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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음원 사재기` 유발하는 실시간 차트 없애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25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한 가수가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를 문제 삼은 걸 두고서 찬반논란이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2013년 이후 계속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었고, 많은 이가 음원 사재기 문제를 제기하며 수사까지 촉구했지만 실체와 사례는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지속되었던 음원 사재기는 지난해 닐로ㆍ숀 등 일부 중소 제작사 가수의 음원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이제 음원 차트를 두고 ‘사재기’라며 서로 비난, 폄훼하는 현상이 있게 되었습니다. 블락비의 박경이 사재기 문제 공론화를 다시 제기했다는 면에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과 방법에 대해 논란은 있습니다. 분명한 확증이나 증거 없이 실명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경이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등 6명의 이름을 직접 든 것은 향후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법적인 책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지목된 당사자들은 소송을 연이어 준비하고 있는데요. 개인 SNS에 적었지만,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알려졌고 언론 기사를 통해 널리 공유되었습니다.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이미 내재되어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음원 사재기라고 추정할 수 현상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음원 사재기는 꾸준히 불거지고 있는데요. 몇 가지 특징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새벽에 특정 가수의 순위가 급등한다는 점. 과거 음원소비가 적은 새벽시간대를 중심으로 순위 급등이 생겼다면 최근엔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대규모 팬덤이 새벽 시간에 동시다발적 스트리밍을 해 차트 상위권 진입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50대 이상의 연령에서도 인기를 끌기 힘든 가수가 1위를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아주 신인급에 해당하는 가수가 갑자기 차트 안에 들어온다는 점 등의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음원 사재기 현상에 대한 정의나 범위에 대해서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 입소문에 따른 음원 순위 상승이 대중의 기호와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기준은 달라집니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사재기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는데, 사재기의 유형을 살펴보면 어떤가요?

▶보통 음원 사재기는 브로커를 통해 온라인 구매를 대량으로 하는 방식입니다. 브로커 등이 수백 대의 휴대전화와 PC 등을 이용해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건수와 다운로드 횟수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팬들이 스스로 구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작입니다. 브로커가 먼저 소속사에게 접촉해 음원 사재기를 제안하고 중국 등에서 수없이 많은 공기계와 유료아이디, 유동 VPN(가상사설망)등을 이용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 즉 입소문 마케팅도 논란의 대상인데요. SNS를 통해 `~할 때 좋은 노래`,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 ‘요즘 SNS에서 핫한 노래’, 최고의 감성 저격 송 등등 키워드나 문구를 통해서 이용자들의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페이지들이 전문 업체들이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에 문제가 됩니다.

이런 업체들과 각 가수들 소속사들이 결탁되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곳에서 즐겨들은 이용자들이 음원 사이트등에서 음악을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 받게 되면서 차트 상위권에 오른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음원 플랫폼 순위 차트가 음악을 재생하는 스트리밍 건수와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한 건수 등으로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팬들의 실제 선택과는 달리 조작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네티즌들이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소비정보를 전달하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 반드시 나쁜가, 이렇게 반문을 하기도 한다는데요. 요즘 또 스텔스 마케팅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데, 이건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건가요?

▶스텔스기는 조용히 접근해서 폭격을 하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음원 스텔스 마케팅은 이용자들이 홍보나 마케팅인지 모르고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마케팅에 따른다면 기존의 사재기와는 다르게 됩니다. 기존의 사재기는 일부 브로커가 대가를 전제로 대량 구매를 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사기 구매입니다. 하지만 자발적인 이용자들의 구매는 이와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수많은 가수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해도 정작 차트에 반영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 팬들이 심야시간에 하던 이른바 총공과 비슷한 것인데 이를 문제 삼으려면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합니다. 닐로, 숀 등의 가수들이 의혹을 받았지만 사재기라고 규정되지 못한 이유입니다.

