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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신드롬...반박에 대한 소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7. 23. 08:52

'미움 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최근 많이 팔리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맥락의 책이다. 전혀 다른 저자에 내용이 다른 책에 대해 여기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한 이유는 이런 책들이 개인의 태도를 주로 삶의 행복 성취와 연결짓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이런 책들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비판은 맞는 것일까.

일단 이런 유형의 책들은 당신이 어떻게 마음과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으레 당연히 나오는 말은 사회구조 변화의 간과 문제이다. 개인을 괴롭히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는데, 개인의 태도 변화가 얼마나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겠는가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경우에도 청년들이 겪는 고통을 젊기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책을 듣고 싶은 청년 독자들의 말은 네 탓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저자는 청년기에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은 통과의례쯤으로 만든다. 묘하게도 네탓이 아니지만 충분히 각자의 행동으로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의 자아심리학의 관점을 담아내고 있는데, 자아의 상대방에 대한 태도가 자신에게로 피드백되는 과정을 풀어낸다. 결국 중심은 자아의 확장과 강화에 있다. 

애초에 이 책은 자아심리학의 관점에서 저술되었기 때문에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처방을 담지 못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야할 것은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어떤 증상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저지르는 오류도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에 대응해야 할 시점에 건강보조제를 아무리 먹은들 효과가 없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미움받을 용기'가 공통적인 점은 바로 책 제목이 전부라는 사실이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제목을 잘 지어 대박을 터트린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미움받을 용기'는 현대인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강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힐링 열풍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된다. 

힐링 열풍은 상처받았다는 피해심리가 작동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었다. 상처를 준 사람은 없고 상처를 받은 사람만 존재했다. 상처를 받았다는 이들은 모두 그 상처를 받은 현장에서 모순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거나 음식을 먹으러 자리를 옮겨 다녔고, 공연이나 여행지를 따라다녔다. 국내는 그 상처를 연상하게 만들었는지 해외 여행 열풍으로 이어졌지만 돌아오면 현실은 그대로 였고, 다시 상처의 악순환은 반복되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그 상처를 받는 대상에 대해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야했다. 비록 그 대상과 존재들에게서 미움과 상처를 받을지라도 할말은 해야 상처를 받지 않을 뿐더러 행복이 주어질 것 같다. 

물론 아들러가 말하는 것은 자아의 충만함을 통해 상대자아를 포용할 수 있을 때 미움에 대한 염려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책의 카피에서 그런 맥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은 할말을 못하고 억제된 존재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는 심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움을 주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 그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관계지향적인 동양인들의 특수한 문화심리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왜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해 자기 표현 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듯 싶은 것이다.

어쨌든 이런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는 나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각자 개인의 자아중심적 사고를 강화하는 요인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 있다는 귀인오류에 영합해야 베스트셀러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조직과 시스템의 관계속에서 수평적인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만한 권위적인 상황에 있는 개인이라면 이런 심리는 자기강화의 논리에 쉽게 편향될 수 있겠다.

개인들에게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힘들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심리학적 처방에 좀 더 경도될 것이다. 개인의 무력감과 수동성 강화되어도 마치 일상에서 도를 닦는 태도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시스템 밖에서 이득을 취하기 보다 그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거나 삶을 영위하는 행태가 고착화될 수록 더욱 그러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 안에서 잘 버티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을 격려하는 책이나 문화콘텐츠는 계속 선포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지는 알 수가 없다. 실제로 그런 결과를 바라기 보다는 지푸라기라도 계속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구조속에 갇힌 현대인들의 미약함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