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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digging) 디깅러(digginger) 트렌드 제대로 보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10. 19. 17:25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 중심으로

 

글/ 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대구대학고 대학원 외래교수, 평론가)

 

'디깅 모멘텀'(Digging Momentum)은 채광, 채굴을 뜻하는 '디깅'(digging)모멘텀’(Momentum)이라는 단어를 붙인 말이다. 모멘텀은 본래 물리학 용어로 가속도, 운동량을 의미한다. 주가에서는 추세의 가속도를 측정할 때 사용한다. 주가가 상승할 때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떨어진다면 얼마나 추가 하락할지 나타낼 때 쓰는 개념이다. '디깅 모멘텀'은 말 그대로 하자면, 깊게 파는 채굴이 뭔가 가속도를 붙이거나 탄력도를 크게 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과연 이런 디깅 모멘텀은 가능한 개념일까. 만약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깅이 광업 분야에서 사용될 법한데 '디깅 모멘텀'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기에 이른 것은 문화 현상 때문이다. 본래 디깅은 DJ가 음악을 찾는 모습을 가리켰다. 물론 DJ가 음악이 좋아해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깊이 전문성을 갖고 탐색하는 행위를 뜻한다. 다른 이들과 차별화하거나 음악을 찾는 이에게 맞출 수 있으려 해도 점점 깊이 음악에 조예가 깊어야 할 듯싶다. ‘디깅은 어쨌든 오늘날 자신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나 대상에 깊게 파고드는 모습을 가리키게 되었다. 예컨대, 케이 팝 아이돌 음악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면 과거의 음반이나 음원을 찾아 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음반이 갑자기 신보 발매와 함께 역주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디깅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디깅러(digginger)라고 한다. 채굴하는 사람으로 마이너 (Miner) 같은 광부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은 기존의 개념들과 뭔가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선택적 프레이밍이다. 디깅러의 활동 범위는, 이제 음악만이 아니라 콘텐츠는 물론 패션, 장신구, 음식, IT 기기 등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디깅러는 특정 사람들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점이고 대개 젊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젊은 사람들이 이런 디깅러가 되는 이유를 트렌드 분석가들은 몇 가지로 나눠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우선, 마니아나 오타쿠라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덕질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덕질을 통해 직업적 선택이 가능한 덕업 일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디깅하는 음악 DJ 시절에도 있었다. 오히려 일반화 대중화된 것에 방점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디깅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자신만의 취향과 선호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경향의 청년 심리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대상이나 아이템이 약간 다를 뿐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과감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비등하다. 여기에서 소비라는 단어가 나왔다. , 단순히 깊이 파는 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는 행위가 등장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과감하게 지불할 수 있는 구매력이 과연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존재할까. 그런 면에서 평균은 이미 실종했다.

 

자신만의 취향과 선호에 집중하는 개별화가 심화 되어 나노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평균 실종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할까. 원래 평균이라는 개념은 허구에 가깝다. 각 선택의 사례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평균에 따라 작품은 물론이고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죽도 밥도 아닌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산술적인 평균은 연구자들에게서 상정되는 개념이다.

 

한편 디깅 모멘텀을 주장하는 이는 진정한 디깅러는 기업이 생산하는 문화나 생태계에 좌우되지 않고, 오히려 전략의 방향을 주도하는 힘을 갖는다.”라고 했다. 기업은 오히려 디깅할 수 있게 마케팅 시스템을 만들어 구축한다. 그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제한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이 되는 프레임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오히려 기업의 편에 가까운데 아이러니할 뿐이다.

 

그렇다면 디깅이 좋은 쪽으로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오히려 디깅을 하려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진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관점에서는 디깅러들이 남들이 만들어 놓거나 생성한 것들을 채굴하는데 머문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창조하고 형성해서 다른 이들과 나누기를 바란다. 크리에이터로 공감과 공유 그리고 확산에서 자기 만족감과 존재감을 느낀다. 이 점을 활성화하는 조치들이 미래에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