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김부선 정치 스캔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1:38

네티즌 수사대 김부선 스캔들 4시간 만에 수사 완료

네티즌들이 찾아낸 김부선씨 사진. 네티즌들은 사진 배경에 대해 “김부선씨가 2007년 동침한 정치인과 함께 간 곳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여배우의 폭탄발언이 한국을 뒤흔들었다. 영화배우 김부선이 ‘찌라시’라고 칭한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명성에 걸맞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총각’행세를 한 정치인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고 얘기했다. 한겨레는 11월 11일 이 인터뷰 내용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김부선은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G20 정상회의 폐막 뉴스조차 묻어버리고 단숨에 인기검색어 1위에 올라섰다.

네티즌들은 김부선과 하룻밤을 보낸 그 정치인을 찾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급격히 분출하기 시작했다. 드러난 단서는 기사에 언급된 “변호사 출신의 피부 깨끗한” “동갑내기”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 등. 네티즌들은 수사망을 좁혀가며 용의자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변호사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박형상 서울중구청장,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여자), 노관규 순천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중 네티즌이 많이 지목한 사람은 이재명 성남시장. 네티즌은 인터넷 뉴스 ‘성남뉴스넷’에 지난 4월 9일 ‘김부선’이라는 닉네임으로 “거짓말로밖에는 안 들린다. 나한테 총각이라고 했잖아?”라는 쓴 댓글을 결정적 단서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지난 3월 28일 ‘김부선’이란 닉네임으로 “아마 찔리는 민주당 후보가 있을 거다. 내가 등록하는 순간 너는 킬이다.-애마부인”이란 댓글도 찾아냈다. 이재명 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 네티즌들은 결국 이 시장의 하얗고 뽀얀 피부를 보고 이번 사건을 종결지었다.

인터뷰가 한겨레 포털에 올라온 시간은 지난 11월 11일 오전 10시20분. 유력한 후보자 중 이재명 시장의 이름이 거론된 시간은 그날 오후 2시. 네티즌 수사대는 불과 4시간도 되지 않아 김부선과 동침했다고 자신들이 결론을 내린 정치인을 찾아냈다.

이 시장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자신의 페이스북 사이트에 “한 여배우의 지나가는 독백을 가지고 소설 쓰는 조선일보, 기자회견 준비하는 한나라당 성남시의원들, 공식논평 내는 자유선진당”이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또 “가벼움과 재미를 즐기는 네티즌들은 이해되지만, 최소한의 공식성과 책임성을 가져야 할 그들의 그 경박스러움이란…”이라고 반발했다. 파문이 커지자 김부선도 지난 11월 15일 자신의 공식 팬 카페에 “실명 거론된 분 (이 시장이) 아니에요”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시들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이 찾아내 “김부선씨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 댓글.

네티즌 수사대가 주로 활동하는 무대는 게시판 커뮤니티인 ‘디시 인사이드(www.dcinside .com)’와 ‘네티즌 수사대(nsiclub.com)’다. 이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익명성이 보장된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이다. 일명 코갤로 불리는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의 별명은 ‘코찰청’‘코정원’ ‘코터폴’이다. 코갤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 익명으로 등장하면 여지없이 정보력을 발휘해 신상을 밝혀낸다. 지하철에 개똥을 남기고 간 ‘개똥녀’, 환경미화원에게 욕설을 한 ‘경희대 패륜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 조직적으로 신상이 유출된 인물은 네이버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개설자인 ‘왓비컴즈’였다.

네티즌 수사대는 지난 11월 14일 SBS 8시뉴스에 방영된 ‘10대 로우킥녀’의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한 여중생이 6살 아이에게 로우킥을 했고 넘어진 아이는 앞니 2개가 부러졌다. 네티즌 수사대는 뉴스에 나온 CCTV 장면을 분석해 서울 모 중학교 A(14)양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네티즌 수사대는 뉴스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사건이 일어난 건물을 찾아냈다. 중학교, 태권도장, 빵집, 2차선도로, 엘리베이터 설치를 확인하고 사건이 발생한 건물을 다음 ‘로드뷰’를 이용해 찾았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하고 용의자를 지목했다. 용의자의 미니홈피 주소가 공개되고 미니홈피는 코갤러들에게 테러를 당했다. 해당 중학교 홈페이지도 코갤러의 해킹을 당했다. ‘로우킥녀 심판’이라는 게시판이 생겨 욕설이 적힌 글들이 올라왔다.

네티즌 수사대의 막강한 정보력은 집단작업에서 비롯된다. 집단 협업의 형태로 한 명이 신상의 일부를 알아내면 뒤이어 다른 네티즌들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코갤은 하루 평균 1만개가 넘는 글이 등록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규모의 경제가 위력을 발휘한다.

김부선 사건도 개미떼처럼 모여든 코갤러들의 작업이었다. 인천에서 데이트한 것으로 보아 서울경기권 기초단체장 중 한 명일 거라는 추측이 나왔다.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간 네티즌 수사대는 서울경기권 기초단체장 중 변호사 출신을 찾아냈다. 여성 당선자를 제외하고 김부선과 동갑인 정치인은 단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 개인정보에 대한 지나친 유출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리고 네티즌 수사대는 신상정보 유출과 더불어 해킹과 사이버 테러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신상이 유출된 인물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달고 출신학교 홈페이지를 해킹한다.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에 대해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마녀 사냥이라 폄하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안 본다. 단지 재미찾기의 일환일 뿐이다”라며 “좋게 생각하면 이런 현상에서 집단 지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네티즌 수사대 활동이 찬반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태도의 문제”라며 “폭력적이고 과격한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 심정적 확신만 하면 거리낌없이 비방하는 태도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 조재완 인턴기자·연세대 3년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