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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남자친구로 수시로 바뀌는데 왜 여자는 머리가 아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8. 27. 11:47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기란 얼마나 힘든 영화인지 스스로 보여준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하지만 영화가 스스로 외모주의에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많이 지적되었듯이 미남일 때만 환호의 대상이고 그렇지 않으면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우선 남자 주인공은 날마다 자신의 모습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절망한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외모를 가진 날은 우울하다. 하지만 그 외모도 결국 하루 뿐이다. 


그가 그래도 다음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거나 기대이상일 수 있는 외모일지도 모르는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이 이러한 기대감이 없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이다. 한편으로는 비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쁜 날이 교차한다. 그렇기 때문에 날마다 얼굴이 바뀌는 나날을 견디어 간다. 그가 얼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날은 적어도 여성들 앞에서 자신있게 설 수 있으니 그러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러한 기쁨도 슬픔이 될 수 있다. 하루만 지나면 자신의 얼굴이 바뀌기 때문에 그 얼굴로 연인에게 기억되기 힘들다. 더구나 어떤 얼굴로 바뀔지 알수가 없다. 분명 잘생긴 얼굴로 처음에 다가갈 테지만 그얼굴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지는 알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슬프다. 그리고 고민과 갈등에 휩싸인다.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그녀의 마음으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절망한다.이런 남자 주인공에 동의하는 남성 관객은 슬프고 눈물이 찔끔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남자를 대하는 여성은 어떨까. 아마도 처음에는 얼떨떨한 기분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볼줄 아는 여자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모른다. 내적인 고통과 번민이 진심으로 다가 간다면 말이다. 아니 곧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매력적인 남성으로 종종 바뀌는 남자친구는 마치 멋진 여러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 기분을 전해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성은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 남자를 자주 갈아치운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혼란한 지경에 이른 것일까. 여성은 어느 순간 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여성은 머리가 아팠다. 하루 하루 변하는 남성의 얼굴에 두통이 수반되었다. 날마다 바뀌어 나타나는 남자친구의 모습의 그녀의 뇌는 어느새 혼란스럽고 고통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멋진 남성으로 변신해 나타나도 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남성에게는 이제 고통과 번민, 갈등이 없는 사이에 여성에 그것들이 옮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이 변하는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대상이 겪게 될 상황에 둔감해진 남자주인공이었다. 내면의 아름다움, 즉 내면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렇게 끝까지 믿고 싶지만, 인간은 결국 보여지는 얼굴에 1차 판단 기준이 결정되는 상황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얼굴이 바뀐다는 것은 현상의 변화이지만, 그 현상의 변화에서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비록 서로 매우 사랑하는 남녀라고 해도 말이다. 

현실에서 얼굴은 변하는 것 같지 않지만, 변한다. 다만,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그러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둔감하게 하는 것이 뇌의 고통을 덜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 보고 싶은 얼굴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모른다. 그 보고 싶은 얼굴상을 의식하여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의 얼굴을 과연 어떤 특정한 모습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보여지고 싶은 얼굴이나 그렇게 보여지길 원하기 때문에 일정한 얼굴을 갖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는 항상 얼굴 실사 가면이 나온다. 특정인물의 얼굴을 감쪽같이 만들어 쓰고 있으면 눈치를 채지 못한다. 특정인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뷰티인사이드'의 주인공이 머리가 아프지 않으려면, 특정한 얼굴 가면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얼굴을 가리는 가면(예컨대, 복면가왕의 사례)이 아니라 본질을 형상화하는 가면이다. 보고 싶은 모습을 집약한 이상적인 가면이라고 할까. 여자친구가 진짜로 원하는 얼굴가면으로 말이다. 그러한 가면이야말로 연인이나 부부관계속에서 각자가 보고 싶어하는 얼굴들이다. 그것을 포기할 때 오히려 관계는 악화된다. 인간의 인식적 한계가 만들어낸 가면을 벗어나지 못하면 그러한 점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실체적인 현실적 결론이 아니라 관념적인 미학에 서둘러 귀결 시키고 말았다. 자신의 변화하는 얼굴 때문에 고통을 받는 연인을 인정하고 그위에 포용성을 발휘하는 선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겉으로는 내면의 정체성이나 아름다움을 인정하면 그 현상도 규정되고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하는 듯 싶다. 그러나 애초에 여전히 남자주인공의 얼굴이 잘생긴 날만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날이 펼쳐지는 분위기는 이 영화의 관념적 세계관이 가진 미학적 모순을 확인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 모순으로 남았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