SNS를 통해서 잘 알리는 것도 노하우에 해당된다고 주장도 있는데요. 예컨대 `페북 픽`은 `페북‘을 잘 활용한 인기곡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중소 기획사, 스타트업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순위라는 단순 데이터 분석으로는 힘들다고 봅니다. 따져야할 것은 우선 게시물이 언제 올라와서 몇 명이 접속해 어느 시간대 보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게시물이 노출이 되고 실제 음원 사이트나 음원 재생 애플리케이션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접속을 유도했는지 봐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접속만이 아니라 실제 재생이나 다운로드로 이어졌는지도 중요합니다. 또 해당 사이트와 앱 내에서 앱 내에서 가수의 이름이나 음원을 어떻게 검색해서 이용했는지 봐야 합니다. 즉 팬처럼 검색했는지 봐야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다만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게 돈을 주었다면, 대가성을 증명하면 됩니다.


▷현재 음원 사재기라고 밝혀지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됩니까? 처벌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던데요?

▶저작권자 또는 저작 인접권자가 스스로 본인이거나 브로커를 시켜서 음원을 부당하게 대량 구입할 때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음반 등의 관련업자가 제작·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부당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하면 동법 제34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라고 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해서 제대로 처벌된 적은 없습니다.

만약 팬들이 이른바 ‘총공’이라는 것을 하여 음원 사재기를 해도 해도 각 개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주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은 더 밝히기가 힘든 면이 있다. 인과 관계 소명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음원서비스 운영사들이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하는 방법도 있는데, 고발할 리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입니다. 증거 없이 수익을 올려주는 행위를 고발할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차트 순위인데 음원 사재기 논란이 끊이지 않자 주요 음원사이트들은 지난해 `차트 프리징(freezing)`이란 걸 도입했는데, 이게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죠?

▶차트 프리징은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차트 운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새벽 시간대 실시간 순위 운영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밤 늦은 시각 또는 새벽 시간에 이뤄지는 바이럴 마케팅이나 트래픽 유도 전략 때문입니다. 취약한 시간에 팬들이 신인의 차트 진입을 돕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 아이돌 팬들이 이 시간대에 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음원 플랫폼 첫 화면에 등장하는 실시간 차트를 없앤 곳도 있습니다. 이 제도만으로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이 시간대를 피해서도 역이용할 수 있습니다.

새벽 1시 이전에 이미 만든 차트순위는 다음날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무려 6시간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오전 7시에 시간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만 해도 이용자들의 눈길과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를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 즉 밴드웨건 효과 같이 한번 순위에 오른 노래들은 플레이리스트에 올라 이용자들에게 그대로 클릭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차트의 급격한 상승이 문제인데 일부에서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건 어떤 개념인가요?

▶네, 최근에 음원시장에도 `서킷 브레이커` 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서킷 브레이커`는 본래 주식시장에서 단기간 주가가 급락할 때 매매를 그치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음원시장에도 도입하자는 것인데 급락이 아니라 급증시기에 해당합니다. 갑자기 음원 사이트 사용량이 급증할 때 음원 구매 등을 중단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이미 지나간 뒤에 이뤄지는 조사나 분석은 문제에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되는 아이디나 IP주소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일단 비이상적인 구매가 폭증하는 노래는 중단을 시키고 조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운영사 카카오 측은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상적 이용 패턴의 계정 홀딩, 소명 자료 제출 받는 등,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해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트의 공신력을 유지하는 것이겠죠.


▷특히 실시간 차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있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작년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이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든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술에 1등 2등이 있을까요. 음악도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이에 따라서 승자 독식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됩니다.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문화적 다양성을 해칩니다.

실시간 차트가 가장 문제가 됩니다. 상위권 순위가 이후 음악 활동의 수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활을 걸게 됩니다. 팬덤이 얼마나 크고 강력한 것인가에 따라서 이 수익규모는 달라집니다. 차트 진입 여부, 순위에 집요하게 매달리게 됩니다. 이 순위에 들지 못하게 되면 도태됩니다.

실시간 순위가 오랜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는 진정한 인기인지 음악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차트 그 자체가 공신력을 가지려면 종합적인 평가와 판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일정한 기간 안에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서 공정한 평가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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