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왜 싸우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12. 7. 10:49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뉴월드의 새로운 강자라고 할 수 있고, 디즈니는 올드 월드의 기존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할어버지 뻘인 디즈니와 손자뻘인 두 기업, 이 두 강자의 전쟁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전쟁의 기폭제는 디즈니가 넷플릭스에서 자신들의 콘텐츠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넷플릭스가 신흥 강자로 디즈니를 위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디즈니가 이른바 OTT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뜻을 말한다. 그만큼 이 플랫폼 시장으로 급격히 수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항상 변화된 환경을 주시했다. 따라서 디즈니 입장에서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넷플릭스가 시장지배자로 등극하는 데 일조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시장의 원리상 견제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의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결정을 할 것이다.


여기에는 넷플릭스의 한계가 드러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넷플릭스의 정체성은 유통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인터넷 플랫폼으로 이동해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특히, 스마트모바일 환경이 본격화 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코트 커팅 현상을 보여주면서 넷플릭스의 위상은 달라졌다. 새로운 세대들이 케이블이나 텔레비전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등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넷플릭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디즈니가 디지털환경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디즈니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활용해왔고 유통망을 확보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OTT플랫폼 방식은 아니었으며, 넷플렉스와 같은 유통기업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단계였다. 디즈니에게 위기감은 단지 유통망에 있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한계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디즈니에게 위협이 되었다. 즉, 콘텐츠 유통기업인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디즈니도 자신들이 유통망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어서 직접 유통 플랫폼을 경영하고자 하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것은 수익의 창출이자 변화된 환경의 적응에 필요한 선택이다.


물론 넷플릭스가 모든 유통망을 다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미디어 콘텐츠마다 다 각기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즉 모든 이들이 다 코드 커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세대일수록 스마트 모바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그 외연을 흡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해외 콘텐츠를 정주행하기에 넷플릭스는 알맞춤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가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아시아 국가의 콘텐츠를 직접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도 디즈니는 이런 공격적인 투자까지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기존의 콘텐츠를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노력에 더 집중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워즈 시리즈를 드라마화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다른 문화권으로 눈을 돌리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다. 드라마를 해도 일본의 애니메이션 판권을 확보해 새로 재창작하거나 확장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을 제작하는 맥락도 이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디즈니의 어린이 콘텐츠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디즈니가 강하지 않은 장르물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글로벌 기업의 경쟁을 두고 누가 누구를 이기는 구도로 보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 둘이 문화전쟁은 단지 누가 누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과 지향점에 맞게 시장 전선의 확인에 이를 것이다. 결국에는 플랫폼을 갖추어 갈수록 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하였는가에 따라 이용자의 구성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봐야할 것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유통실 것인가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점에 주목해야 하고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제 3세계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전략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들이 과연 그 시장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흥행 성적까지 기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  세계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반드시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최근에 장르물이 국내에서는 혹평을 해외에서는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이를 말해준다. 이로써 글로벌 콘텐츠와 국내 콘텐츠의 간극 사이에서 분별있는 콘텐츠 경영 전략도 필요한 것이다.


글/  김헌식(드라마 스쿨 외래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시사정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