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식문화의 변화, 가정 간편식 인기
-설명절 선물, 건강제품, 차 종류 판매 줄고 농수산 제품 늘어
-청와대 선물 해마다 관심, 올해는 평창 감자로 빚는 전통주와 지역 특산물
-‘디턴족’ 새로운 신조어로 등장
-설명절 여행지 1위는 전주 한옥마을
-설 명절에 영화 보겠다 지난해 보다 많아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 앞에 다가왔네요. 오늘이 한반도 시간으로는 15일 새벽이니까 사실 내일로 설이 다가온 셈입니다.
해마다 명절 때면 되풀이 되는 일입니다만 귀성전쟁이라고 그러죠, 고향을 찾아 가는 분들로 온 고속도로, 일반도로들이 고향을 찾는 차들로 뒤덮인 날들이 며칠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설과 관련된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은데요, 예전과는 조금 설 풍속도가 달라져 가고 있는데 대해 얘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안녕하세요?
이장균 : 북한은 설에 전통음식을 손수 집에서 만들어서 차례 음식 준비를 하는데 남한은 조금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명절 때면 주부 여러분들이 명절 음식 장만 하는 게 불만 순위 1위에 오를 만큼 힘들게 생각하는 일인데 요즘엔 조금 변화가 있다고 하는데요, 힘들게 만들지 않고 간편하게 여러 가지 모듬으로 된 제사, 차례 음식 같은 게 나오고 있다고요?
명절 식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가정 간편식 판매 늘어
김헌식 : 그렇습니다. 남한의 가정에서 간편식이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때 보다는 명절 직전에 많이 판매 됩니다. 그래서 명절 무렵 40% 이상 늘어나는 걸로 봐서 명절 음식을 간편음식으로 마련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곰탕, 북어 해장국, 청국장, 맛김치 등 모두 9가지로 구성된 세트라든지 또 육즙 가득한 왕교자, 떡국 떡 같은 명절 요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게 구성한 명절한상 세트가 잘 팔리고 있습니다.
또 소갈비찜, 나박김치, 잡채, 소고기뭇국으로 구성된 상차림 세트라든가 완자, 깻잎, 꼬지산적, 동태 같은 8가지 전으로 구성된 '세트'도 있습니다. 또 한우도 별도로 양념할 필요 없도록 갈비찜 양념과 불고기 양념을 함께 넣어 선물세트 등도 잘 팔립니다. 이렇게 명절을 앞두고는 주로 명절에 초점이 맞춰진 상차림 세트들이 간편식으로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이장균 : 그러니까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들을 한데 모아 놓은 세트, 모듬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 상자만 구입하면 차례음식이 다 구비돼서 일부러 집에서 일일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고생을 안 해도 쉽게 구입을 할 수 있어서 이런 제품 시장이 지금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렇게 편리한 건 좋지만 차례라든가 조상께 제사를 지내는 게 정성 아니겠습니까? 그럼 면에서는 연세 드신 분들은 좀 불만스럽게 여겨지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헌식 : 네, 오히려 각별하게 차린 정성 어린 음식들이 더 가치를 갖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이장균 : 그렇습니다. 어릴 때 보면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 있었어요. 옆에서 집어 먹기도 하면서.. 또 음식준비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동서끼리 혹은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에 대화도 나누고..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bridge music : 까치 설날 / program ID)
설명절 선물, 건강제품, 차 종류 판매 줄고 농수산 제품 늘어
이장균 : 이렇게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변화가 있다는 얘기였고요, 선물도 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설명절 선물은 농수산 제품이 더 많이 팔리고 건강제품이나 차 종류는 좀 덜하다고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지난 해 설에 주춤했던 농수산식품이 크게 50%가까이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건강제품이나 차 종류를 선호했었는데 올해는 좀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일 선물세트나 한우 같은 축산 선물세트 그리고 수산 선물세트가 같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습니다.
