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의 수상은 정치적 메시지일까.
골든 글로브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선택했다. 예상과 달리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보헤미안 랩소디’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도 있다. 왜냐하면 퀸의 멤버이자 영화 속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는 트럼프의 반미민 정책과 배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페르시아계로 인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종교적으로 힌두교가 아니기 때문에 소수자였으며 영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는 다문화인이었고 이주자였으며 성적 소수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중심에 있는 영화에 골든 글로브는 남우주연상을 준 것이다.
트럼프는 이민자들을 혐오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정책들을 연이어 발표했고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이를 최우선에 두게 했다. 신고립주의 시대의 선봉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로지 미국이라는 자국을 위한 보호조치와 단절 조치를 대내외적인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미국에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이주민 정책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만약 프레디 머큐리가 이민자가 아니었다면 그의 음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화시대에 이민자들은 더 많아지고 있고 그들의 정서와 고민을 담아내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계속되는 참패 끝에 DC코믹스의 최근작 ‘아쿠아맨’은 전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역시 이 영화의 주인공 아쿠아맨은 혼혈이다. 혼혈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바닷속 아틀란스티인 아틀라나 여왕과 육지의 사람 등대지기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다문화인에 대한 일종의 은유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 대중은 다문화 요소에 대해서 거부감이 덜하다. 그런데 트럼프를 포함한 정치세력은 이에 대해 반감을 넘어 적대감을품고 실제적인 정책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정치적인 반동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본질을 다시금 소환하는 역할을 한다. 애써 문화 예술을 강조하지 않아도 창조의 토대는 이질적인 요인들이 서로 만나고 서로 섞이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 그리고 상승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요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콜라보를 서로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알 수가 있다.
대개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게 되면 아카데미에서도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된다면 신고립주의를 강화하는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정면적 저항이자 정책적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적 기류는 결국 제도적으로 실현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보헤미안 랩소디 팬들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대로 작품 자체가 그리고 연기가 좋아서 수상을 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어쨌든 이용하지 말라 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편으로는 애써 그런 의도가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이용이기보다는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싶다.
글/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