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소년단이 만들어가는 미래 그리고 그래미
방탄소년단이 마침내 그래미에 입성을 했다. 그래미 후보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꿈의 문으로 들어선 셈이 되었다. 많은 외신들도 찬사를 보냈다. 한국 대중가수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대중음악은 더욱 더 치열하기만 하고 특히 아시아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는 후보 입성이다.
하지만 7개 부문에 걸쳐 신청을 했지만 한개 부문만 후보에 올랐다. 베스트 팝듀오/그룹 퍼포먼스.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에 맞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것이 과연 충분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었다. 이는 국내 팬이나 언론에서 먼저 나온 것이 아니라 외신에서 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특히 이번에 해당 부문에 후보로 오른 '다이너마이트'가 올해의 노래에 올라야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로스엔젤레스타임즈 등이 지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LA타임즈는 방탄소년단이 그래미를 강탈당했다고 했고 UAS투데이는 방탄소년단보다 큰 업적을 보인 그룹이 없는데 한개 부문만 후보에 오른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 리포트도 다른 부문에 오르지 못한 것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한개 후보 정도로 못이기는 척 그간의 비판을 피해가려는 태도는 본인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UAS투데이 방탄소년단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방탄소년단을 그래미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고 이번에 1개 부문도 방탄소년단을 단지 팝듀오/그룹 퍼포먼스에 한정하고 구획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단지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단지 퍼포먼스를 잘하는 보이 그룹에 불과하지 않다. 단순히 팩토리 아이돌도 아니고 일시적인 팬덤에 따라서 유행하는 것도 아니며 하나의 음악적 실체가 있음이 충분히 검증되어 왔다. 하나의 세계적 문화 현상이 되었고 단지 아이돌 음악이라고 할 수가 없으며 새로운 물결로 시대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이를 무시한다면 그래미의 권위와 명예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미를 필두로한 미국 주류 사회는 아날로그 시대에 너무 함몰되어 변화하고 있는 음악 창작과 향유 문화의 변화를 여전히 그래미가 인식을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지는 사회 문화 맥락이 괜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미가 아무래도 자국민 중심, 백인 중심의 선정과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당연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현지 미국언론과 음악 팬들 그리고 객관적인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흐름은 도도히 이미 흘러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후보 선정에 케이 팝 전체의 성과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겉으로보면 그럴 수 있을 것같다. 하나의 소속사 가수만이 질주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이렇게 업적을 이루기까지 빅뱅이나 싸이 같은 가수나 뮤지션만이 아니라 SM, YG 같은 소속사들의 오랜 기획과 활동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앞으로 다시 다른 한국의 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음악적 유전자가 되어 진화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속에는 우리의 많은 미래가 있다. 그 미래를 가늠하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그래미이다. 결국 그래미도 시대적 문화의 변동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고 그 변화의 주역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 세데일 수 밖에 없다. 변화는 세대적 교체와 확장으로 이어진다. 미국 주류사회가 이러한 점을 좀 더 빨리 받아들여 수용하고 적용하여 좀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응용해야 한다. 그것의 시금석이자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이 2021 그래미 시상이기 때문에 미국레코딩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들은 그 어느때보다 객관적인 투표를 해야할 것이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