이런 변화에는 배경이 있는데요, 이는 10만원 한도까지 선물할 수 있도록 김영란법이 개정된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5만원 이하로 제한됐던 것이 10만원 이하로 바뀌면서 5만원 이하의 건강식품, 차 종류 등의 매출이 줄고 가격이 좀 높은 10만원 가까이의 한우를 비롯한 농축수산품들이 많이 팔리게 된 것이죠.
올해는 설 명절 음식으로 많이 쓸 수 있는 선물들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장균 : 김영란법.. 그러니까 그 동안 제한이 없다 보니까 여유가 있는 분들은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는 것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좀 위화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죠.
남들처럼 비싼 선물을 무리하게 구입하다 부담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고 해서 그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상품 구입에 제한을 두자고 만들어진 게 김영란 법이죠.
처음에는 5만원 하도, 미화로 50달러 정도였는데 이것이 너무 적다고 농수산품을 공급하는 농어촌 쪽에서는 그 액수에 맞춰 상품 만들기가 어렵다고 해서 불만 제기가 있는 바람에 10만원, 100달러 정도로 높아졌는데요, 그렇게 한도가 높아지니까 농수산물, 특히 한국산 소고기 한우 그리고 수산물, 농산물들이 선물로 많이 팔리게 됐군요.
청와대 선물 해마다 관심, 올해는 평창 감자로 빚는 전통주와 지역 특산물
그리고 해마다 화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이자 거처이기도 한 청와대에서 어떤 선물이 나오나 관심을 모읍니다만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준비하고 있나요?
김헌식 : 네, 대통령의 선물은 아무래도 엄선된 제일 좋은 음식 혹은 지역 특산물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올해는 전통주 세트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 감자로 빚은 전통주 평창 서주를 비롯해 경기도 포천의 강정, 경남 의령 유과, 전남 담양 약과, 충남 서산 편강 등 지역 안배를 고려한 특산물로 구성됐습니다.
선물은 검정·빨강·초록·파랑·노란색 등 올림픽 오륜기를 형성화한 종이 포장에 담겨, 사회배려계층과 각계 주요인사, 사회적 경제 기업인, 애국지사를 비롯한 보훈가족·유공자, 포항 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재민을 포함해 1만 여명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추석 명절 선물에는 술이 빠졌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할 때 명절 선물에 술이 들어가 의미가 있었던 같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장균 : 대통령이 인기가 있다 보니까 대통령의 선물도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에 문재인 시계도 대단했지 않습니까?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선물도 인기를 끌었는데요, 역대 대통령들의 명절 선물은 어떤 것들이었는지도 궁금하네요.
김헌식 : 대통령의 선물은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었는데요, 김대중 대통령은 고향 특산품인 김과 한과를 선물로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2001년에는 정당대표 등에 난과 옹기도자기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 선물 메뉴는 멸치세트였는데요, 멸치잡이 사업을 하던 부친이 보내준 고향 거제도 멸치였습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멸치를 하도 많이 선물해 ‘YS 멸치’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삼을 애용했다고 하죠. 인삼을 담은 나무 상자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 때문에 ‘봉황 인삼’으로 불리기도 했고요,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격려금을 주로 전달했다고 하는데요, 거기에 각 지역의 특산물을 선정했는데 지역 안배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합니다.
이장균 : 네, 역시 지역 특산물이 주로 많군요.
(music : 고향 가는 길 / 김용임)
‘디턴족’ 새로운 신조어로 등장
이장균 : 설 연휴 기간에는 고향을 찾는 분들로 전국의 도로가 붐비고 터미널, 그러니까 버스대합실이나 기차역 같은 데는 손에 선물꾸러미들을 주렁주렁 들고 고향을 찾은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만 최근에는 새로운 신조어가 있던데요, 디턴족이라는.. 이 디천족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요?
