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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예능 트렌드 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9. 25. 13:30

-노동 예능 트렌드는 대세가 될까.

 

김헌식(평론가, 문화콘텐츠학 박사)

 

최근에 ‘한끼줍쇼’나 ‘짠내 투어’ 등은 고행을 통해 웃음을 주는 예능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노동 예능의 영역을 보여주는 디딤돌이 된 셈이 되었다. 가학적 웃음 코드가 아니라도 고생을 하는 모습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주기도 하고 연민과 동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고생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재미 요소가 된다. 노동 예능 코드는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면서 대중적 오락 코드와 사회적 의미와 가치도 담아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장성규의 워크맨과 유재석의 일로만난 사이가 노동 예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둘은 같은 노동 예능 코드로 불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장성규의 ‘워크맨’은 직업 체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워크맨’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이 프로그램과 비슷한 것은 오히려 유재석의 ‘일로 만난 사이’가 가깝다. 체험 삶의 현장은 주로 농촌 등을 중심으로 육체 노동에 힘쓰는 곳을 배경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워크맨’은 반드시 육체노동이나 어촌 산촌 등지로 가지 않아도 된다. 정신 노동이나 감정 노동을 수행하는 곳이 더 많고 도시 지역의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과 직종에 장성규가 뛰어든다. 

 

뛰어들어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이자 현장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다. 일로 만난 사이는 일반 시민이나 주민을 만나기보다는 연예인들, 스타들이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수다를 떨거나 생애 에피소드를 나누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예인 토크쇼의 무대가 스튜디오나 레저 여행 공간이 아니라 육체노동의 공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효리, 차승원, 유희열 등 인기 셀럽의 출연이 여전히 중요한 비율을 차지한다. 노동의 과정만 있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다른 노동 주체들의 삶은 부차적이다. 노동의 현실이나 관련 종사자들의 일상 삶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일을 하고 있는 자체를 더 드러내고 그 가운데 예능적인 포인트가 드러나도록 한다. 

 

하지만, 장성규의 ‘워크맨’은 연예인이나 스타는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진행자이자 참여자인 장성규의 직업 체험과 현장의 정보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 가운데 현장 노동자나 근무자들의 애환과 모순까지도 압축적으로 전달을 해준다. 그런 점에서 미처 시청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점들이 신선하거나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직종에 관해 부정적일 수 있는 사실이나 환경은 제한적으로 전달시킨다. 새롭고 신선한 현장과 인물들이 날 것 그대로 필요하다. 특장점, 장단점은 너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노동 예능이 부각되고 호평을 받는 것일까. 

노동이 예능의 소재가 될 수가 있을까 싶었지만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삼시세끼 이상의 음식을 먹는 것 이상으로 인간은 노동의 존재이다. 이를 분리해왔던 착오에서 노동 예능이 벗어나고 있다. 더구나 획일적인 노동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노동은 이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직종에서 이 시대 젊은이들이 종사하고 있지만 제대로 그 현장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이다. 더구나 그들의 노동은 기존 사회나 기성 세대의 인식을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공공적 본질이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워크맨과 같이 체험하고 호흡하는 방식들이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예능도 참여와 공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만의 삶이나 여행 그리고 먹방에 무조건 호응을 보내주는 시대는 이제 더 이상 크게 호응을 받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단지 호사가들처럼 미식과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노동을 하면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이제 예능도 노동과 휴식 그리고 유희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노동의 소중함만이 아니라 문제와 모순도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아젠다를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다.

 

앞서 ‘삼시세끼’나 ‘강식당’ 등도 노동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먹기 위한 음식을 만드는가, 아니면 팔기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 노동이 있는가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이는 오로지 자신들을 위한 노동이라는 점에서 틀 지울 수 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노동과 그것의 가치가 어떤 지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과제이자 숙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