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은 화살을 쏘았다, 그것은 자신의 분노를 덕만에게 쏜 것이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쏜 것이다. 그것은 평정의 상실이자 미실의 평정을 잃고 붕괴된 것이다. 미실이 쏜 화살은 미실에게 날아가 꽂혔다.
극작의 원형 구조에서는 나름 완결성을 갖지만 뜯어보면 그렇게 평가해주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사실 최근의 역사왜곡논란에서 미실의 쿠데타가 화제에 올랐지만, 핵심은 그 역사적 논란 자체가 아닐것이다. 칠숙의 난이나 석품의 난이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미실의 쿠데타가 뜬금없다는 것이다. 이미 장악할 대로 장악한 미실이 애써 무리하게 쿠데타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귀족들과 입을 맞추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행한 것은 드라마의 묘사와 달리 그렇게 치밀하지도 않았고, 결국 덕만에게 당하는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 무엇보다 미실과 같은 인물은 폭력과 사기, 협잡 등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실이 평정을 잃고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나선 것은 춘추의 진골 발언과 덕만의 왕권 도전이었다. 미실이 2인자로 조용히 천하를 지배하던 것에 머물지 않게 되었던 것이 자멸의 시작이었다.
미실과 같은 인물이 자신이 직접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미실과 같이 산전 수전 다겪은 노회한 인물이 애써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실은 왕이나 다름 없는데 골치 아픈 왕의 자리에 오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말 현명한 이라면 진두에 직접 나서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2인자 리더십의 유형이다. 미실의 강점이기도 하고 그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왕이 된다는 것은 매우 달콤한 권력자로 올라가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미실은 이미 그것을 젊은 날에 간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미실과 같은 인물은 덕만이나 춘추를 적당히 부추겨주고 뒤에서 많은 이득을 취하면서 여유롭게 살았을 것이다. 정말 미실이 왕이 되었을 때 얻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왕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이다. 만약 그것만을 위해 움직인 존재라면 미실은 그렇게 대단한 이도 아니다. 이러한 점은 캐릭터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