김헌식 : 네, '디턴족'은 명절을 고향에서 지낸 뒤 남은 휴일을 관광지 등에서 보내고 귀경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고향을 갈 때는 곧바로 가는데.. 영어 알파벳의 ‘D’ 글자가 아래로 쭉 내려 긋고 오른 쪽은 둥글게 휘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향으로 빨리 내려갔다가 올 때는 여러 관광지 같은 곳을 경유해서 온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연휴 기간에도 호텔, 펜션 등 숙박시설을 찾는 고객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전국 지역별 여행 선호지의 경우 서울이 24.1%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13%, 강원 11.5%, 부산 11.2%, 경상도 10.3%, 제주 8.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함께 여행할 사람은 연인이 43.9%로 가장 많았고 가족 39%, 친구 10.1% 순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비율은 7%에 그쳤습니다.
숙소 유형의 경우 41.3%가 호텔을 비롯한 리조트를 선택했고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장균 : 디턴족.. 저도 참 낯선 말입니다만 북한 주민 여러분들은 더 낯선 말일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고향으로 곧바로 내려갔다가 바로 올라오는 게 아니고 고향에 가서 인사 드리고 차례 지내고
그리고는 연휴 기간이 자꾸 늘어나는 추세니까 돌아올 때 그 동안 가고 싶었던 관광지를 쭈욱 들려서 오기 때문에 영어 알파벳 ‘D’자를 닮았다고 해서 D-Turn.. 돌아온다는 ‘턴’이 붙어서 디턴족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한 분들이 휴일에 리조트를 많이 다닌다는 말이 있는데 리조트라는 말도 북한주민 여러분에게는 좀 생소할 것 같습니다. 리조트는 숙박도 하는 곳이면서 주변에 골프장 같은 위락시설, 바닷가 같은 휴양지가 같이 있는 곳을 말하죠. 이런 곳은 남한 주민들이 많이 찾습니다.
설명절 여행지 1위는 전주 한옥마을
인터넷에 보면 설명절에 가 볼만한 곳 이런 안내들이 굉장히 많은 데요, 올해도 설명절 연휴에 어딜 갈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곳들을 많이 찾나요?
김헌식 : 최근 스마트폰 안내지도 서비스 업체가 열 곳을 발표한 게 있는데요, 분석 결과 가장 많이 찾는 설 명절 명소 1위는 전북 전주시 전주한옥마을로 나타났습니다.
전주한옥마을은 매년 설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통놀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연일들 혹은가족 단위로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10위는 인천 소래포구,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천 월미도, 부산 영락공원, 부산 해운대, 경기 안산 대부도,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경기 화성 제부도 등이 차지했습니다. 10위권 내 주요 명소는 서울, 경기, 수도권과 전국 대도시 주변에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이장균 : 한반도가 세계지도에서 보면 굉장히 작고 그나마 반 토막이 나 있는데도 가 볼 만한 곳이 꽤 많네요.
김헌식 : 작지만 굉장히 명소가 많은 곳이 한반도죠.
설 명절에 영화 보겠다 지난해 보다 많아
이장균 : 북한주민 여러분들도 설명절에는 극장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남한도 마찬가지죠? 영화보러 가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여행을 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가까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분들도 많은데요, 올해 설 연휴 극장가는 작년보다 30-40만명이 더 많은 6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에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없다’는 응답보다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작년 설에 영화를 보지 않았던 관객의 59%도 올해는 관람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올 설명절에는 국내 작품도 많고 해외 작품도 많아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설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풍습이 사라지는.. 아까 말씀 하셨듯이 음식도 정성껏 장만하기 보다는 맞춤으로 다 만들어진 세트, 모듬 음식을 사서 차리는 이런 것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음식은 정성껏 준비하는 그런 시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에 따라 여러 풍습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건데요, 나름대로 어른들께 진심 어린 문안도 드리고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특히 자녀들에게 우리의 전통을 가르치고 보여주는 그런 뜻 깊은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설에 관한 얘기로 함께 했습니다. 설,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라고요,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나누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program title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