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최승희(김태희)는 어느날 갑자기 김현준(이병헌)과 진사우(정준호)의 친구에서 팀장으로 등장한다. 팀장이 보여준 것은 화려한 미색을 내세우며 남자테러리스트를 꼬신 것뿐이다. 그것도 나중에 탄로가 나서 김현준 등이 그녀를 구해준다. 사무실에게 약간의 지휘만이 그녀가 짠밥을 허투루 먹지는 않았음을 알려준다. 그외에는 첩보원 경력이 많아 이야기해줄 에피소드나 경험,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니다. 첩보원에 대한 나름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왜 첩보원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인물이다.
결국 김현준의 애인이다. 드라마가 시작한 이래 그들은 사내 연애를 찐하게 하느라 첩보원들의 일상이 저렇게 낭만적인가 싶게 왜곡을 주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최승희역의 김태희는 무늬만 팀장이고 언제나 그녀는 멍을 때리고 있을 뿐이어서 나아진 연기력을 상쇄하고 있다. 즉 조금 나아진 연기력 평가를 깎아 먹고 있다. 예컨대 사랑하는 애인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녀는 도와주거나 작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멍하니 보고만 있다.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그렇다. 이미 총상을 심하게 입어 움직이는 것이 만만치 않고, 북한 요원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는 김현준이 기차표를 끊으려 간다. 물론 얼굴도 알려지지 않고, 총상도 하나 입지 않은 멀쩡한 팀장은 차안에서 대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자이니까. 아니면 팀장이니까 차안에 기다리는 것이다.
어쨌든 팀장의 품위는 아름답게 유지하는지 모르지만 당최 왜 팀장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서 팀장인지 알수가 없다는 것은 팀장으로서 연기력을 보일만한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무리한 내용을 넣지 않았을 것이겠다. 그렇다면 결국 김태희보다는 그러한 설정을 한 제작진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김태희를 믿지 못하는 것 아닌가.
화려한 액션을 보여달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진화생물학의 논리대로 여성 특유의 지략이라도 보여달라는 것이다. 미실이나 덕만과 같이. 미실이나 덕만이 어디 칼자루, 화살로 남성들과 싸우며 세상을 움직이든가. 그들이 멍때리고 미모나 자랑하고 있든가. 그들은 무수한 남성들을 웨어러블 로봇 삼아 천하를 호령하고자 하니, 어쨌든 이 점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