 똑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강남엄마…’의 경우와 정반대다. 시청자들은 ‘쩐의 전쟁’에 공감과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쩐의 전쟁’은 ‘사채업’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겉으로 내세운 건 돈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의 애환”이라며 “이 때문에 구체적인 드라마 상황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충족시켜주는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강남엄마…’의 경우는 강남이라는 ‘하이 클래스’에 가기 위한 서민의 고군분투를 그림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마치 약자를 배제하고 ‘하이 클래스’를 옹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어쨌든 시청자들의 비난 세례는 ‘강남엄마’라는 소재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아픈 데를 바로 찌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혜란 소장은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득권을 상실한 계층들의 잠재적 분노가 상대적으로 자신이 가시화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 공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며 “이번 드라마에 대한 비난도 그런 양상의 하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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